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푸틴, 우크라 전쟁 관련 "당신 우려 이해"..무슨 의도?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2. 9. 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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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가진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발언의 의미와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 온 서구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의 우려'란 표현에 주목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후 브리핑에서 "특이했던 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 전쟁에 관해 시 주석이 가진 우려를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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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9월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별도 정상회담을 했다. /AP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가진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발언의 의미와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별도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월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동했다.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양국 우정엔 한계가 없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0일 후인 2월 24일 푸틴 대통령은 ‘특별 군사 작전 개시’를 선포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과 압박에도,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규탄한 적이 없다.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대해 ‘전쟁’ ‘침공’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그 동맹국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해 갈등을 조장했다고 러시아를 두둔하며,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 공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등 군사 지원을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왜 공개 석상에서 중국이 갖고 있는 우려란 표현을 썼는지, 회담에 앞서 중국 측이 러시아에 실제로 그런 우려를 전달했는지 등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9월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별도 정상회담을 했다. /AFP 연합

푸틴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 중국 친구들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이에 대해 당신이 가진 의문과 우려를 이해한다. 오늘 회담에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보면,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에 직면해, 중국 측은 러시아 측과 함께 노력하고, 대국 책임을 체현하고, 선도적 역할을 발휘하고, 변란이 뒤엉킨 세계에 안정성을 주입하길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 온 서구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의 우려’란 표현에 주목했다. 일각에선 양국 입장 차가 표출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중·러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적어도 비공개 자리에선 중국이 더 비판적 입장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두 외교 동맹국 간 긴장 상황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 측 불안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시 주석의 우려 대목이 특이하단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후 브리핑에서 “특이했던 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 전쟁에 관해 시 주석이 가진 우려를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그런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게 놀랍지는 않다”면서 “왜 (다른 사람도 아닌) 푸틴 대통령이 그걸 시인했는지, 특히 공개적으로 인정했는지는 약간 궁금하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을 배려해 일부러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시 주석을 향해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도록 중재에 나서라는 외부 압박이 크다는 것을 푸틴 대통령이 의식했다는 것이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줄타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9월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중 별도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 /타스 연합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요지를 탈환하면서 러시아군의 기세는 다소 꺾였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에 맞서 중국의 확고한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제재로 수출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사들이며 러시아 경제 지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지금 세계엔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러·중 우의와 상호 신뢰다. 러시아와 중국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는 산처럼 안정적이고 견고하다”고 했다. 또 대만을 놓고 중국과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을 겨냥,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지켰으며, 개별 국가가 중국 핵심 이익 문제와 관련해 도발 행동을 취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했다.

시 주석도 “러시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강조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 측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간섭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신화사는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서로의 핵심 이익 문제에서 서로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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