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호 IMM PE 대표 "미샤 '눈물의 손절' 아냐..흑자 전환한 회사 가치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5호 펀드 결성중..12개 기관 들어와
"매크로 영향 덜 받는 에어퍼스트, 3년 만에 3배 성장"
"IB시장에서 미래에셋처럼 될 것"
오늘날 한국 유통 시장은 사모펀드(PEF)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곳은 IMM프라이빗에쿼티(PE)다. ‘세계를 손 안에’라는 뜻의 라틴어 ‘인 마누스 문두스(IN MANUS MUNDUS)’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게 국내 유통 업계 1위 기업들을 잇달아 손에 넣었다.
올해 1월 국내 최대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을 1조4500억원에 사들였으며, 2020년에는 여행 업계 1위 하나투어를 인수했다. 2017년 인수한 ‘원조 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 SSG닷컴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더블유컨셉, KG그룹에 매각한 할리스커피 역시 IMM PE가 베팅한 유통 업체들이다.
14일 서울 역삼동 IMM PE 본사에서 김영호 투자부문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회계사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선배인 송인준 IMM PE 대표이사,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제안을 받아 2001년 옛 IMM파트너스에 합류한 원년 멤버다. 현재는 운용자산(AUM) 7조7000억원의 공룡 PE에서 투자를 총괄하는 자본시장의 ‘큰손’이 됐다.
김 대표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에 대해 “인수 후 여러 요인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졌지만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합리적인 가격을 인정해줄 원매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값을 더 키우기 어려워 ‘손절매’에 나선 것이 아니라 인수금융의 만기 도래 시기에 맞춰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며, 회사의 지속적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원매자를 기다리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 외에도 올 초 인수한 한샘의 기업가치에 대한 세간의 우려, 경영권을 산 지 3년 만에 몸값이 세 배 뛴 에어퍼스트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의 현주소와 한계, 선결돼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들의 내부수익률(IRR)은 어느 정도인지.
“4개의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었고 펀드 1개당 10개씩 총 40개 회사에 투자했다. 그 중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기업은 22개, 평균 IRR이 약 20%다. 그중 잘된 회사의 IRR은 30%에 육박한다. 아직 엑시트하지 않고 지분을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는 18개인데,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Gross MOIC)이 2~3배 정도로 추산된다.”
-5호 펀드를 결성 중인 것으로 아는데, 순조롭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목표 금액이 2조원대다. 현재까지 교직원공제회 등 12개 기관이 5900억원을 출자 약정했다.”
-공제회나 은행, 보험사 등 출자자(LP)들의 자금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공제회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곤 사모펀드(PEF)에 출자를 중단했다는 얘기까지 들리던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경우는 지난 2~3년 간 대체 투자를 활발히 해 BIS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느라 출자를 자제하고 있지만,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그런 비율 관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각 학년별 학령 인구가 20만~30만명이 불과하지만 우리 세대는 학년당 70만명에 육박했다. 1960~80년대생의 인구가 굉장히 많고 이들이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는 굉장히 많은 돈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제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돈이 전부 주식과 채권에만 갈 수는 없다. 우리 같은 PEF 등에 대체 투자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인수합병(M&A) 시장이 대기업을 위시한 전략적투자자(SI)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과거 대기업들의 전략은 여러 업종에 분산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전통 산업을 정리하거나 현상 유지하고 그 대신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지향적인 핵심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사업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업을 사고 파는 일이 발생할 뿐, 대기업이나 재벌 기업이 M&A의 주도 세력이 될 수는 없다. 이는 1960~80년대로 역행하는 일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 인플레이션 등 매크로(거시) 환경이 좋지 않다. 지금이 PE가 바이아웃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보는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인수금융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는 분명 PE가 바이아웃을 하기 쉽지 않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량 자산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바이아웃 투자를 마냥 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가가 잡히지 않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한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 중 우량한 사업 모델이나 우수한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어 빠른 회복이 기대되거나 매크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기업들은 적합한 바이아웃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매크로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에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자면.
“2019년 경영권을 인수한 산업용 특수가스 업체 에어퍼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산소, 질소, 아르곤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파이프라인은 건설하는데 약 3000억원이 들어가는데, 한 번 설치해두면 30년은 이용 가능하다. 한 고객사와 수십 년 동안 독점 거래하는 셈이다.
이런 인프라 라이크 애셋(infra-like asset)은 경기 같은 매크로 요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터넷 데이터센터 같은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 번 지어 놓으면 30년은 존속 가능한 사업이다. 설령 금융위기가 온다고 해도 회사가 문을 닫지 않는다. 맥쿼리나 브룩필드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영역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 외에 유통, 레저 역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업종이다. 여행이나 음주, 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필요한 것 아닌가. 물건을 사고 파는 것도 없어지지 않을 행위인데, 다만 유통을 온라인으로 할 지 오프라인으로 할 지 방식과 트렌드가 달라질 뿐이다.”
-에어퍼스트의 기업가치가 인수 3년 만에 3배나 뛰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급성장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적정한 가격에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에어퍼스트의 전신인 린데코리아는 당시 프락스에어와 합병되며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왔는데, 공정위가 정해둔 매각 완료 시점까지 거래를 확실히 마무리지을 수 있는 원매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3·4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인수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또 경영권을 인수한 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계속 됐지만, 반도체·화학·철강 등 고객사들의 실적은 호조세를 이어나갔다. 그 외에도 인수 직후 신규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엔지니어링 자회사 에어퍼스트E&C를 신설해 큰 프로젝트를 여럿 수주한 것 역시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됐다.”
