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서울문화사 2022. 9.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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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좇아가는 방식이 이전과 다른 세대.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다.

사회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설명하는 문장은 다소 차갑다.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방식,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재만 생각하는 무계획,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표현까지. 세상이 풀이한 Z세대의 특징을 열거하면 인간미가 철저히 배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세대의 특성을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나보다 우리가 우선이었던 과거와 달리 주체성 있는 삶을 도모하는 건 어쩌면 건강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든 Z세대는 가닿기 어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간상인 Z세대와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들여다봤다. Z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가성비 충족 ‘소비’

자신의 행복을 위해 플렉스하던 Z세대. 소득 수준을 넘는 고가의 명품을 사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던 그들이 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불황, 물가 인상, 미래에 대한 불안, 짧은 직장 수명 등 다양한 이유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준비하고 나섰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만으로 Z세대를 사로잡을 순 없다. 지갑을 여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소비 이유를 충족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를 철저하게 따져본다.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들도 있다. 지출 0원을 목표로 한 ‘무지출 챌린지’가 그것이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 무지출 챌린지는 교통비나 통신비와 같은 고정 지출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지출을 일절 하지 않는 게 골자다. 식대도 마찬가지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커피는 외출 전 텀블러에 챙기거나 사무실 탕비실, 기프티콘으로 대체한다. 여기에 무지출 챌린지 도전 후기를 SNS에 공유하며 성취감까지 얻는다.

솔직한 ‘사랑’

Z세대의 연애는 쿨하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약간의 시간도 할애하지 않는다. 상호 간 예의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예외 없다. 상대에게 호감이 느껴지지 않아도 예의상 식사를 했던 과거와 달리 급하게 만남을 마무리한다. 빠른 판단과 결정을 선호하는 세대답게 연애를 시작할 때도 속도감이 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하느냐의 여부는 보통 세 번의 만남 안에 결정된다. 썸(서로 알아가는 관계)이 길어지면 소위 ‘어장 관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성관계에 대한 인식 또한 유연해졌다. ‘선섹후사’. 먼저 섹스를 해보고 사귄다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잠을 자보고 만난다는 ‘자만추’도 젊은 층에겐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이전 세대의 연애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른 점은 이별 통보를 메신저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 Z세대는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콜 포비아’ 세대로 불린다. 전화보다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익숙하다. 이별을 앞두고 헤어질 상대를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불편한 순간을 텍스트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신저 이별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푼돈 모으기 ‘재테크’

주식과 가상 화폐에 집중됐던 Z세대의 재테크는 짠테크로 확장됐다. 짠테크는 적은 액수의 돈, 포인트, 적립금을 모아 살림에 보태거나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수입의 일부를 저축해 목돈을 만드는 사례도 포함된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동성 자산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돈을 잃었거나 이 같은 사례를 보고 들으면서 점점 안정적인 재테크 방법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부수입 창출로는 앱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각종 앱이나 기업에서 제안하는 설문조사, 영수증 모으기, 퀴즈 맞히기, 광고 시청하기 등에 참여해 포인트나 적립금, 소액의 돈을 벌어들인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저축 상품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동성 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낮더라도 저축만큼 확실한 목돈 마련 방법이 없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지난 2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청년희망적금. 정부 ‘청년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저축장려금 등을 더해 연 9%대 금리 혜택을 받는 상품으로 약 300만 명이 가입했다.

나 혼자 논다 ‘여가 생활’

여가 시간은 ‘혼놀(혼자서 놀다)’로 채운다. 자발적으로 외식, 문화생활, 여행 등 일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관계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한다. 타인으로부터 온전히 해방되는 자유의 시간이다. 과거에는 ‘혼밥’을 비롯해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행동으로 여겼으며, 1인을 달갑게 여기는 사업장조차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혼자 식당에 가는 것은 물론 홀로 여행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간주한다. ‘혼놀’을 넘어 관계 맺기를 중단한 이들도 있다.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홈루덴스족’이 그 예다. 집을 뜻하는 단어 ‘홈’과 놀이를 의미하는 ‘루덴스’의 합성어다. 즉 집에서 취미를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홈루덴스족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누군가에게 맞추거나 내 취향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은 맥락으로 연애 시장을 떠나는 이들도 적잖다. 연인 간의 감정 교류나 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남모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소속감 거절 ‘직장’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언제든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면 잡아야 한다는 게 Z세대의 생각이다. 여기에서 좋은 기회란 높은 보수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근무 환경과 복지, 사내 분위기까지 포함된다. 이들에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 이렇다 보니 만족스러운 직장에 입사하기까지 이직을 거듭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직 경험이 있는 청년 가운데 46%는 이직한 이력이 있다. 두 번 이상 이직한 응답자는 55.5%, 4회 이상 이직을 한 사람은 15%로 나타났다. Z세대의 이직과 퇴사가 잦은 이유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소속감이 낮은 편이다. 이는 기성세대와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직장 내에서 좁히지 않는 의견 차이는 사회적인 고민으로 부상했다. 버릇없는 사회 초년생, 변화한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 상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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