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잔 밥 잘해야" "뒤태 예술" 아직도 이런 말 한다,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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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나 예비 부부의 일상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소현 한양대 강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22 성평등 미디어 포럼'에서 지난해 1월∼올해 6월 공중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한 부부 관찰 예능 프로그램 6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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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예능선 성역할 종용하는 사례 여럿
성별 고정관념 재생산하는 스포츠 예능
#1 지난 1월 당시 결혼을 앞둔 여성과 남성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두 사람은 남성 출연자의 아버지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남성 출연자 아버지는 여성 출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자는 집밥을 잘 해주고 신랑한테 잘해야 돼.”
#2 지난 6월 방영된 다른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기혼 여성이 출연했다. 그런데 남편 어머니는 이 여성에게 “남편을 가게에서 일하게 해놓고 넌 돈도 몇 푼 벌지도 못하는 걸 종일 잡고 있다”, “남자가 안 풀리면 여자라도 야무지게 해서 분수대로 살아야 할 텐데”라는 말을 하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부나 예비 부부의 일상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소현 한양대 강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22 성평등 미디어 포럼’에서 지난해 1월∼올해 6월 공중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한 부부 관찰 예능 프로그램 6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이들 프로그램에서 가사노동을 아내의 덕목으로 부추기고, 결혼한 여성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을 종용하는 양상이 많이 발견됐다. 이소현 강사는 “아이를 돌보고, 등교시키고, 남편을 챙기는 일이랄지 밥을 잘 차리는 일 등 오랫동안 바람직한 아내 역할로 강조됐던 역할을 부추기는 양상이 두드러졌다”며 “여성이 남편과 가족 전체를 위해서 자아실현 욕구를 누르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뒷전으로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 전개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이 아내의 외모를 평가하고 외적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여성의 외모 관리를 아내의 덕목으로 위치시켜 계속 강조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성이 출연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다수의 프로그램이 ‘스포츠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분석한 이경희 서울여성회 사무국장은 “남자다운 남자를 강조하거나 위계와 서열을 강조하는 모습, 외모 지상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이 다수 나타났다. 특히 남성들이 출연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모 평가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약한 몸을 가진 남성을 ‘순두부’라는 부르는 등 체력이 약하거나 운동을 못 하는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과 자막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나이와 지위, 메달 획득 여부로 위계를 형성하는 모습은 남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견되는 두드러진 점이다. 이경희 사무국장은 “특히 인기 스포츠 분야에서 금메달을 딴 일이 남성들 사이에서 권력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형성된 위계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엄마’나 ‘마음이 약해서’라고 표현하면서 여성의 역할, 태도와 연결한다. 사람 간에 위계가 있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차별이나 폭력이 당연한 것처럼 표현되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의 특성을 낮은 위치, 부족함, 열등함이라고 보는 점에서 훨씬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YWCA)는 지난 7월 메타버스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2차 저작물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게임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2차 저작물 유튜브 영상 426편(38개 채널)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여성 캐릭터를 가리키며 “뒤태가 예술”, “뽀뽀를 하려면 게임 끝나고 해야겠다”와 같은 말을 하는 등 여성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 하거나 여성 캐릭터의 외모를 평가하는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속옷만 입고 있는 여성 캐릭터에게 남성 캐릭터가 다가가 “얘 제 마음대로 해도 돼요?”라며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유튜브 영상도 있었다. 김예리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 사회운동국 부장은 “영상 제작자와 영상 플랫폼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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