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위해 또 수백조원..2100년 한국인구 1800만명도 위태롭다 [이슈 플러스]
지난해 시행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예산 규모 384조..지난 15년치 넘어서
합계출산율 0.84 세계 최하위 '초저출산'
노무현 정부 시절 '기본법'이 정책 토대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한 총체적 접근 필요
정부부처 칸막이 없애고 통합정책 추진도
#앞으로 10년 동안 일하는 인구(25세~59세)의 수가 2752만명에서 2427만명으로 12% 감소한다. 생산 뿐만 아니라 내수소비 시장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세수 축소로 이어져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사회보장제도 재원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합계출산률이 현재 수준(0.81명)을 유지할 경우 20년 뒤에는 현역 입대자원이 10만 명대로 감소하고,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하락 할 경우 상비 병력은 20만 명 중반대로 감소한다. 2024년 이후 한반도 유사시 필요한 상비병력 규모는 최소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이후에는 2년마다 울산시 만큼의 인구(현재 112만 명)가 줄어든다. 2100년이면 한국의 인구는 18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인구학 전문가들이 ‘미래 한국’을 전망한 내용이다. 이같은 전망은 인구학적 관점으로 ‘정해진 미래’다.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정책과 제도로는 ‘인구 감소’로 우려되는 사회 혼란을 대비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복지 관점’으로 접근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던 기존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인구학적 관점’으로 전환해 인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만큼 ‘인구 변화’에 대한 대응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TF’에서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인구 축소 사회로 가고 있는데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는 인구가 확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 미래 인구 변화로 인한 사회 혼란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기획과 전략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 성과는?=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토대로 한다. 법 시행으로 정부는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관련 시행계획을 마련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2006년 마련된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부터 2020년까지 시행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난 15년간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들인 예산은 총 313조 6000억원이다. 2006년 3조7000억원이던 한해 예산이 2020년 44조5000억원으로 급증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투입될 예산 규모는 383조 9000억원에 이른다. 4차 기본계획으로 향후 5년간 쓸 예산 규모가 지난 15년 동안 썼던 예산 규모를 넘어설 예정이다.
그간 300조원 넘는 세금을 투입해 출산율을 높이려던 정책의 결과는 낙제점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1년 처음으로 ‘초저출산 수준’을 의미하는 1.3명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2020년 기준으로 조사한 국가별 출산율을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출산율 감소는 전체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는 1949년 집계를 시작한 지 72년 만에 처음 전년 대비 감소(-0.2%)했다. 이 같은 추세면 2070년 총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6.1%에 그친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의미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출산, 고령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정책과 예산은 많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간 저출산대책 위주의 국가 총인구 감소 완화에 역량을 집중했는데 앞으로 정책 기획 단계부터 평가하고, 정책이 끝나면 제대로 된 정책인지, 효과는 있었는지 등을 평가해서 다음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 문제점은?=전문가들은 현재 정책과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당면한 복지 관점’을 꼽는다. 현안인 출산율 감소에 대응해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경제, 국방,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을 못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시행됐던 초기에 아동양육가구에 대한 현금지원 중심이었던 대책은 현재 청년과 신혼부부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확대되고 있다. 여전히 출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이 확대되면서 생산연령인구와 학령·병력 자원의 감소 등과 같은 인구 변화에 대응한 예산 편성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시행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집행된 예산의 70% 가까이가 복지 관련 사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영태 교수는 “출산율 제고, 고령화 방지 정책은 눈앞에 닥친 현상을 무마하는데 목적을 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당장 할 일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구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작년에 태어난 26만명의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일에 예산을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 배정이 개별 사업단위로 이뤄져 인구 변화에 대응한 기획과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사업단위의 예산 배정은 각 부처간 예산 경쟁을 부추긴다. 이에 사업별 실효성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특히 당장 실현 가능한 정책이 아니면 예산 배정이 안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많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본계획은) 매년 200개 정도의 사업을 쌓아 놓고 관리하는 수준”이라며 “부처에서는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을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는데 집중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사건을 대응하기 위한 예산 편성과 평가는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도, 대안은?=전문가들은 15년 넘게 시행되면서 정책 효과보다는 개별 사업단위 예산만 늘리는데 법적 근거가 돼온 ‘저출산고령화 기본법’의 실효성이 다했다고 평가한다. 그간 저출산 완화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온 정책과 제도를, 인구 변화에 대응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기획·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법적 토대가 필요한 이유다.
인구경제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 감소가 시작된 현재 시점은 새로운 기본법을 통해 큰 방향성을 세울 수 있는 타이밍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새로운 기본법을 토대로 기존의 법령이나 제도를 수정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액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법적 토대와 함께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대적으로 저출산 대책에 집중해 온 보건복지부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그리고 경제적 관점에서 고령화 적응에 주목한 기획재정부가 별도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통합적인 인구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 정책을 통합적으로 기획 조정할 수 있고, 일정 부분 예산 권한도 지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구 문제에 대응하도록 정책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출산 완화 뿐만 아니라 인구 규모, 인구 구조, 인구 이동 등의 측면을 포괄한 제도 마련을 위한 인구정책 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종윤 의원은 “인구문제라는 것이 한 분야나 한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사회, 교육 등에서 대한민국 전 세대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소한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인구정책 기본법’을 2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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