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에..이준석 "스토킹 살인이 왜 페미니즘 근거냐" 발언 재조명

2022. 9.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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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발표 '스토킹 반의사불벌 폐지'..작년 12월 이수정 발표 尹캠프 공약에 이미 포함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신당역 살인사건에 대해 사회 각계가 추모의 념을 보내며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나아진 게 무엇이냐'는 무력감마저 토로하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스토킹 살인사건은 한국사회 성차별 현실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변한 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6일 트위터 등 SNS에는 "얘 과거 발언 봐 봐라",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할 말이 없고 입 닥치고 있어야 하는 정치인이 이준석 아닌가"라며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조명한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21일 당시 이른바 '중구 오피스텔 사건' 직후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SNS상으로 논쟁을 벌이며 "선거 때가 되니까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그 이튿날인 같은달 22일, 당 최고위 회의장 앞에서 <프레시안> 기자가 해당 글에 대해 '스토킹 살인은 명백히 성차별에 기인한 문제 아니냐'고 묻자 "그것(사건)에 대한 답을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문제"라며 "그런 범죄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게 왜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 근거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스토킹 살인의 배경에 성차별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는 재질문에는 "그것 자체가 어떤 개연성인지 장 의원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의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주의 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일(스토킹 살인)이 발생했다고 하는 인식 자체가 비약"이라고도 했다. (☞관련 기사 : 이준석 "스토킹 살인, 그게 왜 페미니즘 해야 하는 근거냐")

이 대표는 앞서부터 수 차례 안티-페미니즘, 즉 반(反)여성주의적 인식을 보였고 이는 그의 정치적 '자산'이자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작년 5월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밤길을) 걷기 싫은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 의식'"이라는 주장을 했다. 당시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이 대표는 <한경> 인터뷰 때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있다"고 했지만, 이후 중구 오피스텔 사건 등 '소설과 영화가 아닌 근거'들이 발생해도 이는 외면했다.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에도 자신의 과거 발언들에 대해 해명하거나 철회하기는커녕,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 반여성주의 의제를 주도했다.

오히려 당 내에서 페미니즘에 우호적·동정적인 발언이 나오면 "복어 독을 믹서기에 갈았다"고 독설을 퍼붓고, 이수정 경기대 교수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의 대선 선대위 영입에도 앞장서 반대해 왔다. (☞관련 기사 : 이준석, '안티페미' 하다 하다 이젠 "이수정 교수 영입 반대")

특히 이번 신당역 사건 이후 법무부가 부랴부랴 발표한 대책을 보면,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 내보내다시피 한 이수정 교수가 '윤석열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마련하고 발표했던 공약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법무부는 이날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고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하는 등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토킹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구속영장도 적극적으로 청구하겠다는 내용도 법무부 대책에 포함됐다.

2021년 12월 10일 당시 윤석열 캠프의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은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현 국토부 장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약자동행 범죄 피해자 보호' 정책공약 발표에서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 당시 공동위원장은 "스토킹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최근 안타까운 사건(중구 오피스텔 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스마트워치의 위치추적이 부정확해 또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고 지적한 뒤 "가해자에게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도록 하겠다. 경찰에 전자감시관제센터를 마련하고, 정확한 위치추적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윤석열측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그러나 이수정 교수는 2022년 1월초 윤석열 캠프 선대위 개편 때 선거 지휘부인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선대본 여성본부 고문'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났고 같은달 18일을 전후해 고문직에서마저 해촉됐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한창이다가 막 수습됐던 시기로, 2021년 12월 초의 '울산 회동' 이후에도 계속되던 갈등이 이준석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12.21)로 극에 달했을 때다. '이준석 2차 당무거부 사태'로도 불린 이 국면은 1월 6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포옹으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앞서 1월 3일 선대위 쇄신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낸 김병준·김기현·조경태·김도읍·박주선·김민전·이수정·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 가운데,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이후 선거 일선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은 이수정 교수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달래어 '품기' 위해 이 교수를 사실상 선대위에서 내쫓은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국민의힘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개선에 관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당시 정책총괄본부장(현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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