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中의 '주니어 파트너' 전락.. 양국 관계 불평등"

김태훈 2022. 9. 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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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 관계에서 러시아가 점점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junior partner)가 돼 가고 있다."

영국 BBC의 러시아 전문가가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내놓은 논평이 눈길을 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영원히 좋은 친구'란 없다"며 "설령 겉으로 그렇게 보일 지라도 러시아·중국 관계는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등하지 않고 무게중심이 중국 쪽에 있는, 그러니까 러시아는 기껏해야 열등한 파트너에 불과한 관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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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모스크바 지국의 러시아 전문가 논평
"국제정치에서 '영원히 좋은 친구'는 없어"
옛 '러 영향권' 중앙아시아도 中에 기울어

“러시아·중국 관계에서 러시아가 점점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junior partner)가 돼 가고 있다.”

영국 BBC의 러시아 전문가가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내놓은 논평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는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에서 중국보다 훨씬 열세였지만 그래도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군사력을 발판 삼아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서 러시아군이 형편없는 실력을 드러낸 데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나라 살림마저 휘청거리자 러시아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마르칸트=AP연합뉴스
BBC는 이날 모스크바 지국의 러시아 담당 편집자 스티브 로젠버그 기자가 쓴 ‘푸틴과 시진핑 : 점점 불평등해지는 관계’란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 사이트에 비중있게 게시했다. 로젠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언론에선 처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한 유력 언론인이다.

로젠버그는 이날 우즈베키스탄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푸틴·시진핑 양자회담에서 시진핑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의문과 우려”를 표한 점에 주목했다. 푸틴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적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는 시각에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로젠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 정부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크레믈궁조차 그 점을 시인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어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서로 ‘영원히 가장 좋은 친구’(best friends forever)인 것처럼 행동한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가 확 달라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영원히 좋은 친구’란 없다”며 “설령 겉으로 그렇게 보일 지라도 러시아·중국 관계는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등하지 않고 무게중심이 중국 쪽에 있는, 그러니까 러시아는 기껏해야 열등한 파트너에 불과한 관계라는 뜻이다.

이번에 푸틴이 참석한 SCO 정상회의는 러시아와 중국 외에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이 회원국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모두 옛 소련의 일부이다가 1991년 냉전 종식 및 소련 해체에 따라 독립한 신생국이다. 한동안 러시아 영향권에 속했던 이들이 요즘 일제히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게 로젠버그의 설명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통역을 사이에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잠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마르칸트=타스연합뉴스
카자흐스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친(親)러시아 성향이 가장 강했던 이 나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며 러시아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자국의 미래를 러시아가 아닌 중국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러시아 입장에선 서방의 적극적인 무기 제공에 힘입어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무찌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항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죽 다급하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패배한 러시아군이 도주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시점에 푸틴이 자국을 비우고 해외출장을 떠났겠느냐는 게 로젠버그의 시각이다. 심지어 포탄 등이 거의 다 떨어진 러시아가 이란이나 북한 쪽에 무기 구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이지움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걸레 같은 몰골의 러시아 국기를 짓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이 도시를 탈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지움=A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전쟁에 ‘의문’과 ‘우려’를 갖고 있다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나설 가능성은 만무하다는 게 로젠버그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 역시 “중국이 (미국 등이) 러시아에 적용한 경제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군수품을 보내거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피했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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