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총독에 맞서는.. 아이들의 '빛나는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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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는 달콤하고 즙이 많은 과일이다.
이 작품은 잘 익은 망고 하나를 두고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망고는 감금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달콤함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부모의 고향, 태국의 음식과 풍습, 문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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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어둠을 걷는 아이들
크리스티나 순토르밧 지음
천미나 옮김│책읽는곰
망고는 달콤하고 즙이 많은 과일이다. 이 작품은 잘 익은 망고 하나를 두고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교도소이며 주인공 퐁과 솜킷은 이 안에서 태어났다. 공식 명칭은 남원 여성 교화 센터다. 그들은 수감자인 엄마의 형기가 끝나거나 열세 살이 되어야만 여기서 나갈 수 있다. 망고는 감금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달콤함이다.
‘어둠을 걷는 아이들’은 부모가 범죄자일 경우 아이들도 함께 가두고 지켜보는 세계인 차타나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의 간절한 성장 서사다. 야자수 그늘에서 찬란한 수상시장이 열리던 도시 차타나는 넘치는 사람들의 욕망을 감당하느라 높고 넓게 영역을 확장하다가 커다란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만다. 폐허가 된 도시에는 감염병이 돌고 이제는 끝이 왔다고 믿을 즈음 한 남자가 마법으로 차타나를 재건하고 총독이 된다.
그는 온갖 금지의 규칙으로 도시를 가두고 빛과 에너지를 완벽히 통제함으로써 사람들을 복종시켰다. 차타나에서는 빛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지정된 극소수의 사람들만 빛과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모두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죄수의 문신을 새겨야 했던 퐁과 솜킷은 감옥에서 탈출한 뒤 캄캄한 길을 걷는다. 희미하게 번지는 불빛처럼 곳곳에는 용감한 이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다시 모두가 빛을 누리는 세상을 위해 총독에게 맞선다.
뉴베리 명예상을 받은 이 장편동화는 소수가 에너지를 독점하고 빛을 고루 나누지 않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오늘의 현실과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 작가인 크리스티나 순토르밧의 부모는 태국계 식당을 운영하는 이민자였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부모의 고향, 태국의 음식과 풍습, 문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판타지에서 아시아의 풍경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이 책이 하나의 아름다운 예시가 될 것이다. 후끈한 습기로 꽉 찬 열대의 이미지를 뚫고 어린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제대로 된 판타지에는 정교한 철학적 질문이 묻혀있고 이 책은 그 물음을 발굴해낸다. 모험의 순간마다 터져 나오는 빛의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400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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