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산간]김경욱 소설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외

2022. 9. 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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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김경욱 지음, 문학과지성사)=‘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장국영이 죽었다고?’등 당대 젊은 세대의 모습을 문화적 코드와 겹쳐 포착해온 작가 김경욱의 아홉번째 소설집. 타인과 사물로 향한 집요한 관찰의 시선을 이번엔 자신에게로 돌려 소설가의 얘기, 혹은 소설 자체가 중심인 얘기를 여럿 담았다. 표제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의 은둔형 외톨이인 김중근은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 한 사건을 진술해나간다. 누군가 자신에 대해 말할 때면 “통째로 삼켜지고 옴짝달싹할 수 없이 숨통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는 그는 타인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무장한 채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은유로 읽힌다. 단편 ‘그 분이 오신다’는 한 줄의 문장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 상상력 고갈 상태의 고뇌에 찬 소설가가 이사를 앞둔 아파트의 흉사에 발동이 걸리며 상상력의 힘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2021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타인의 삶’은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형은, 네 형은?”이란 마지막 말에 어린시절 집에 머물던 어떤 형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는 얘기다. 의혹을 품고 알 만한 이들에게 형의 존재를 탐문하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듣지 못하고 빈소에서 이를 확인할 기회가 오지만 차마 묻지 못한다. 자로 잰듯 살아온 양복쟁이 아버지가 자신이 알던 대로 비밀 하나 없는 아버지일까봐 두려워서다. 잘 짜여진 이야기의 맛을 선사하는 소설들은 짧지만 여운이 있다.

▶스피노자, 욕망의 기하학(이근세 지음, 아카넷)=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질 들뢰즈는 스피노자에 대해 ‘신학에서 철학을 구출한 철학의 그리스도’라고 칭했다. 스피노자는 신을 인격체로 보는 유대교를 거부하고 ‘신 즉 자연’이란 개념을 내세웠다. 이는 유대교 뿐 아니라 기독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개념이다. 스피노자는 이 개념 안에서 인간의 본질인 욕망의 구조를 살피고 욕망의 완성에서 실존적 의미를 찾았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로 삶이 있는 한 욕망은 은폐할 수 없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욕망은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도, 소모적으로 낭비될 수도 있다. 신이 자연 바깥에 있다고 믿는 이들은 가장 심한 욕망의 낭비를 겪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의거하는 욕망 주체는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왜곡하면서 다양한 가짜 지표에 얽매이게 된다. 자연을 초월한 미신을 믿게 된다. 새의 날갯짓, 어디선가 떨어진 돌멩이 등 모든 것은 신의 뜻이 된다. 스피노자는 미신에 맞서 진짜 종교가 무엇인지 밝힘으로써 욕망의 일탈을 막을 방안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욕망의 완성은 욕망 주체가 자신의 근원과 실상을 이해하고 감정의 원인을 인식하면서 느끼는 기쁨의 지속 상태이다. 미신과 이성 사이에 욕망 주체의 안정을 보증해줄 지표가 있다는 게 스피노자의 사유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욕망의 기하학으로 명명, 스피노자의 주요 저서인 ‘에티카’‘신학정치론’‘지성개선론’ 등 원전을 꼼꼼히 읽어내며 그의 사유의 정수를 풀어낸다.

▶트레이드 워(류재원·홍재화 지음, 시공사)=미·중 패권전쟁과 디지털 전환 시대 글로벌 무역전쟁은 단순 교역을 넘어 경제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저자들은 작금의 무역전쟁은 전통적 의미의 환율전쟁과 관세전쟁을 넘어 표준화 전쟁이자 공급망 전쟁, 첨단기술 전쟁이 됐음을 강조한다. 2018년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을 때만 해도 급속히 세계화가 깨지고 동맹체제로 갈 것이라 예측한 이는 없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 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과 감염병은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중 기술전쟁과 코로나 19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위주의 국가 대 민주주의 진영간 정치적 동맹 위주의 무역을 촉진시켰다, 저자들은 특히 새로운 무역질서 형성에서 미·중 무역전쟁, 특히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배제라는 탈중국화에 주목한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미·중 양쪽과 정치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한국으로선 전략적 이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의 선택 기준은 ‘얼마큼 대체 가능한가’‘우리와 생각이 비슷한가’‘우리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 나라는 어디인가’ 등 꼼꼼히 따져야 한다. 책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무역전쟁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ESG도 집중 조명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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