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정조의 애민사상을 만나는 새로운 곳, 시흥행궁전시관을 가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조선 22대왕 정조는 24년의 재위 기간 동안 경기도에 흩어져 있는 왕릉을 방문하는 행차를 66회나 한 군주였다.
이러한 행차를 능행(陵幸)이라 하는데 정조는 능행을 통해 백성의 삶을 살피고 선왕에 대한 효성을 표현해 왕위 계승의 정통성도 함께 강조했다.
국왕의 능행은 여러가지 진풍경을 연출했다. 능행이 있을 때마다 이를 구경하는 백성들이 등장했고 왕과의 즉석 대화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들을 '관광민인'(觀光民人)이라고 불렀다. 그리하여 능행일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국왕을 보러 왔으며, 행차에 방해가 되는 경우 외에는 나무 위든 지붕 위든 어디에서든지 자유로운 자세로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정조는 이처럼 백성을 뜨겁게 사랑했던 애민 군주이기도 했다.
행궁은 왕이 능행길에 머물렀던 궁이다. 정조가 화성에 위치한 생부 장헌세자(莊獻世子)의 현륭원과 건릉(健陵)에 가면서 거쳐 가던 곳이 바로 시흥행궁(당시 경기도 시흥군.현재의 금천구 시흥5동)이다.
당시 기록에는 행궁의 규모가 114칸이었고 정조의 화성 능행 이후에도 존속됐으나 철종 때 소실됐다는 내용이 있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원래 금천(衿川) 혹은 금양(衿陽)이라고 불렸던 시흥군은 시흥로의 개설과 함께 시흥행궁이 세워지면서 시흥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지난 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금천구 일대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가꾸고자 금천구 시흥행궁지 일대에 대한 지표조사와 문헌, 회화자료를 조사했다.
시행행궁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는 '화성능행도병'(華城陵幸圖屛)의 '시흥환어행렬도'(始興還御行列圖)'다. 이 그림에 따르면 시흥행궁 뒤로는 산이 있고 앞은 비교적 넓은 대로에 연결된다. 행궁 입구에는 커다란 홍살문이 세워져 있으며 행궁 주변을 둘러싸고 삼엄한 호위를 하고 있는 군사들이 서있다. 이 그림에 묘사된 시흥행궁의 정문은 정면이 3칸에다 가운데 칸은 솟아 있어서 솟을삼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금천구는 정조 화성 행차의 중요지점이자 백성들과의 소통공간이었던 시흥행궁을 기념하고, 금천구의 역사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흥행궁전시관을 조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2년 7월 시흥행궁전시관이 개관했다.
시흥행궁전시관은 시흥5동 복합청사 1층과 6층에 위치하며, 6층에는 전시실과 전망대, 1층에는 아카이브실로 구성했다. 특히 전시실은 최신 유행하는 실감영상관을 메인으로 정조 화성 행차의 목적과 시흥행궁을 강조하고, 금천구 시흥행궁 복원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내용으로 꾸몄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개관식에서 "역사의 향기와 문화가 흐르는 도시가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문화 교육의 현장으로 삼고자 전시관을 개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일요일은 휴무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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