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 충청도 사투리의 만남, 과연 재밌을까

김계연 2022. 9. 1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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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를 졸업한 기세(송새벽 분)는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팔출의 운전기사로 시작한 강돈(이범수)은 어린 기세를 조카처럼 살뜰히 챙겼다.

팔출의 유일한 혈육인 기세가 언젠가 물려받게 될 유산이 탐났기 때문이다.

기세와 강돈은 물론, 팔출이 회장을 맡았던 지역 두목들의 모임 '팔출회' 회원들까지 대부분 충청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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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이범수·라미란 주연 코미디 '컴백홈'
'컴백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교를 졸업한 기세(송새벽 분)는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아버지 팔출(이경영)은 충남 아산을 기반으로 지역 주먹세계를 평정한 폭력조직 두목이다. 기세는 아버지를 포함한 고향과 절연한 채 개그에 매진한다.

우울증 걸린 소 연기를 주무기로 삼았지만, 출연을 노리던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생계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기세는 월세 30만원을 내지 못한 채 꿈을 접고 낙향한다. 마침 그때 팔출이 킬러의 칼에 맞아 숨졌다는 부고가 전해진다.

팔출의 운전기사로 시작한 강돈(이범수)은 어린 기세를 조카처럼 살뜰히 챙겼다. 팔출의 유일한 혈육인 기세가 언젠가 물려받게 될 유산이 탐났기 때문이다. 강돈은 고향에 돌아온 기세에게 아버지가 남긴 20억 원을 나누자고 제안한다.

'컴백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세는 주먹과 연장으로 벌어들인 돈이 내키지 않았지만, 당장 목구멍에 풀칠할 걱정에 강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세의 집에 복면강도가 들어 현금다발이 담긴 돈가방을 빼앗아가면서 기세와 강돈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컴백홈'은 낙향한 무명 개그맨 기세가 거액의 유산을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송새벽과 이범수, 기세의 첫사랑 영심을 연기한 라미란까지 한국 코미디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조직폭력배의 출신 또는 활동 지역으로 거의 등장하지 않은 충남 소도시가 배경이다. 기세와 강돈은 물론, 팔출이 회장을 맡았던 지역 두목들의 모임 '팔출회' 회원들까지 대부분 충청도 출신이다. 조폭과 충청도 사투리라는 이질적 요소의 결합을 기본적 웃음 포인트로 삼는다. 여기에 어눌하고 나른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인 배우 송새벽의 개인 캐릭터가 추가된다.

'컴백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전반적인 유머 타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충청도 말투의 조폭이 처음엔 신선하지만 금세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기세는 반평생을 개그에 몰두한 인물이지만, 영화 속 개그맨으로서 웃기는 장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중반 이후는 기세가 반목했던 고향 친구들과 우정을 되찾고, 첫사랑 영심과 관계도 어느 정도 복구하며, 개그맨의 희망도 되살리는 화합과 재기의 감동 드라마 형식을 띤다. 그러나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전환은 계기가 되는 사건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 때문에 감동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

'컴백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미디 여왕으로 불리는 라미란의 존재감 역시 미약하다. 택시 운전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영심은 낙향한 기세를 환대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기세를 꼭 빼닮은 영심의 딸은 둘의 과거가 간단치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영심의 역할은 나중에 관계가 회복되는 동네 친구들과 결과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거북이 달린다'(2009)와 '피끓는 청춘'(2014) 등 충남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연출해온 이연우 감독은 지역 이미지처럼 순박하고 담백한 코미디를 염두에 둔 듯하다. 이 감독은 "어떤 영화는 극장을 나설 때 가슴이 훈훈해지면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게 만들지 않나. 우리 영화가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10월 5일 개봉. 119분. 15세 관람가.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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