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 우리 현주소는?

김태훈 2022. 9.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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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50∼1953년의 6·25전쟁을 치른 후 그때처럼 북한이 또 기습남침을 단행할 것이란 가정 아래 북한과의 전면 지상전에 대비한 육군력 건설에 사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병력 규모와 장비 면에서 육군은 '자주국방'을 외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으나, 해군 및 공군의 경우 여전히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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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생존·번영 달린 바닷길 과연 안전한가
'해양굴기' 中, 美 해군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
日 해상자위대, 규모 작아도 첨단무기로 무장
"주변국 봉쇄 위협 맞서 '해상교통로' 지켜야"
2020년 미국 중심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2020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하는 우리 해군의 서애류성룡함이 하와이를 향해 출항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상교통로 : 봉쇄의 유용성과 그 경제적 효과/최영찬/북코리아/2만원
#1. 지난 8월 4일 중국군은 대만 주변 6개 구역의 해역과 공역에서 대대적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이틀 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훈련이 대만섬을 ‘봉쇄’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유사시 미국 군사력 등 지원 병력의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대만 주요 항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군사적·경제적으로 대만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꼭 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등 수출로 먹고사는 대만에 중국의 해상봉쇄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2.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흑해에 해군력을 집결시켰다. 흑해에 면한 우크라이나 항구도시들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로선 밀을 비롯해 자국에서 생산한 곡물을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할 길이 막혀버렸다. 이에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우크라이나산 밀에 식량을 의존해 온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읍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유엔의 개입 덕분에 지난 7월 22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됐으나 푸틴이 언제 또 바닷길을 막아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안전한 해상교통로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신간 ‘해상교통로 : 봉쇄의 유용성과 그 경제적 효과’에 시선이 끌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호위함 ‘이즈모’. 헬기 외에 전투기도 이착륙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으로의 개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은 1950∼1953년의 6·25전쟁을 치른 후 그때처럼 북한이 또 기습남침을 단행할 것이란 가정 아래 북한과의 전면 지상전에 대비한 육군력 건설에 사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병력 규모와 장비 면에서 육군은 ‘자주국방’을 외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으나, 해군 및 공군의 경우 여전히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책은 한국에게는 ‘생존과 번영의 창’이나 다름없는 바닷길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지 질문을 던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해군력은 주변국에 크게 뒤진다. 중국 해군은 진작 항공모함을 갖추고 이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해졌다. 섬나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규모는 작아도 보유한 무기의 성능이 우리를 압도한다. 이들 국가가 군사적·경제적 목적에서 한국을 굴복시킬 목적으로 해상봉쇄를 동원하는 경우 우리는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
최영찬/북코리아/2만원
해상봉쇄는 전쟁 장기화의 상황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독일을 겨냥한 영국의 해상봉쇄는 독일의 전쟁 수행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결국 연합국 앞에 무릎을 꿇도록 만들었다. 2차대전(1939∼1945) 초반 영국은 독일 잠수함 ‘유보트’가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가는 화물선들을 잇따라 침몰시키자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 부족에 시달렸다.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가 훗날 “대전 기간 중 나를 정말 두렵게 만든 것은 단 한 가지, 유보트였다”고 회상했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 태평양에선 미국 해군이 일본의 해상교통로를 완전히 차단해 일본을 석유 한 방울 구하기도 힘든 처지로 몰아간 끝에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책은 해상교통로 봉쇄가 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얼마나 유용한지 분석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국이 한국의 해상교통로를 봉쇄하고 나설 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해군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분쟁이나 충돌이 발생한 해역으로 신속히 출동해 우리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동함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현 윤석열정부 들어 ‘재검토’ 대상이 된 경항공모함 사업도 다룬다. 해군력을 중시하는 필자는 당연히 기동함대의 중추로서 경항모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자들도 책을 한 번 읽어보면 경항모 사업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중국 해군이 처음 보유한 항공모함 ‘랴오닝’. 중국 해군은 군함 숫자 등에서 미국 해군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해군 대령으로 현재 합동군사대학교에서 장교들한테 전략학을 가르치고 있다. 해군본부, 해군작전사령부,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을 거쳤으며 한남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해상교통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2020), ‘미래전과 동북아 군사전략’(2022) 등 다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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