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수상' 황동혁 감독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포주의..떠들면 내 입 막아주길"[종합]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 수상작이 된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수상 소감과 더불어 시즌2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16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황동혁 감독, 제작사 싸이런 픽쳐스 김지연 대표, 배우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했다.
이날 김지연 대표는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3일 만에 미국에서 1등, 1주일 만에 전세계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되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예전같이 보고 즐기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 왔다는 걸 가장 센 충격으로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작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 '남한산성'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 못했다. 감독님에게 '뭐 다른것 좀 없으시냐.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농담 비슷한 얘기 던지던 즈음에 넷플릭스가 들어왔다. 저희가 '킹덤'같은 시리즈를 볼 수 있던 시절에 '오징어 게임' 대본을 보여주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애들이 하는 게임을 목숨을 걸고 한다? 살아남으면 인생 바꾼다는 상황 자체가 재밌었다.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큰 질문으로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재밌게 다가왔다. 보통 일본의 서바이벌 물은 내가 들어가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지 않나. 바로 죽을 것 같은데 '오징어 게임'은 게임이 쉽다 보니까 '이런 것은 쉬우니까 나도 운 좋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모티프가 재밌었다. '한 번 해볼까요' 했다. 그런데 얘기가 길고 등장 인물이 많으니까 시리즈가 좋을 것 같다는 상의 끝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시상식 당시를 회상하며 "물론 제일 받고 싶은 상은 작품상이었다. 다른 의미는 아니고 마지막 시상식이고 마지막이어서 다같이 무대에 간 팀들이 작품상을 받으면 다 올라가지 않나. 다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이 한 번쯤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상을 받았으면 어떨까 했다. 발표하는데 S발음이 나와서 '스퀴드' 하는 줄 알았는데 '석세션'이어서 약간 실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담감 때문에 머리가 하얘졌다"는 황 감독은 "다음 작품은 '오징어 게임2'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 촬영하고 내후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2년은 걸릴 것 같다. 지금 한창 쓰고 있다. 그 다음엔 영화를 하나 해볼까 하는데 그건 너무 먼 얘기다. 오징어 게임을 다 쓰고 찍고 하면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다.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 못하고 있다. 앞에 있는 것이나 잘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른 영화를 하고 나면 너무 사이가 벌어진다. 시즌 사이가 너무 벌어지면 그 사이 정재 씨를 비롯한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 있어서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배우들을 어떻게 하다가 다 죽어버렸다. 사랑 받던 배우들이 다 죽었다. 이렇게 될줄 모르고 너무 쉽게 죽었다. 지금 고민 중이다"라고 털어놔 폭소를 안겼다.
이밖에 유명 외국 배우 출연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는 없다.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혹시 시즌3가 돼서 무대가 바뀐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시즌2 배경 한국이라 갑자기 유명 배우가 나올 일이 없다. 해외에서도 많은 배우들이 '오징어 게임'을 좋아해주셨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너무 팬이라고 말씀 많이 해주셨다. 우리끼리 나중에 기회 되면 디카프리오에게 연락을 해볼까 그런 얘기도 많이 했다. 많은 배우들이 너무 사랑해주시는 건 맞다. 구체적으로 '내가 나가 볼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시즌2의 제작 규모와 IP관련, 김지연 대표는 "시즌1의 IP에 많은 이슈가 제기된 것은 알고 있다. 시즌2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시즌2의 조건을 좀 더 좋게 올리면서 저희와 넷플릭스 서로 나쁘지 않은 '굿딜'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IP 소유에 관한 얘기들은 돈을 대는 사람과 이걸 만드는 사람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것이다. 제작사가 힘을 갖는게 중요하다. 초반 자본에 대한 길을 열어가는게 중요하다.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콘텐츠 기획을 했기에 그런걸 버틸 힘이 없었다. 좀 더 활성화 한다면 국가적으로나 민간 투자 하시는 분들이 과감하게 투자해주신다면 제작사가 자기 자보을 가지고 들어올 때 훨씬 얘기가 쉬워지는 경우가 많다. 저도 그런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 역시 "오징어게임2의 제작비나 제작조건은 더 좋아질 것이다. 좋은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잘 얘기하고 있다. 그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즌2에 나올 게임에 대해 그는 "게임은 다 만들었다. 대본을 쓰고 있으니 죄송하지만 공개는 불가능하다. 혹시 흘려 들었다고 해도 진짜 안 알려주시면 좋겠다. 참가자 입장에서 내가 어떤 게임을 할지 모르고 닥치는 순간의 긴장이 재미의 가장 큰 요소다. 스포일러가 되어버리면 재미의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제가 혹시 술자리에서 실수로 떠들더라도 제 입을 막아주시면 감사드린다. 꼭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해 폭소를 자아냈다.
끝으로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이후 달라진 삶의 변화에 대해 "이빨이 사라져 씹기가 힘들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더 이상 못 먹는다. 그게 가장 큰 변화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게 불편해졌다. 미디어에 잘 안나가는 편이다. 배우가 아니라 얼굴이 알려지는 게 도움되는 부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에미상 때문에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다. 이 상황에 제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야 할지 가장 큰 고민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이제 빨리 이런 즐거움과 행복함을 떨쳐버리고, 다 잊고 집필 작업에 매진하려고 한다. 한 2년 후에 나오게 될 시즌2를 많이 기대하시고 기다리고 계실 여러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지금 한창 글을 쓰다가 가서 리듬이 다 깨졌다. 빨리 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음 작품으로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기다리시는 분들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미국 TV부문 최고 권위 시상식인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 수상 기록이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5일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는 이유미가 여우게스트상을 수상했으며, 프로덕션디자인상,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오징어 게임'은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의 영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LA시의회에서 '오징어 게임'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며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선포하는 등 명실상부 전세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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