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국 묘사 발끈한 수리남 장관에.. 현지에선 "우린 매일 영화처럼 산다"
수리남 외무장관이 자국을 마약과 부패에 찌든 국가처럼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 제작진에 대해 공개 항의한 가운데, 수리남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장관의 이런 대응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드라마 ‘수리남’은 개연성 있는 영화라면서, 여태 자국 내 마약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2일(현지 시각) 앨버트 람딘(Albert Ramdin) 수리남 외교·국제경제·국제협력 담당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드라마 ‘수리남’ 제작진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마약을 거래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형편없이 묘사됐고(poorly portrayed)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람딘 장관은 “수리남은 부단히 노력해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냈고, 더 이상 마약 국가가 아닌데 묘사가 부당했다”며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는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관한 문제다. 드라마로 인해 수리남이 또다시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람딘 장관은 수리남 제작진에 항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리남 정부는 한국 정부와도 좋은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당국자들과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해 정부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수리남은 한국과 1975년 11월부터 수교하고 있다.
수리남의 일간지 De West는 이런 람딘 발언을 보도하고 페이스북 게시물로도 올렸다. 그러나 수리남 국민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되레 장관의 발언을 조소하면서 댓글을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게시물은 150개 넘는 댓글이 달렸고 100회 넘게 공유됐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수리남은) 진실을 알려주는 영화다. 장관이 자기 스스로를 놀리는 중”이라고 적었다. “우리는 매일 영화 속에 살고 있다” “진실은 어렵고 예쁘지 않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어라” 같은 반응도 있었다. “허구에 기반을 둔 영화를 비판하기보다는 나라의 현실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라” “항의 편지를 제작자에게 쓸 게 아니라 마약 유통 마피아에게 써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인 중남미 마약왕’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수리남’은 브라질 북쪽 인구 58만여명의 소국인 수리남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 사건을 그린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다. 영화에서 수리남은 온갖 마약 거래가 판치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밀매 조직과 깊게 연루된 국가로 묘사된다.
마약 업자가 대통령궁까지 찾아가 뇌물을 상납하고, 대통령이 마약 업자 요구에 따라 군대 투입을 지시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마약왕’ 조봉행씨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 정부의 항의와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나 단체의 명예 같은 것들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어 창작자로서 무척 고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 수리남 외교를 겸임하고 있는 주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은 드라마 ‘수리남’ 방영 이후 현지 교민들에게 13일(현지 시각) 안전 공지를 통보한 바 있다. 주베네수엘라 대사관 측은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 여러분께서 드라마 방영 여파로 많이 곤혹스러우실 것으로 짐작된다”며 “한인 여러분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되는바, 대사관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주 베네수엘라 대사관의 수리남 약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수리남 현지 교민은 4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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