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자초한 참 나쁜 정치

2022. 9. 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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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칼럼] 여야는 정치의 사법화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정치세력이 사법에 운명을 의존하게 된 상황은 정치가 자초했다. 흔히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비판은 주권자가 선택한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임명 권력인 사법부에 의해 좌우됨으로써 주권자의 의지가 훼손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의 명분은 대통령제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삼권분립에 균열이 생기고, 사법이 해결할 수 없는 갈등 조정이나 이해관계의 절충 등의 정치 고유의 영역이 침해받는다는 것 등이다. 보다 논리를 확장한다면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와의 충돌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법들은 한국정치의 현 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형식논리에 입각한 것들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된 예를 헌정주의의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로 해석했던 것이 일부 진보론자들의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탄핵은 어찌 설명할 것인가.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민주당도 윤석열 대통령을 선거기간 중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고발되고 현재 국민의힘도 법원의 가처분신청의 결정 여부에 비대위 상황이 급전직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발표 역시 여당에겐 사태의 방향을 좌우할 중대 변수다. 이렇듯 여야가 전방위적으로 사법 위기에 노출돼 있는 건 정상 상태라고 볼 수 없다. 정치의 사법화란 걱정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그간의 정당들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왜 정당 내부 일에 간섭하느냐의 논리는 맞지 않는다. 여당 대표가 이런 논법으로 위기를 빠져나가려고 하고, 야당 대표는 정치탄압과 정치보복 논리를 앞세워 자신을 합리화하려 한다.

논어 안연(顏淵)편에 '백성이 가능하면 쟁송을 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필야사무송 必也使無訟)'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자칭 정치지도자가 이렇듯 많은 쟁송에 휘말리면 그 자체로 지도자의 도덕적 권위는 사라진다. 이를 정치보복과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시간이 해결할 일이지만 '마음으로 성찰하여 허물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두려워하겠는가(논어, 내성불구 부하우하우 內省不疚 父何憂何懼)'

국민의힘 역시 비대위의 정당성을 둘러싼 법원의 결정에 목을 맨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스스로 성찰하고 법원 결정 이후에 진로를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대한 것은 이 대표의 혐의들이다.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종 법원의 결정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난 해 9월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타의 비슷한 사건들까지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야당의 수장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을 총선을 이끌 야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가 차기 주자로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총선을 이끌 적임자로 보았을 것이다.

이 대표와 대척에 있던 친문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외관상 이 대표로 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그들이 말하는 '탄압'에 저항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논리가 언제까지 보편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어낼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범죄 혐의에 연루되어 있는 대표를 인정한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며,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와 대표직을 수행하기 이전의 혐의들에 거대야당이 책임을 떠맡은 형국이 되었다.

야당 대표의 사법 문제는 여야의 무한 사법 공방을 결과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소되면 당직을 내려놓는다는 당헌 규정을 무력화시키려고 최종 결정을 당무위원회로 바꿨으니 당 대표직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야당 대표 개인의 리스크가 그대로 제1야당의 위기에 반영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지도부는 앵무새처럼 대표를 옹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당내 이견이 있는 사람들도 공천을 의식해서 아무 말도 못하는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민의힘의 내부 상황도 오십보백보지만 국민의힘은 그나마 '윤핵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라도 있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여당의 권력다툼이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민생을 외치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여야는 정치의 사법화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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