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금의환향 '오징어 게임'..황동혁 감독 "평생 기억에 남을 1년의 여정"
16일 낮 12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진행됐다.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 게스트상 수상자 배우 이유미, 프로덕션디자인상 수상자인 채경선 미술감독, 시각효과상 수상자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스턴트퍼포먼스상을 수상한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 등이 참석했다. 배우 이정재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 일정으로 이날 미리 준비된 영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5일 열린 제 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에서도 프로덕션디자인상·스턴트퍼포먼스상·시각효과상·여우게스트상(이유미) 등 4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오징어 게임'은 올해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오르며,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또한, 이정재와 이유미는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배우상을 수상했다.
-금의환향을 기다린 한국 팬들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황동혁 감독 "내일이면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공개된 지 딱 1년이 된다. 이런 순간에 뜻깊은 자리에서 많은 트로피와, 수상한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자리하게 돼 영광스럽다. 평생 기억에 남을 1년의 여정이 된 것 같다."
김지연 대표 "내일이면 공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 걸 기념해서 좋은 자리에 올 수 있게 되기까지 너무 힘들고 놀랍고 기쁘고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좋게 마무리해서 기쁘고 감사드린다."
이유미 "에미상을 받고 이 자리를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채경선 미술감독 "촬영하며 김지영 대표님과 '잘 만들어서 에미상 한 번 가보자'고 했는데, 그 말이 이뤄져서 행복하고 울컥했다. 이 작품을 함께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
정재훈 슈퍼바이저 "황동혁 감독님과는 세 작품 정도 했다. 항상 재미있고 행복한 현장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정말 행복하다. 전 세계인이 볼 수 있게끔 기회를 만들어준 넷플릭스에도 감사하다. 황 감독님이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심상민 무술팀장 "좋은 작품에 참여해 좋은 결과를 이뤄내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태영 무술팀장 "끝까지 안 죽고, 살아남으려고, 안 죽는 스턴트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미나게 작품 끝내고, 좋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김차이 무술팀원 "에미상에서 스턴트 부문이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 상을 받게 돼 너무나 영광이다. 앞으로도 더 활발하고 안전하고 열심히 촬영해서, 더 좋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남우주연상으로 이정재가 호명됐을 때 어땠나.
이정재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내 이름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얼떨떨하다. 한국의 많은 동료로부터 축하 문자가 많이 와서, 일일이 감사 답장을 쓰니 조금 실감 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시청자 여러분에게 더욱 감사드리고 있다."
이정재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뉴스가 나왔고, 또 많은 어워즈에서 상도 받았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기쁜 일은 한국 콘텐트가 이렇게 많은 세계인과 만나고, 사랑받고, 이렇게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미다. 앞으로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트가 나와서 더 많은 한국의 훌륭한 필름 메이커들과 배우들이 세계인들과 만날 자리가 있기 바란다."
-앞으로의 행보는 무엇인가.
이정재 "'헌트'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고, 연출과 제작까지 하며, 저 역시 한국 콘텐트 '헌트'로 많은 세계인과 막 만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더 크고 의미 있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을 깊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정우성과 같이 다음 콘텐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당연히 좋은 캐릭터와 연기를 선보여야 할 것이고, 제작과 연출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콘텐트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전 세계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이정재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전 세계 팬 여러분 너무 감사드린다. 모든 영광은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으로 이뤄진 것이다. 시즌 2를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김지연 대표 "'남한산성'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다른 거 없냐.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냐'며 농담을 던지고 있었을 때다. 그때 넷플릭스가 들어와서 '킹덤'을 볼 수 있었던 시기다. 그때 감독님이 '오징어 게임' 대본을 보여줬다.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웠던 건 아니다. 아이들 게임을 목숨 걸고 하고, 살아남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 '만약 나라면'이라는 대입을 할 수 있었던 게 재미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K-콘텐트의 인기가 계속 유지되려면, 제도적으로 어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까.
황동혁 감독 "작품 고민하기 바빠서, 제도적 고민까지는 잘 못 하고 있다. 옛날에 극장 영화를 생각했다가, 많은 한계에 부딪혀서 포기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글로벌 플랫폼의 탄생이 '오징어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계기다. 붐이 찾아왔다. 많은 나라에서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한식까지도 어느 도시에서나 '핫'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더라. 이 붐을 타고 열기를 이어나가려는 많은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들이 많이 노력한다면 붐이 이어지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지연 대표 "공개 3일 만에 미국에서 1등을 하고,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바뀌었구나'를 느꼈다. 정말 다른 세상이 왔다는 걸 센 충격으로 느꼈다. 딱 1년 전에서야 체감했던 변화다. 다들 그랬을 거다. 그런 일이 벌어진 지 불과 1년밖에 안 됐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단계인 것 같다. 'K-무엇'을 만들자고 의도를 가지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유형, 무형의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K-콘텐트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황동혁 감독 "'갑자기 K-컬쳐가 부각된 이유가 무엇인지' 많이들 물어보더라. 항상 대답은 그랬다. 우린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한국은 그렇잖나. 수출 위주의 나라다. 작은 반도에 갇혀서 만족하기보다는, 해외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나라였다. 문화 상품도 마찬가지다. K-팝도 해외 시장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그것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서, 한 번 꽃이 필 때가 온 것이 아닐까. K-콘텐트가 무엇이 다르다기보다는, 영미권을 제외한 나라의 콘텐트를 보면 한국 콘텐트의 레벨이 굉장히 높다. 치열하게 다이내믹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안에서 생겨나는 작품의 내용이 치열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높은 질과 더불어서 그런 것들이 한국 콘텐트가 사랑받게 된 계기가 된 게 아닐까."
