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미식가

기자 2022. 9. 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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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고등학교를 돌며 100명의 학생에게 50문제를 풀게 하는 퀴즈 프로그램이 있었다.

때로는 학생들의 재치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어이없는 답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던 프로그램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이니 당연히 '맛(味)'이 떠오르겠지만 정답은 '아름답다(美)'이다.

수없이 많은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서 미식가는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기어코 찾아가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이들로 나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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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고등학교를 돌며 100명의 학생에게 50문제를 풀게 하는 퀴즈 프로그램이 있었다. 때로는 학생들의 재치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어이없는 답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문제가 하나 있으니 ‘미식가’의 한자를 묻는 문제이다. 첫 글자 ‘미’의 한자가 ‘米, 未, 美, 味’ 중 어느 것인가를 물었다. 각각 ‘쌀, 아니다, 아름답다, 맛’을 나타내니 이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미식가는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니 ‘쌀(米)’과 ‘아니다(未)’는 바로 걸러낼 수 있다. 남은 둘 중에 하나를 찍으면 되는데 37명의 학생 중 단 하나만 정답을 맞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한자를 웬만큼 안다고 하는 이들조차도 나머지 두 글자 중에서 선택하라면 ‘맛(味)’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이니 당연히 ‘맛(味)’이 떠오르겠지만 정답은 ‘아름답다(美)’이다.

학생들의 무지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한자를 잘 쓰지 않는 시대이니 ‘美食家’라 쓰인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한자를 많이 가르치지 않으니 한자의 뜻을 곱씹어가며 다른 답을 생각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른들조차도 이제는 많이 틀릴 만한 문제이니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굳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미식가’란 단어의 잘못된 쓰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서 미식가는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기어코 찾아가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이들로 나오니 말이다. 음식은 맛으로 기억되지만 그것을 굳이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음식이든 제철에 난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면 그것을 기꺼이 먹는 것이 미식이다. 맛있는 것만 즐긴다면 그건 편식일 수밖에 없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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