성폭력방지법 있어도.."서울교통공사, 지난해 10월 신당역 살인범 불법촬영건 여가부에 통보 안 해"
서울교통공사가 소속 직원이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가해자인 전모씨(31)가 불법 촬영사건 혐의를 받은 당시인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국가기관장은 자신의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함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여가부에 ”피해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10월에 불법 촬영으로 고소가 된 사건이기 때문에 여가부에 통보를 했어야 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해 여가부에 통보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피해자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전씨는 피해자의 고소로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올해 1월27일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경찰은 한 달 간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 시스템에 등록했다. 그러나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장은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의견이 없으면 지체 없이 여가부에 통보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자 지난해 10월13일 전씨를 직위해제했지만 여가부에는 통보하지는 않은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신당역 스토커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여가부의 대응을 질의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기회는 피해자가 범인을 지난해 10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를 했던 것”이라며 “여가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건가”라고 물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여가부가 그것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상황”이라며 “이게 피해자 본인에게 다 맡겨져 있던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여가부는 어떤 조치를 하게 돼있나”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여가부에) 통보를 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제재 조치가 없다”며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빠른 시일 내에 종합적인 대책을 내겠다”고 답했다.
일부 여가위원들은 여가부 장관이 폐지를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타 부처에 의존적인 대안만을 내놓는다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위 의원이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조치 등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여가부가 존재하는 거 아닌가”라고 하자 “전체적인 것이 여가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0대 스토킹 피해자의 86%가 여성”이라며 “성폭력 피해자들 중 절대적으로 여성이 많은데 여성 대상 폭력의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원인은 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용 의원은 “오늘 장관이 다른 의원들께 하는 발언을 들으면서 ‘장관님이 참 여가부 폐지의 적임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관님은 계속해서 여가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들만 한다. 참 무능해 보이고 그런 장관의 무능함으로 여가부 폐지 여론을 조성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김 장관은 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장관님의 앞으로의 역할은 여가부의 폐지에 있나, 여가부에서 하는 역할들의 기능 강화에 있나”라고 묻자 “두 개는 배치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것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분절된 서비스로 인해 국민들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며 “(여가부 폐지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안 하겠다든가 하는 건 전혀 아니고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종의 발전적 해체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과 여야 여가위원들은 이날 여가위 전체회의 산회 직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 공간을 찾아 피해자를 추모했다.
경향신문은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해 포스트잇에 붙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기록합니다. 추모 공간을 방문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이곳에서 피해자를 기리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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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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