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관련 중국의 의문과 우려 이해"..미지근해진 중국?

시진핑, 우크라 직접 언급 피해..중 관영 매체 '중-러 묶어 고립 시도'에 경계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직전 열린 지난 회담에 비해 이번 회동에서 중국의 태도가 다소 미지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각)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의 균형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중국의 의문과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을 겨냥해 "단극화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지역과 세계의 안정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회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베이징에 방문한 뒤 7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러시아의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와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강조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 문제에서 강한 상호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중국이 주로 국가 주권이나 대만 문제에 "핵심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또 "격동의 세계에 안정성을 불어넣기 위해 중국이 지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공개된 발언 중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

지난 2월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중국와 러시아의 우정에 한계가 없다"고 밝혔던 데 비해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태도는 다소 미지근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관계에 대한 "최근 몇 년 간 가장 신중하고 절제된 발언"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및 식품값 상승 등 세계 시장 혼란이 중국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대만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더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지난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대만을 '주요 비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동맹국'으로 지정하고 군사원조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관영 매체 또한 러시아와 중국을 블록으로 묶어 고립시키려는 시각에 대한 경계를 표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5일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외부 소음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면서도 "중국은 미국과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를 정치적, 군사적 블록으로 묶고 나머지 세계와 이간질하려는 시도에 대해 경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 대금이 전쟁비용을 대는 것이라는 비판 아래 우크라이나 전쟁 뒤 러시아 자원 금수 조치를 도입하고 있는 서방과는 달리 중국은 에너지 자원을 적극 구매 중이지만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는 등의 직접적 전쟁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서방 제재로 정치·경제적으로 고립 위기에 처한 러시아에겐 중국과의 관계가 더 절실할 수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15일 국영 방송에 중국 수출용 가스관 시베리아의힘2가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박 부총리는 이날 앞서 기자들에게 중국과 이 가스관에 대한 최종협상 타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제재의 일환으로 승인이 거부돼 폐쇄된 상태다. 독일에 가스를 공급했던 노르트스트림1의 경우 지난달 말 러시아 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었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과의 단절로 푸틴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심각하게 약해졌다. 그는 중국 외에 의지할 곳이 없다"며 "그리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데 능하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그럼에도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를 미국과 그 동맹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유용한 무기로 보고 있다는 점, 대만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가 중국 편에 설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에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5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정상은 이날 7개월 만에 양자회담을 가졌다. ⓒ타스=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