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투자 경쟁..내년 하반기 '호황' 맞을까

이인준 2022. 9. 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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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메모리 반도체 빅3, 신규 공장 설립 계획 발표
투자 '봇물' 터지자. 예상 밖 조기 반등 기대 '솔솔'
2025년께 공급과잉 우려…3차 치킨게임은 두고봐야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올 하반기 들어 메모리 재고 증가와 거래가격 급락이 이어지며 반도체 업계의 다운사이클(불황기) 기간이 어느 정도 길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빅3는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연이어 발표해 업황 조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PC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이어질 수 있고, 신규 공장 가동 시기가 한데 몰리며 초과 생산 우려도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후발 업체들의 투자 행보가 공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주(Idaho)의 주도 보이시(Boise)에 D램 반도체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마이크론은 향후 10년간 150억 달러(약 20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 시기는 오는 2025년부터다. 마이크론은 이 뿐 아니라 미국 내 또 다른 D램 반도체 공장도 짓기로 하고, 현재 부지 선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2위 SK하이닉스도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M15' 공장 인근에 메모리 반도체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2025년 초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만 향후 5년간 총 15조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업체들의 이 같은 투자 확대 예고는 메모리 반도체 전방산업인 PC와 핸드폰 등의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최근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13.6%에서 7.4%로 6.2%p 하향 조정하며 내년에는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하는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23년 제한적인 공급 증가로 메모리 사이클의 변동성 축소가 예상된다"며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업황 반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PC와 모바일 같은 컨슈머 제품은 수요 약세 지속이 예상되지만, 내년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며 내년 하반기 중에는 메모리 업황 반등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불황기에 투자를 늘린다는 점에서는 '역발상'이지만, 수년 뒤 찾아올 호황기에 대한 믿음을 갖고 '베팅'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는 반도체 업황 조기 반등 전망에 따른 선제적 투자 성격이 짙다"며 "일시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 공세에 1위 삼성전자도 “꾸준히 투자할 것”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1위' 삼성전자를 향한 추격 의지도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을 거두는 것이 사업 성패를 결정 짓는다.

시장 점유율이 큰 선두 업체가 경쟁에서 더 유리하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1위는 삼성전자로, D램 사업에서 1992년부터 30년쨰 세계 1위고, 낸드플래시도 2002년부터 20년 연속 1위다.

후발 업체들이 불황기 역발상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선두와 격차를 좁힐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후발 업체들이 속도전에 나서며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1위' 삼성전자도 긴장하는 기색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그동안 불황기에는 투자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어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오기도 했다"며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투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3라인에 이어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4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평택 4라인은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적용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의 수요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공장 가동 시점 2025년에 몰려...과잉생산 우려 없나

다만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 능력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들린다.

이번 신 공장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2025년부터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만일 수요보다 생산이 더 많이 늘어 공급과잉이 일어난다면 중장기 투자 계획은 물론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다시 실적 악화를 부르며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전 같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으로 흐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메모리 기술의 첨단화와 기술의 고도화로 출혈 경쟁이 일어나기는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메모리 수요 산업이 PC 시장 뿐이었기 때문에 생존 경쟁을 위해 출혈 경쟁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모바일과 서버 등 수요처가 다양해져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산업의 복잡성이 커져 단순히 제품 하나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 형태로 납품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도 출혈 경쟁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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