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우상혁 붐 탄 국내 육상경기장의 진풍경 [이종세 칼럼]

이종세 2022. 9. 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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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장에 투포환 부부‧쌍둥이 스프린터 자매 등장
쇠뭉치에 사랑을 실어 던지는 김재민 신봄이 커플
단거리에서 우승 다투는 김다은-소은의 기록 경쟁

쇠뭉치에 사랑을 실어 멀리 던지는 투포환 부부 선수. 100m, 200m 등 단거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기록 경쟁을 벌이는 쌍둥이 자매 선수. 최근 국내 육상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6‧서천군청)이 남자 높이뛰기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한국육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포환의 김재민(31‧용인시청) 신봄이(30‧성남시청) 부부 선수와 여자 육상의 스프린터 김다은(19‧가평군청) 김소은(19‧가평군청) 쌍둥이 자매가 화제다.

“40세까지 선수생활 하겠다”자신감 넘쳐

‘투포환 부부’ 김재민(왼쪽)-신봄이는 올 시즌 회복세다. 이들은 각자 개인기록인 18m25와 15m74를 넘어 국내 최정상 자리에 오르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열중이다. 사진=김재민-신봄이 제공
“최근 우리 부부 기록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기록을 경신하다 보면 40세까지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더욱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결혼 4년차인 김재민-신봄이 부부는 한국 남녀 투포환의 정상급 선수로서 꾸준히 각자의 기록경신에 매진하고 있다. 181㎝ 130kg의 거구인 김재민은 지난 6월 24일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8m02를 던져 3위에 입상했다. 2020년과 2021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느라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던 김재민은 지난 3월 첫 대회에서 16m33에 그쳤지만 이후 기록을 계속 끌어올려 18m대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2019년에 수립했던 개인 최고기록(18m25)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해 6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던 신봄이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4m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70㎝ 110kg의 좋은 체격을 지닌 신봄이는 5월 25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실업육상대회에서 15m01를 기록한데 이어 6월 22일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5m48을 던져 2017년에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15m74)에 한 발 짝 다가섰다.

김재민(경북 의성 출신)-신봄이(강원 홍천 출신) 커플은 지난 2006년 꿈나무 합숙 훈련 때 처음 만났으나 2013년 한국체대를 함께 다니면서 사랑을 싹틔워 5년간 열애 끝에 2018년 12월 결혼했다. 같은 종목 선수로서 서로의 고충을 알고 배려와 위로를 주고받았기에 가능했다. 김재민은 “얼마 전 2019년에 수립했던 개인기록에 23cm 차로 다가선 만큼 보다 집중력을 발휘해 내년 봄 벌어질 항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앞으로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위해 이론과 실제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봄이도 “매사에 학구적인 남편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다음 달 전국체전에서 개인기록을 경신하고 나아가 내년 국가대표선발전에도 대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실업초년생이 선배들 제치고 200m 1·2위 차지

가평군청 소속 육상 여자 스프린터인 김다은(오른쪽)과 김소은이 9월1일 전북 익산에서 막 내린 한국실업육상연맹(KTFL) 챔피언십 여자 200m에서 각각 24초74와 24초79의 기록으로 금, 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었다. 지난해 고교 최강자로 군림했던 쌍둥이 자매는 올 시즌 100m와 200m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한국 여자 단거리의 희망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김다은-김소은 제공
“우리 자매가 비록 실업 초년생이긴 하지만 내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여자 단거리 대표로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습니다.” 올봄 나란히 가평고교를 졸업, 가평군청 육상팀에 입단한 19세의 실업 새내기 김다은(언니)-소은의 목표는 분명하고도 야무졌다. 지난해 여고부 육상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들 쌍둥이 스프린터는 올 실업 무대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내로라하는 실업 선배들과 맞섰다.

김다은-소은은 지난 1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한국실업육상연맹(KTFL) 챔피언십 여자 200m에서 각각 24초74와 24초79의 기록으로 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년(芳年) 19세의 나이에 10년 이상 차이 나는 실업 대선배들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지난해 제102회 전국체전 여고부에서 100m,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던 김다은의 올해 우승은 KTFL 챔피언십 200m가 유일하지만, 200m 개인 최고 기록이 지난해 24초63에 이어 올해도 24초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다은은 지난 3월 30일 제26회 전국실업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 12초00을 수립했다. 이어 지난 8월 30일 KTFL 챔피언십 여자 100m에서 12초26으로 3위에 올랐다. 김소은도 올해 200m에서 개인 최고 기록 24초51을 작성했으며 100m에서도 11초94로 12초의 벽을 허물며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기준 풍속(초속 2m)이 초과해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올해 12초 벽을 두 차례나 깬 점은 특기할만하다. 김다은은 “훈련 때마다 열심히 하는 소은이를 보며 자극받는다”고 말했는데 김소은도 “다은이가 나보다 자세가 좋지만, 탄력은 내가 더 낫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둘은 휴대폰 번호가 010-xxxx-7579로, 가운데 네자리 숫자만 다를 뿐 마지막 네 자리 번호는 같다. 주위에선 이들 자매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끔찍할 정도라고 말한다.

김다은-소은 자매는 “내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터줏대감’ 강다슬(30 ‧ 광주광역시청‧100m 12초01, 200m 24초92) 이민정(31‧시흥시청‧100m 12초15, 200m 25초75) 등 백전노장들의 ‘벽’을 넘어야 한다”면서 “다음 달 전국체전에 이어 이번 겨울 동계 훈련을 착실히 소화해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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