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 애교만점 킬러의 '뉴트로' 복수 활극
아이즈 ize 이주영(칼럼니스트)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인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코마 상태에 빠진다. 몇 개월 후 어머니는 의식을 되찾는다. 그 사이 독일은 통일이 되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여전히 그곳이 통일 전의 동독임을 증명해야 한다. 왜냐고? 기절초풍 할 게 뻔 하니까! 거짓 뉴스도 제작하는 등 여러 소동을 벌인다. 색감도 좋고, 서사도 좋다. 2003년작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에 대한 이야기다.
그 때 베를린에서 처음 이 작품을 접해서일까? 국내 개봉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필자에게 '굿바이 레닌'은 꽤 인상 깊은 독일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리고 2022년, 넷플릭스에 시리즈 한 편이 공개되었다. '클레오 Kleo'가 바로 그것.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재생하는 순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그 영화 '굿바이 레닌'이 곧장 떠올랐다. 그 만큼 강렬했다는 이야기다.
동독의 스파이이자 킬러로 활동하던 클레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조직으로부터 체포당한다. 그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독일은 통일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는 '왜?'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배신한 이들을 향해 복수의 총구를 겨눈다. 단순하게 내러티브만 기술하면 '클레오'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 가깝게 느껴진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1990년 10월의 독일 통일을 전후로 한 시공간 속에서 동독인으로서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던 한 여성의 혼란을 스파이물로 다루기에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시각화함에 있어 아주 뉴트로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기에 틀린 말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스릴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시청각적 쾌감을 전하기 때문이다.
극 중 클레오는 잔혹한 킬러지만, 사랑받기를 원하는 딸이자, 손녀이자, 여성이기도 한 캐릭터이다. 사랑하던 이를 철석같이 믿었고, 심지어 임신까지 했지만 그가 충성을 다한 조국은 그를 내쳤다. 그에 대한 복수의 과정은 잔혹의 이미지를 첨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레오가 행하는 폭력에는 순간순간 유머와 위트가 가미된다. 20세기 말을 느끼게 하는 유로 팝 및 디스코, 테크노 뮤직 등이 그 순간을 긍정적으로 증폭시킨다는 말이다. 복고를 연상케 하는 뉴트로 (패션 등을 포함한) 스타일도 '클레오'의 잔혹을 위트로 전환하는 데 일조한다. 그래서 시리즈 '클레오'는 보는 내내 필자의 기억 속에 있던 '굿바이 레닌'을 연상케 했다. 통독 시기의 혼란을 (동독인의 시선에서) 위장하고 포장하는 순간들이 유사하게 겹쳐지기 때문이다.
시리즈 '클레오'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드는 건 클레오 역을 맡은 배우 옐라 하세에게 있다. 1992년생인 그는 어릴 때부터 악랄한 킬러 교육을 받은 스파이라는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졌다. 동시에 그는 할리우드의 뮤즈들과 같은 미모를 지니지도 않았다. 그런데 옐라 하세가 연기하는 클레오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때로는 앙증맞기까지 하다. 이 덕에 '클레오'는 무거운 이야기를 굉장히 유쾌하고 천진난만하게 끌어나간다. 만일 당신이 '클레오'를 흥미롭게 보았다면 그 성공의 절반은 옐라 하세의 클레오에게 있음에 동의할 것이다. 아, 만일 '클레오'로 옐라 하세가 궁금해졌다면 독일 영화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을 한 번 찾아 볼 것을 추천한다. 독일 코미디 영화의 독특함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3편까지 제작되었다.
각설하고 '클레오'는 굉장히 오랜 만에 만나는 꽤나 잘 만들어진 독일 시리즈다. 아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하나인 '다크'(3개 시즌으로 막을 내렸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타임 슬립 스릴러다)가 시간 여행을 제안하고, '바바리안'(10월에 시즌 2가 공개된다. '바이킹' 등의 시대극에 흥미를 느낀 이라면 볼 만한 작품이다)이 야만의 시대를 제공했다면, '클레오'는 20세기를 21세기화하는 뉴트로 무드를 만끽하게 한다. 오랜 만에 '독드', 그러니까 독일 시리즈를 OTT의 바다 속에서 만나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그 시작을 '클레오'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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