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화성에서 최대 규모 유기물 발견, 생명의 흔적 가능성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9. 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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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까지 지구로 시료 귀환, 정밀 분석 목표
미국의 퍼서비어런스 탐사 로봇이 화성의 예제로 충돌구에서 '스키너 능선'이라는 이름의 암석을 로봇팔로 탐사하고 있다./NASA, JPL-Caltech, ASU, MSSS

우주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서 유기물이 포함된 암석 시료를 채취했다. 유기물은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어서 암석 시료가 화성 생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지 주목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가 7월 7일부터 이뤄진 탐사를 통해 예제로 충돌구의 고대 삼각주에서 유기물이 포함된 암석 시료 4개를 채취했다”고 1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고대 호수에서 유기물 발견

영어로 ‘인내’를 뜻하는 퍼서비어런스는 지구를 떠나 6개월 반 동안 총 4억7000만㎞를 비행한 끝에 지난해 2월 19일 화성에 착륙했다. 무게가 1t이며 바퀴 6개로 움직인다. 그해 9월 처음 화성의 바위에 구멍에 뚫고 암석 시료를 채취한 데 이어 지금까지 총 12개의 암석 시료를 확보했다.

예제로 충돌구는 지름 45㎞로, 35억년 전 화성에 강과 호수가 많았을 때 생긴 삼각주가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이곳에서 강과 호수에서 가라앉은 입자들로 만들어진 퇴적암을 탐사하고 있다. 이번에 예제로 충돌구의 삼각주에 있는 ‘스키너 능선(Skinner Ridge)’과 ‘들고양이 능선(Wildcat Ridge)’이라는 별명을 가진 퇴적암들에 구멍을 뚫고 각각 두 개씩 시료를 채취했다.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한 화성 예제로 충돌구의 퇴적암들. 왼쪽 아래가 들고양이 능선이고 오른쪽 위가 스키너 능선이다. 두 암석은 20m 떨어져 있다./NASA

특히 주목 받은 것은 지름 1m의 들고양이 능선이다. 수십억년 전 진흙과 고운 모래가 소금 호수에서 가라앉으며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20일 퍼서비어런스가 암석 표면을 갈아내고 자체 과학 장비인 셜록으로 분석했더니 황산염 광물과 방향족 유기물질들이 나왔다.

유기물은 탄소를 주축으로 해서 수소와 산소를 포함하는 다양한 화합물을 말한다. 그 밖에 질소와 인, 황도 들어갈 수 있다. 유기물은 순전히 화학반응으로도 생성되지만, 일부 유기물은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에 채취한 시료가 과거 화성에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나사는 밝혔다.

화성에서 유기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나사의 큐리오시티 로버가 암석 가루에서 유기물을 발견했다. 하지만 앞서 발견과 달리 이번 유기물은 먼 옛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인 갖춘 호수에서 침전물과 염분이 가라앉으면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퍼서비어런스 탐사 로봇이 화성의 예제로 충돌구에서 '들고양이 능선'이라는 이름의 암석에 구멍 두 개를 뚫어 시료를 채취했다. 동시에 표면을 갈아 내장 장비로 분석해 유기물을 확인했다./NASA, JPL-Caltech, ASU, MSSS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수난다 샤르마 박사는 이날 “이번 탐사가 다른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이라는 보물을 찾는 것이라면, 유기물이 그 단서”라며 “우리는 삼각주 탐사를 통해 점점 더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셜록은 이 시료에서 화성 탐사 사상 가장 많은 유기물을 발견했다.

토머스 쥐르뷔헨 나사 과학담당 부국장은 이날 “퍼서비어런스가 예제로 충돌구를 탐사 지역으로 택한 것은 과학적으로 우수한 시료를 구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며 “이제 로버를 적절한 장소로 보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성 암석, 2033년까지 지구 귀환 시도

나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은 퍼서비어런스 후속 탐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퍼서비어런스 과학 탐사를 맡은 켄 팔리 박사는 “퇴적암은 지구에서 고대 생물 화석을 간직하고 있는 암석이라는 점에서 유기물을 발견한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퍼서비어런스 내장 장비의 한계로 최종 결론은 화성 시료를 지구로 가져와서 심층 분석을 해야 내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시료 귀환(Mars Sample Return·MR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시료를 수고해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 2019년 화성의 흙과 돌 500g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총 70억 달러(약 9조79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엄청난 투자를 받으려면 화성 시료가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사는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화성 시료의 지구 귀환은 3단계로 진행된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흙과 돌 시료를 채취해 20g씩 원통 용기에 담는다. 용기는 일부는 로버 자체에 내장하고 일부는 땅에 숨겨둔다.

다음은 시료 회수 과정이다. 미국의 무인(無人) 탐사선이 화성에 내리고 여기서 유럽이 개발한 소형 로버가 나와 6개월에 걸쳐 시료가 담긴 원통들을 회수한다.

3단계는 시료를 화성 상공 300㎞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 귀환용 우주선으로 보내는 과정이다. 무인 탐사선의 발사대로 길이 3m의 고체 연료 로켓을 쏘아 시료 용기를 화성 궤도로 올린다. 인류 최초로 지구 아닌 다른 천체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다. 우주선은 화성 궤도에서 시료 용기를 낚아 채 지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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