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호기 수소제거설비 여전히 말썽..상업운전 늦어질 듯
"연소현상 발생..2차 화재 가능성 확인 필요"
원자력기술원 "중대사고 재분석 필요할 수도"
기기 교체하면 올해 안 상업운전 돌입 어려워
신한울 원전1호기가 시운전에 들어간지 4개월이 다 되도록 원자로 격납건물 수소제거설비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성능 점검이 길어지는 가운데 안전성 확인을 위해 추가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떠오르면서 언제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더욱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로 불리는 이 설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수소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한 용도로 모든 원전에 설치돼 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일부 제품이 기준 미달이라는 공익제보를 계기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7월 한수원에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내주며 성능 실험을 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한수원과 용역 계약을 맺고 성능 실험을 수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5일 원안위에 신한울 1호기 수소제거설비에서 수소 농도가 6% 이상 올라가면 불이 붙는 현상이 발생해 한수원의 구매기준인 8% 농도에서의 제거 성능을 평가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 내용을 검토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다른 방안을 마련해 8% 농도 평가를 수행한 뒤 기준에 미달하는 정도에 따라 중대사고 분석 재수행이나 설비의 추가 설치 등의 규제 조처까지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원안위가 이런 전문기관의 의견을 따를 경우 한수원이 하반기 중으로 잡은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 돌입 시점은 더욱 미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이달 말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성능 실험을 관리·감독해온 소위원회 보고까지 받은 뒤 처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의 성능 실험은 한수원이 설비 납품업체에 요구했던 것처럼 수소농도 4%와 8%로 조건에서 설비의 수소제거 성능을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실험결과 중간보고 자료를 보면, 연구원은 해당 설비가 수소농도 4% 실험 조건에서 초당 0.2g의 수소제거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소농도 8%에서의 제거 성능을 확인하는 것은 실패했다. 실험을 위해 수소 농도를 6% 이상 올리자 기기 안에서 발광 입자가 만들어지고 연소 현상까지 발생해 실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날 원안위 회의에서 “실험에서 수소제거설비 유발 연소에 의한 2차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실제 원자로 건물에서 2차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또 이런 화재가 중대사고시의 기기 생존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도 이날 “설비 내부의 수소제거 반응 촉매체가 발광 현상이 발생한 뒤에도 성능을 유지하는지 확인해 성능 저하가 확인될 경우 이를 고려한 수소분석 재평가 등의 규제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술원은 또 “발광 입자와 그것이 유발한 점화로 인한 환경조건이 기존 중대사고 대처 설비의 기기 생존성 평가 때 고려된 조건에 포함되는지 검토해 포괄되지 않을 경우 생존성 재평가 등의 규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안위는 이달 말 열릴 다음 회의에서 안전기술원으로부터 두 기관이 제기한 이런 문제들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험계획을 보고 받은 뒤 이후 진행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기관들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이런 추가 확인 조처들은 한 두 달 안에 마무리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성능 검증이 길어지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원안위 내부에서는 수소제거설비를 다른 기종으로 아예 교체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설비를 원전 격납건물 안에 설치한 채 원전을 가동하는 불안한 상태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병령 원안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빨리 안전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모든 원전에 설치된 설비 교체하는데) 500억원도 안 든다. 이런 상태에서 ‘이거 쓸 수 있어’라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비용만 따지면,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수소제거설비 교체 비용은 한수원이 상업운전을 하루만 더 일찍 시작해 전기를 생산해 팔면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설비를 교체하는 것은 기존의 설비를 구매해 설치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것이 문제다. 원안위의 결정 없이 한수원이 먼저 교체에 나서기 쉽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설비 교체도 간단한 것은 아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교체를 하려면 경쟁입찰로 구매해야 하는데 입찰 공고를 해서 계약까지 하는데 보통 5~6개월이 걸린다. 또한 외국에서 검증된 제품이라도 품질 평가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원안위가 어떤 방향의 후속 조처를 결정하든 올해 안에 신한울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던 한수원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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