-가장 받고 싶었던 상은 무엇이었나.
황동혁 감독 "물론 제일 받고 싶은 상은 작품상이었다. 마지막 시상식이어서, 다 같이 무대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런 순간이 한 번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발표할 때, '에스' 발음이 나오길래 '스퀴드'라고 생각했는데 '석세션'이더라. 약간 실망했다.(웃음)"
-못다 한 소감 있나.
황동혁 감독 "너무 많다. 어머니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다. 같이 온 분들, 오지 못한 모든 분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감독상이라는 게, 결국 모든 부분이 조화가 좋았다는 이야기다."
-시즌 2 계획은.
황동혁 감독 "내년에 촬영하게 되지 않을까. 내후년에 아마 공개할 것 같다. 2년은 걸릴 것 같다. 지금 한창 대본을 쓰고 있는 와중이다. 그다음엔 영화를 하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근데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시즌 2를 쓰고, 찍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다. 일단 앞에 있는 것부터 잘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시즌 2가 아니라 다른 영화를 먼저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황동혁 감독 "먼저 '오징어 게임2'를 해야 한다. 내년에 촬영하고 내후년에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한창 대본을 쓰고 있다. 텀이 길어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지나면 이정재나 배우들이 갑자기 확 늙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 전에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에미상 수상 이후 시즌 2 준비하는 부담감이 더해졌나.
황동혁 감독 "부담이야 모든 작품을 할 때 다 있다. 부담은 친구처럼 지고 가는 거다. 시즌 1에서도 말도 할 수 없는 부담을 지고 만들었다. 부담은 때론 큰 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그런 거니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황동혁 감독 "지영이는 살리고 싶은데, 그나마 지영이와 친했던 새벽이도 죽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배우들을 다 죽여버려서, 특히 사랑받고 배우들이 다 죽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다 죽였다. 죄송하다. 현재 고민하고 있다."
-시즌 2 제작비에 관해 넷플릭스에 요청한 것이 있나.
황동혁 감독 "당연히 시즌 1의 성공 덕분에 제작 조건은 좋아질 거다. 좋은 조건과 좋은 이야기로 넷플릭스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시즌 2에는 어떤 게임이 나오나.
황동혁 감독 "게임은 다 만들었다. 죄송하지만, 공개는 불가능하다. 미리 그걸 알면 재미없다. 정보를 캐냈다 해도 기사화가 안 되면 좋겠다."
-폭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황동혁 감독 "걱정하시는 부분은 잘 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트다. 그렇다고 폭력이 들어가지 않을 순 없다. 폭력을 통해 의미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폭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심의 등에 의해 걸러져야 하는 부분이다. 폭력을 위한 폭력이 아니다. 사회적 폭력, 경쟁사회에서의 사회적 폭력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물리적 폭력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큰 변화가 있었나.
황동혁 감독 "제일 큰 건 이가 많이 사라져서 제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못 먹는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게 제일 크게 불편해진 것 같다. 많이 도망다닌다. 그래서 미디어에 잘 안 나가고 있다.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져도 도움되는 부분이 조금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에미상 때문에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오늘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데 길에서 누가 인사를 하시더라.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야 할지를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다."
김지연 대표 "계약 내용 디테일을 공개할 순 없지만, 시즌 1의 IP 이슈가 제기된 건 알고 있다. 시즌 2를 계약하며 조건을 좋은 방향으로 올리며 '굿딜'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IP 소유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말하면 돈을 대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사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며 시작된 이슈인 것 같다. 여러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사실 제작사가 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초반에 들어갈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할 길이 열려야 한다."
황동혁 감독 "유명 외국 배우의 출연 계획은 없다.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진 않다. 시즌 3를 하게 돼서 무대가 바뀐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시즌 2도 한국이 배경이기 때문에 외국 배우가 나올 일은 없다. 외국 배우들도 많이들 좋아해 줬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징어 게임'에 나오고 싶다'곤 하더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팬이라고 하더라. 우리끼리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락을 해볼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 인사.
이유미 "제가 에미상을 받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어느 순간 이 자리에 앉아서 축하를 받고 있다. 영광이고 행복하다."
황동혁 감독 "보통 잘 되면 관심이 주연 배우나 감독에게만 쏠리는데, 이번엔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스태프 부문 시상식이 먼저 열려서 상을 받았다. 먼저 좋은 소식이 들려서, 그게 배우와 감독에게까지 이어진 것 같다. 일련의 과정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모두가 같이 주목받을 수 있어 1년 여정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빨리 행복함을 떨쳐버리고, 다 묻고 집필 작업에 매진하려고 한다. 2년 후에 나오게 될 시즌 2도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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