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급한 대우조선해양, 8000억 규모 전투함 사업 포기한 이유
8059억 사업..삼강M&T, 1000억 적개 써내 낙찰
사업 적극적이던 대우조선해양, 결국 입찰 포기
사업 예산 낮고 장비 납기 일정 문제 등 고려
업계 "저가 수주에 인력도 부족, 건조 가능할까 의문"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 차세대 호위함 사업인 울산급 Batch-Ⅲ 3·4번함 건조 사업의 16일 투찰·개찰 결과, 예상대로 삼강엠앤티(M&T)가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내 낙찰됐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미리 정해 놓은 예가는 8059억원이었는데, 7051억원을 써내 1순위 사업자가 된 것이다. 예가의 88%가 만점인데, 삼강M&T는 87.455% 수준을 써냈다.
당초 이번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입찰을 포기했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734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급 Batch-Ⅲ 사업은 최첨단의 3500톤급 호위함 6척을 도입하는 것이다. 해역함대 주력함으로 활약할 예정으로 필요시 기동부대 증원전력으로도 운용된다. 현대중공업이 설계 작업을 진행해 1번함을 건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 울산급 Batch-Ⅲ 예산으로 4295억원을 우선 배정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2번함 건조 사업은 대형 군함을 만들어 본적 없는 삼강M&T가 수주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회사는 STX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문을 인수해 방위사업 시장에 뛰어든 중견 조선업체다. SK에코플랜트에 인수돼 현재는 SK그룹 계열사다. 3900억원 규모 사업에서 당시 삼강M&T는 3353억원을 써내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예가 대비 547억원, 경쟁사 대비 148억~162억원 낮은 ‘저가 투찰’을 통해 승자가 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가 가능했던건, ‘적격심사제도’ 때문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보통의 방위사업은 제안서 평가를 한다. 가격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의 건조 실적, 보유 인원,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함정 사업은 다르다. 선도함인 1번함 사업만 제안서 평가를 하고 후속함 사업은 적격심사를 한다. 우선 가격 경쟁을 시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안한 업체를 1순위 업체로 선정한다.
그러고는 적격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업체가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만 심사한다. 선도함 건조 업체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건조하기 때문에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이나 기술력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입찰공고문에서 요구한 분야별 소요 인원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결격’ 판단이 아닌 ‘최저점’을 줘 삼강M&T는 2번 함 건조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논란이 일었다. 조선소 마다 상황이 다르고 공법도 달라 기존 상세설계를 기반으로 생산설계를 다시해 배를 건조해야 한다. 상당한 노하우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1번함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량을 검증받지 않았고 인력도 부족한 업체가 후속함을 수주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사청이 후속함 사업에서도 제안서 평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은 이렇다. 사업 참여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협력 업체 등으로부터 견적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원자재값 급등과 수급 불균형 등으로 2대의 배를 8059억원에 만드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삼강M&T는 이보다 1000억원이나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게다가 가스터빈과 선체고정형음탐기 등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 장비들의 납기 기간이 방사청에서 제시한 일정을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가스터빈의 경우 롤스로이스사로부터 기술을 가져와 현대엔진과 기술협력생산을 진행해야 하는데, 24개월만에 납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방사청과의 계약특수조건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이같은 문제를 강조했지만, 삼강M&T는 24개월에 가능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업계에선 삼강M&T가 2번함 사업에 인력을 전원 투입해 3·4번함 건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방사청은 사업 수주 업체가 제3자에게 완제품을 제조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지만, 일부 부품 또는 공정의 일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공고문에서 정한 직영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외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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