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금은방 털이범, 붙잡히자 "저 촉법인데요? 생일 안지났어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10대들을 끌어들여 귀금속을 훔치게 한 뒤 팔아넘긴 일당과 장물아비 등 1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3~14세 중학교 1·2학년생 6명이 범죄에 가담했는데, 일당 학생 가운데 한명은 경찰에 체포될 때 “생일이 안 지났다”며 자신이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범행한 일은 생일이 18일 지난 때였고, 결국 이 학생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일당은 줄줄이 검거됐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A(20)씨와 B(20)씨 등 16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이 중 5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 오전 2시 10분쯤 대전시 중구 은행동 금은방 유리문을 망치로 부수고 침입해 5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67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오전 4시 24분쯤 유성구 원내동 한 금은방에 같은 수법으로 침입해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촉법소년을 가담시켜 금은방 털이에 나선 일당이 금은방에서 훔친 귀금속들. /대전중부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방범창이 없고 유리문만 있는 금은방을 주로 범행대상으로 노렸다. 이들은 대전 서구 관저동 등 다른 귀금속 상점에서도 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동창인 A씨와 B씨는 도박빚을 갚고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에서 만나 알게 된 13∼14세 4명 등 가출 청소년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사전에 공모했다. A씨 등은 훔친 물품을 판매한 금액의 10%를 준다거나, 오토바이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수법으로 청소년들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또 경찰에 붙잡히면 촉법소년임을 적극 주장하며 진술을 거부하라고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격인 A씨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지시했다”며 “금은방에 침입한 피의자들이 미성년자여서 배후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해 공범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절도 피해를 입은 금은방 주변 방범카메라(CCTV) 녹화 영상을 조사해 숙박업소에 머물던 용의자 일부를 체포했고, 이어 장물 전달책 등 나머지 공범을 잇따라 붙잡았다.

C(14)군은 자신이 촉법소년인 줄 알고 경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체포 당시에도 “나 촉법인데요, 나 아직 생일 안 지났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C군의 생일은 6월 5일이었고, 그가 범행한 날짜는 그로부터 18일이 지난 6월 23일이었다. C군은 그 뒤 범행을 시인하고 자백했고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품 가운데 1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은 회수했지만, 나머지 귀금속은 이들이 다른 지역 금은방에서 처분해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며 “범행에 가담한 촉법소년 2명도 체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