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은, '우량여신 이관' 영향 분석.."금융위 요청"도 명시

'우량여신 시중은행 이관 논란'에 대해 KDB산업은행이 자체 진행한 사항이라고 해명했으나 내부적으로 이관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 분석까지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량여신 판별 기준을 마련한 이유도 금융위원회 요청이라고 내부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등 금융당국과 산은은 모두 이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1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산은 정책기획부문은 우량·성숙 기업여신을 판별하는 기준 3가지와 우량고객 리스트를 만들고, 관련 부서에 판별 기준별 리스크와 우려사항 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재무와 리스크 담당부서에는 재무·리스크 영향 분석을, 기업금융과 중소중견금융부문에는 시나리오별 우려사항과 현업 차원에서 의견제시 등을 부탁했다. 우량·성숙 여신을 이관하면 대출 감소뿐만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과 무역금융 등 영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예시로 제시됐다.

리스크 점검 요청을 하면서 우량·성숙 여신 판별기준을 마련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금융위가 정책금융 역할재편을 추진 중이고, 정책금융기관의 우량·성숙기업 여신을 시중은행 앞으로 이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신 판별 기준 수립에 대한 의견을 산은에게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산은은 "우량·성숙 여신과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별기준 등 실무적인 수준의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코자 내부 회람했으나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에 이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며 "관련 내용을 추가로 검토·보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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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영업자산 이관 시나리오 작성…현대차·LG전자·삼성물산 여신, 우량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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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산은의 '영업자산 이관 시나리오'에 따르면 산은은 전체 영업자산 243조7000억원 중 이관 대상이 되는 자산 규모를 106조5000억원으로 봤다. 이 중 신용등급, 업력, 상장여부, 여신규모 등을 기준으로 우량·성숙 여신 분류할 수 있는 기준 3가지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별로 △첫 번째는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 상장, 500억원 이상의 거액여신 △두 번째는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 △세 번째는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를 만족하는 차주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전자, LG화학, 삼성물산, 현대제철 등 기업 19곳으로 보유 여신 규모는 5조3000억원 규모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충족기업이 87곳, 여신규모는 9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세 번째 기업에는 SK하이닉스, GS칼텍스가 추가되고 22곳, 여신규모는 18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 외에 기업은행도 IBK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역할재편' 관련 문건 작성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국책은행 우량여신 매각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국책은행의 우량거래처를 시중은행에 이관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실무자급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현실성이나 효용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량 거래처를 넘긴다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아무런 실체가 없다"며 "그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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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