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결정한 상위 라운드 판도' LG·SSG 빅스마일, 승자로 우뚝 서다[2023드래프트]

윤세호 2022. 9. 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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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인 드래프트 후 LG 차명석 단장과 스카우트팀, 그리고 2라운드에서 지명된 김동규(오른쪽), 4라운드에서 지명된 이준서(왼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쓰레기 잘 줍고 종이도 잘 치웠는데 그래서 행운이 온 것 같다.”

역시 키는 롯데가 쥐고 있었다. 롯데가 전체 3순위로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을 지명하면서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가 확정됐다. 전체 5순위 이내 지명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경남고 포수 김범석이 전체 7순위 LG에 지명됐다. SSG는 전체 5순위로 대구고 우투수 이로운을 지명한 후 2라운드에서 1라운드 지명 후보로 꼽혔던 대전고 우투수 송영진을 호명했다. LG와 SSG가 활짝 웃은 2023 신인 드래프트다.

전체 2순위까지는 기정사실이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한화가 1순위로 서울고 김서현, KIA가 2순위로 충암고 윤영철을 지명했다. 관건은 3순위 롯데였다. 김범석과 김민석을 두고 고민한 롯데는 김민석을 선택했다. 드래프트에 앞서 롯데 성민규 단장은 “김민석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구단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스카우트팀 의견도 종합해서 지명 대상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강민호 삼성 이적 후 포수난에 처한 롯데로서는 포수 최대어 김범석 영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LG 또한 빠르면 롯데, 늦어도 4순위 NC에서 김범석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LG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은 “최근 김범석이 보여준 모습이 워낙 좋다. 후반기 홈런을 몰아치면서 김범석에 대한 평가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차례까지 오기를 기대했는데 안 될 것 같다”며 김범석과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범석은 올해 고교리그에서 홈런 9개를 터뜨렸다. 나무 배트로 바뀐 후 고교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고 김범석은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다. 드래프트 후 차명석 단장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쓰레기 잘 줍고 종이도 잘 치웠는데 그래서 행운이 온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김범석은 합류하면 몸부터 체크하고 몸부터 만들 게 할 것이다. 실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1루로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 유강남과 김범석이 10년 차이 나지 않나. 내년에 유강남과 함께 뛰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강남 다음을 이어가는 포수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김범석 육성 계획을 전했다.

LG는 3라운드에서는 김범석과 함께 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고속 사이드암 투수 박명근도 지명했다. 이번 드래프트 1, 3라운드에서 홈런을 친 LG다. 더불어 중하위 라운드에서는 뚜렷한 목표점을 갖고 지명권을 행사했다. 기록을 무시하듯 한 가지 장점에 주목했다. 특히 투수들은 파이어볼러로서 재능이 있는 선수를 수집하는데 중점을 뒀다.

차 단장은 4라운드에서 지명한 외야수 이준서에 대해 “투수로 나와도 좌투수로서 147㎞를 던진다. 일단 팀에 들어오면 그 때 포지션은 생각하겠다”고 이준서의 투수 전향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덧붙여 “우리 팀의 경우 투수 유망주에 대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점을 고려해 선택한 선수들이 많다”고 ‘하이 리턴’을 계획한 채 드래프트에 임했음을 강조했다.

SSG 또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계획한대로 이로운을 1라운드에서 지명한 후 2라운드에서 현재 청소년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송영진을 얻었다. 3라운드에서 경남고 외야수 김정민, 5라운드에서 연세대 내야수 김건웅, 6라운드에서 야탑고 외야수 박세직, 그리고 7라운드에서 천안북일고 내야수 김민준까지 야수진도 알차게 보강했다. 김민준은 이번 드래프트 대상 내야수 중 수비는 최고로 평가 받는다.
SSG랜더스에 지명된 이로운 등 새내기들이 드래프트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공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SSG 류선규 단장은 “지명을 하면서 깜짝 깜짝 놀랐다. 선택하면서도 ‘어떻게 이 선수가 우리 차례까지 남아있지’라고 생각했다. 올해 드래프트는 투수가 워낙 좋아서 초반에는 투수를 지명하는 게 맞다. 그런데 우리 팀은 지금 야수도 필요하다.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 그리고 중하위 라운드에서 야수를 잘 보강했다. 솔직히 박세직, 김민준은 우리 차례까지 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웃었다.

드래프트 지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어느 선수를 뽑느냐도 중요하지만 팀의 육성 시스템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SSG와 LG 모두 최근 지속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올시즌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10구단 육성시스템에 있어 상위권에 들어간다. 2023 드래프트가 향후 SSG·LG 2강 체제를 굳건히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지난 2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굵직한 성공을 거둔 롯데도 흐름을 이어갔다. 롯데는 많은 팀이 군침을 흘린 김민석을 1라운드에서 확보한 후 2라운드에서 빼어난 잠재력을 자랑하는 이진하를 지명했다. 지난 겨울 트레이드로 3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에 내줬으나 4라운드 김기준, 5라운드 정대선, 7라운드 석상호 등 중하위 라운드 지명권을 알차게 사용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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