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배한 '테니스황제' 페더러, 왕관 내려놓는다

2022. 9.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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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통해 '내주 레이버컵 후 은퇴' 선언
메이저 20승 등 103회 우승..단식 1251승
237주 연속 1위 등 통산 310주간 1위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코트를 떠난다. 지난 2011년 ATP 월드투어 우승 모습./AP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많은 이들이 그를 남자 테니스 ‘빅3’라 부르지만, 21세기 20년간 세계를 지배한 진정한 1인자였음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크지 않은 체격과 운동선수같지 않은 단정한 외모에도 아름다운 플레이로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던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페더러는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라파엘 나달(스페인), 자신보다 더 오래 세계랭킹 1위자리를 지켰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남자테니스를 쥐락펴락했던 걸출한 스타였다. 일부 기록에선 나달이나 조코비치가 그를 넘어섰는지 몰라도 '테니스황제'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렸던 선수는 페더러였다. 30대 후반 이후 부상과 수술 등으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여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페더러는 결국 20년 넘게 뛰어왔던 남자테니스 무대에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페더러는 "내주 열릴 레이버컵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내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레이버컵은 유럽과 월드 팀의 대항전으로 2017년 창설됐다.

페더러가 2017년 호주오픈에서 나달을 꺾고 우승하는 모습./AP

페더러는 지난 1998년 17세의 나이로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테니스계에 등장했다. 2001년 밀란 인도어대회에서 성인무대 첫 우승을 기록한 페더러는 이후 수많은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획득해왔다.

2003년 윔블던에서 메이저 단식 첫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2018년 호주오픈까지 모두 20회의 메이저우승을 기록했다. 현재 나달(22회) 조코비치(21회)의 메이저우승횟수에 뒤져 3위지만, 역사상 가장 먼저 메이저 20승을 기록한 것은 페더러였다.

2004년 23세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페더러는 2018년 6월 마지막으로 1위자리에서 밀려나기까지 모두 310주간 자리를 지켰다. 특히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4년 6개월(237주) 연속 1위 기록은 누구도 근접하지 못할 대기록이다. 역대 2위가 지미 코너스(미국)의 160주연속이다. 그만큼 2000년대 초반 페더러의 기량은 독보적이었다.

특히 페더러는 한창 전성기였던 2006년 라파엘 나달과 함께 국내 한 기업이 후원한 슈퍼매치 이벤트로 한국에서 경기를 펼쳐 국내 테니스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페더러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윔블던에서는 무려 8차례나 정상에 올랐지만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린 나달이 무려 14차례나 우승한 클레이코트 대회 프랑스오픈 우승컵을 갖지 못하다 2009년 드디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우승으로 페더러는 로드 레이버(호주)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남자테니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투어 대회 단식에서 통산 1251승을 거두며 103회 우승해, 1274승을 거두며 109회 우승한 지미 코너스에 이어 두 부문 2위에 올라있다.

페더러는 뛰어난 실력 뿐 아니라 코트의 신사로 불릴 만큼 깔끔한 이미지로 팬들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의 광고모델로도 사랑을 받았다. 17년 연속 테니스선수 수입 1위를 지킨 페더러는 지난 해 7월 이후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1000억원이 넘는 광고수입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ATP 투어가 선정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뽑혔을 만큼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많은 테니스 팬들은 그를 사랑했다.

페더러의 은퇴소식에 많은 스포츠계 인사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나달은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당신과 코트 안팎에서 수많은 엄청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여자테니스의 전설 중 한명인 빌리 진 킹(미국)은 “페더러는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라며 “그 세대에서 가장 완벽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빠른 스피드와 강인한 정신력은 수많은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2022년, 세계 남자테니스는 위대한 선수와 작별을 고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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