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공갈·내로남불에 정치 실종..관용이란 말도 아깝다
'이재명 리스크' 野, 김건희 특검 더해 순방 트집
약점 협박술만 구사..김정숙·영수회담 내로남불
與도 '비대위 법정行' 이준석 前대표에 몸살
피해자만 자처..경찰소환에도 이중적 행태
거대양당이 참 시끄럽다. 외치·내정이 중심 의제도 아니고, 최근의 정치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무늬만 무소속'을 포함한 170석대 공룡야당은 대한민국이야 어찌되든 새 정부 발목을 꺾을 기세다. 집권초 낮은 국정지지율 조롱과 탄핵 겁박이 잦은가 하면, 전례 없는 영부인 공세도 연출한다. 일찍이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 인물을 당헌까지 고쳐 새 대표로 옹립해놓고 야당탄압 정권이라 탓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전직 대표는 원하는 바를 관철할 때까지 대통령을 거악(巨惡)으로 프레이밍하고 당을 멈춰세워 투항시키겠단 태세다. 정도가 심해질수록 민생은 실종되고, '그들만의 언어'로 빠져드는 데다, 그들이 덕을 보고 있던 '관용'의 영역을 좀먹고 있다.
중심 인물들로부터 자해공갈식, 내로남불 레토릭까지 난무하니 대중의 피로감이 가시화한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실시, 16일 발표된 주례여론조사 결과(지난 13~14일·전국 성인 최종 1071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무선전화 임의걸기 100% ARS·응답률 3.2%·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백현동 개발 관련 대선 기간 허위사실공표 혐의) 기소'에 관해 '정당하다'는 응답이 48.2%로 '부당하다'(43.9%)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44.0%가 민주당 지지층, 더 적은 39.1%가 국민의힘 지지층이지만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령별 20·30대, 60대 이상 계층에선 정당한 기소란 의견이 과반이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약점으로 여기는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하자 응답자 56.7%가 찬성할 정도로 동조한 민심이지만, 야당 대표에 너그럽지만도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소시효 만료 앞 검찰 소환 통보를 "이제 전쟁입니다"라고 정쟁화하며 영부인 범죄자 각인에 천착해왔다.
친문(親문재인)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8~24일 영미권 순방 일정에 "김건희 여사도 같이 가시던데 왜 꼭 같이 가야 되냐"고 따졌다. 그러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4일 CBS 라디오에서 김정숙 전 영부인을 거론 "외교를 빙자해 해외 유명 관광지란 관광지는 모두 돌아보신 바 있다"며 '목적 불명'의 인도 단독순방 사례를 상기시켰다.
당 '대통령실의혹진상규명단'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전날(15일) MBC 저녁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이야기들이 실제로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이런 일까지 있나' 싶은 정도"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불소추특권의 현직 대통령도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 고발했다. 이조차 김건희 여사가 걸친 장신구가 대선후보 재산 등록이 안 됐다는 게 소재다.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의 70억대 신고재산 대부분을 차지한 자산가란 건 낯설지 않다. 재산신고가 '대형비리'인지는 모르겠다. 대통령·후보 부인들 행실을 다 뜯어보자면 국민 혈세와 선거개입 의혹이 걸린 일이 앞선다. 수백벌 옷값 의문 속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과 '경인선 가자' 사건, 경기도 예산·인력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직전 법무부 장관까지 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를 가동해 동분서주해왔고, 이 대표는 14일 "정부도 정쟁 또는 야당탄압, 정적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탄압을 호소했다. 뒤늦게 '민생경제위기대책위'를 새 대표 '1호 지시'로 추어올렸지만, 종전의 경제위기대응특위 등과 차별화는 의문이다.
이 대표는 '민생'을 화두로 회의 발언도 쏟아내지만, 취재진 앞에선 입을 닫거나 '밀치지 말라' 한다. 취임 후 보름여간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 요구를 5차례 쏟아냈는데, 제1야당 대표의 1대1 회담 요구에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이야기"로 일축한 게 3년 전 민주당이다. 이 와중 감사원 손발묶는 '감사완박' 입법에도 뛰어들었으니, 민생 구호가 힘을 잃는다.
여당은 여당대로 혼란이 그칠 길이 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권 정지 상태에서 최고위원단 줄사퇴와 의원총회 결의 이후 비상대책위가 꾸려질 때마다 효력정지 등 가처분을 넣어왔다.
재판부는 절차적 하자를 짚는 대신 상임전국위의 '비상상황' 유권해석을 부정하는 것으로 'N차 가처분'의 길을 텄고, 전날 '정진석 비대위' 위원 전부 직무정지시켜달라는 5차 가처분 신청까지 나왔다. '5년 만의 정권교체'를 왜 이뤘는지, 당정이 어떻게 대통령의 '자유' 철학에 손발 맞출지 머리를 맞댈 틈도 없이 찢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병행하는 여론전은 '소음'이 된 지 오래다. 폭로전에는 실체가 없고, 나갔다 들어온 당을 깎아내리며 사병(私兵)처럼 당원·우군을 모은다. 온라인 '밭갈이'의 현실판이다.
보편복지·보편증세를 밀며 박근혜 정부 여당 원내대표로서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대통령을 저격한 유승민 전 의원이 본편이라면, 그를 능가하는 속편 같다. '개고기·절대자·신군부'에 윤 대통령을 빗대고, 사석에서 자신에 대해 '이XX 저XX' 했다는 '카더라'도 기정사실처럼 말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에서 '여럿으로부터 확실히 들었냐'는 질문에 "뭐뭐뭐 할 XX"라는 말도 들었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질문에 호응하는 답변은 아니다. 윤 대통령 순방 기간 당 중앙윤리위와 비대위가 자신에게 제명 징계를 내려 가처분 재판을 이어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먼저 꺼내들었다. 끊임없이 당을 가해자로, 자신을 책임없는 피해자로 상정해온 것의 연장이다.
이 전 대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등을 두고 "제가 무슨 비대위에 대해서 공세를 했다고 하는 분들인데 저는 아무 말도 안 해요"라고도 했다. 납득 못한 진행자가 "말 많이 하시잖아요. SNS에서도 많이 하시고"라고 꼬집자, "저는 항상 방어적 조치를 취하거든요"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받아 쓰는 매체들 입장도 들어봤으면 한다. 이 전 대표는 16일에도 페이스북에 "안녕하세요 대선승리 일등공신 내부총질러 이준석입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비꼬았다. '누가 윤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기여했느냐'는 미디어토마토 설문 결과 자신이 1위(34.8%)에 올랐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덧붙인 말이다. '윤 대통령의 선거경험이 대선 한번뿐이어서 논공(論功)도 잘 모른다'는 식으로 꼬집던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 53.1%는 윤 대통령을 꼽았고 이 전 대표 17.5%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 8.0%, 안철수 의원 6.2%로 '정권교체론'과 '후보단일화' 효과를 우선시한 당심(黨心)도 존재했다. 민주당 지지층 50.7%가 이 전 대표를 꼽아 '적대감'을 표출했다고만 보기엔, 여당 내분 수습 방향으로 '이준석 체제 인정'(37.5%)을 1순위로 택한 게 야심(野心)이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보름 전(1일) 경찰이 9달 묵은 성접대·증거인멸교사 의혹 '16일 소환조사'를 통보하자 "이재명씨와는 다르게 저는 출석 거부 의사가 없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소환 직전에야 합의된 일정이 아니라며 날짜를 미뤘다.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려주는' 타협과 관용의 정치가 쓸모 없는 시기란 생각이 든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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