-2017년 4200억원에 인수했던 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를 매물로 내놨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난에 빠지니 ‘손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미샤는 전국 7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원브랜드샵(One-brand shop·하나의 브랜드로 운영하는 매장)이다. 5년 전 우리가 경영권을 인수할 때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원브랜드 샵이 잘나갔지만, 지금의 젊은 층은 온라인 구매를 더 많이하며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한 멀티(multi)브랜드 샵을 더 선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미샤의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미샤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중국·일본·미국 시장을 겨냥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구매 연령층을 낮추고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올해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4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채권단 및 펀드 출자자(LP)들과의 논의 끝에 앞으로 1년 간 시간을 가지며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상장사로서의 비히클(수단)로 이용하려는 원매자들도 있었으나,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본질적 가치를 유지해줄 수 있는 인수자를 기다리다보니 회수가 늦어졌을 뿐이다.
작년 실적이 아니라 흑자 전환한 올해 실적을 감안해 합리적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향후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매자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시세가 매일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장사를 인수하면 증시 상승기에는 득이 되지만, 반대로 하락기에는 인수금융의 대출금 상환 요구 등 리스크가 크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에이블씨엔씨나 올해 초 인수한 한샘이 그런 경우였다.
“한샘의 경우 당시 매물로 나온 것이 회장님(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지분 27%뿐이었기 때문에 상장된 상태로 인수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았나. 상장사 인수와 관련된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 선진 PE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뒤따른다.
PE가 소액주주들의 지분까지 전부 사서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2017년 에이블씨엔씨 지분 25.5%를 인수한 후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대주주 지분은 적게는 10%에서 20% 밖에 안 된다. 2019년 인수한 하나투어도 대주주 지분이 17% 뿐이었다. 80%에 육박하는 소액주주 지분을 전부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장사를 인수할 때 뒤따르는 또 다른 난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대주주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들이기 어려울 뿐더러, 인수가가 시세보다 높아 손실로 인식된다.
이 같은 관행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의무공개매수 제도(소액주주에게 매각 기회를 부여하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여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제도가 도입된다면 PE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줄이고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까지 사들일 수 있으니, 매수 단가를 낮춰 평가 손실을 줄이는 한편 지분율도 높일 수 있다.”
-상장사 인수 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지.
“주가보다 객관적인 기업가치가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가는 많은 요인으로 인해 매일 변동한다. 반면 회사의 본질적 가치는 매일 변하는 게 아니다. 또 PE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프라이빗하게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세보다는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이나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PE가 상장사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샘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8000억원대 인수금융이 기한이익상실(대출금의 만기 전 회수) 위험에 놓였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가구 제조·판매와 인테리어 사업은 주택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작년에 비해 많이 침체되면서 단기적으로 실적은 나빠지겠지만, 신규 경영진 채용과 조직 구조 개편, 디지털화 등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매크로 환경(주택 경기)만 개선된다면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본다.
아직 담보대출비율(LTV) 테스트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으나, 실적과 주가가 계속 안 좋다면 대출 계약서상 커버넌트(재무약정)을 일부 위배할 위험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실적을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 같은 방법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한샘을 인수한 지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 안에 성과를 논하는 건 너무 섣부르지 않겠나. 2~3년은 두고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체질 개선과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봐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앞서 발 빠르게 크레딧 부문에 진출했다. 후발주자들이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그 안에서 IMM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일까.
“2020년 9월 IMM크레딧앤솔루션(ICS) 법인을 설립했는데, 국내 토종 PE 중 가장 빨랐다. 후발주자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PE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우리 자본시장의 역사와 함께해온 IMM의 투자 및 회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따라올 곳은 없다고 감히 자부한다.
ICS는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소재 같은 특정 테마에 투자하거나 니즈에 따라 세분화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조직 내 팀을 명확하게 구분해주고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한편 그들에게 의사 결정권과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도 ICS의 강점이다.”
-크레딧 투자 영역을 부동산이나 인프라까지 넓힐 계획이 있는지.
“연기금에서 인프라를 담당했던 직원을 영입하는 등 해당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현재 한국 M&A 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과거 국내 M&A 시장에는 정부나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조정이나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거래가 많았다. 반면 요즘은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거래에 자금력을 갖춘 PE가 지원사격을 하는 형태의 M&A가 많다.
기업 주도 M&A 시장이 활성화하고 M&A가 성장이 정체된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외형의 성장만 추구하거나 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지 않나. 인수 후 시너지 효과나 성장 전략 등을 충분히 고민하고 디지털화 등 다양한 혁신 방안을 찾아내는 등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IMM PE의 단기적, 장기적 목표는.
“몇 년 전부터 ‘2510′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2025년 운용자산(AUM) 10조원과 관리보수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의 전체 AUM이 7조7000억원인데, 2025년까지 2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계획한 대로 나아간다면 국내 PE 가운데 세번째로 AUM 10조원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는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한국의 대표적인 PEF 운용사가 되는 것이다. IB 시장의 미래에셋 같은 회사가 되는 게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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