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전기차 보급, 속도조절 필요하다

기자 2022. 9. 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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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구매·유지비 높고 中 의존 심각

환경부 올린 올 목표 이미 실패

계획 수정 않고 미달업체 벌금

尹정부 文정책 답습 곳곳 문제

中에 유리한 보조금 개편 시급

명분 앞세운 탁상공론 탈 난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최근 부품 공급난으로 인기 차종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고 한다. 닛산의 전기차도 포함됐다. 예약 차량의 출고가 1년 넘게 지연되는 탓이다. 글로벌 공급망 균열의 여파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참가한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 총회에선 준비 없이 내연기관차 퇴출·전기차 전환이 과속한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전기차 값 급등, 충전소 부족, 일자리 상실 등의 부작용이 지적됐다. 특히, 탄소중립을 내세워 2030년부터 전기차로 100% 전환할 계획인 유럽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반성이 제기되는 것은 주목할 기류 변화다.

실제 전기차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차 값이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2000만 원이나 비싸다. 차 값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값 급등이 원인이다. 리튬 등 핵심 원재료의 중국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를 키운다. 특히, 한국은 중국 원재료 없이는 배터리를 못 만들 정도다. 중국산 배터리는 중국 정부의 편파적인 지원을 업고 올 상반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56.4%로 치솟은 반면, 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은 25.8%로 떨어졌다. 유지비도 비싸고, 예약한 후 출고까지 1년 넘게 걸린다. 전기차가 늘어도 중국 의존도와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진다.

그렇지만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은 여전히 장밋빛이다. 문재인 전 정부 때 탄소중립을 내세워 목표치를 잔뜩 높였던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면서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 대를 포함, 무공해차를 4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1월엔 무공해차 목표를 지난해 25만7000대에서 올해 50만 대로 올렸다. 누적 기준 지난해 23만8063대였던 전기차는 올해 44만5563대로 늘렸다. 그러나 전기차는 이달 들어서야 30만 대를 갓 넘었다. 올 목표를 이루려면 4개월 동안 14만 대를 팔아야 하니 사실상 실패다. 어이없는 것은 환경부가 실패한 계획을 수정하기는커녕 할당한 목표치를 못 채운 업체에 기여금이란 이름의 벌금을 매긴다는 점이다. 수입차라도 들여다가 할당량을 채우지 않으면 연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물어야 할 판이다.

문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답습한 결과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중국에 유리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대놓고 차별 우대하는데, 한국은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이 쏠리는 것을 방치한다. 더구나 전기 버스는 중국산이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전기 상용차는 중국산이 시장을 석권할 태세다. 중국이 올해 받아갈 보조금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환경부가 보조금을 계속 줄이고, 이달부터 전기료 특혜도 없애 소비자들의 불평을 사는 것과 대조된다.

윤 정부가 전기차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핵심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 간 협정 하나 맺은 게 없다. 미국이 인플레 감축법을 만들어 난리가 났건만 뒤늦게 법석이다. 관련 부처들은 규제혁신회의에서 전기차 준비가 늦은 일본도 이미 허용했던 주유소 충전시설 설치 등을 이제야 거론한다. 때 늦은 규제 완화에 찔끔 개혁이다.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인프라 개선은 게걸음에도 못 미친다. 전기차는 30만 대인데 충전기는 지난달 기준 13만2000기 정도에 불과하다.

윤 정부는 우선 전기차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 보고 전면 수정·보완해야 한다. 기업 징벌 규제로 변질한 확대 계획부터 손질해야 한다. 차제에 전기차가 쓰는 전력, 수소차가 쓰는 수소 역시 화석 연료를 쓴다는 사실도 분명히 해야 한다. 가장 민감한 보조금은 중국 등에 봉이 되지 않도록 국산 부품 사용·정비망 확보·고용 비율 등을 고려해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 전기차는 통상 외교부터 생산·판매·정비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관련 부처들이 다른 부처 일은 외면한 채 오로지 제 길만 가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명분을 앞세워 국민을 제쳐놓고 정부만 달리는 식의 보급 확대는 공허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자칫 큰 뒤탈만 부를 수 있다. 국민에게 지갑을 열라고 하기 전에 정부가 할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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