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사물은 삶의 안식처"..정보화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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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실재를 지각할 때 무엇보다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각한다. 그리하여 실제와의 사물적 접촉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실재는 고유한 여기 있음을 박탈당한다."
정보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실재하는 사물적 접촉이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드러내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보를 통한 사물 지각은 물질이 주는 느낌과 울림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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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실재를 지각할 때 무엇보다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각한다. 그리하여 실제와의 사물적 접촉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실재는 고유한 여기 있음을 박탈당한다.”
‘피로사회’‘폭력의 위상학’ 등 날카로운 사유와 시적 문장으로 현대사회의 본질을 드러내온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이번엔 현 정보 자본주의에 메스를 댔다. 신작 ‘사물의 소멸’(김영사)은 정보 자본주의가 심화시키는 반사물· 공간과 시간의 상실· 실존의 위기에 주목한다.
정보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실재하는 사물적 접촉이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드러내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보를 통한 사물 지각은 물질이 주는 느낌과 울림을 주지 못한다. 스마트폰에서 정보로 환원된 공간은 고유의 존재감이 없다. 우리는 분위기와 무드를 느낄 수 없다. 또한 현재에, 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디지털 세계는 ‘시간의 향기’를 몰아낸다. 시간의 향기는 서사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가령 스냅챗의 스토리는 참된 의미의 이야기가 아니라 순간 사진들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간에는 어떤 서사적 연속성도 없다. 그리하여 삶 자체를 덧없게 만든다. 디지털 화면에는 세계의 실재가 결핍돼 있다. 어떤 상대도, 너도 없다면, 우리는 그저 우리 주위를 돌 뿐이다. 팔로워가 친구라고 여기는 건 착각이다. 의학에서 말하는 병적으로 심화한 세계 결핍을 뜻하는 우울증이 도처에 있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디지털화된 세계는 한마디로 상실의 시대· 실존의 위기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은 탈신체화된,바라봄이 없는 소통으로 타인과 공동체를 소멸시킨다. 상대방을 지워버리고 자아도취에 빠진다. 바라봄의 부재는 공감의 상실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한 교수의 정보 현상학은 정보화 시대의 우상을 직접 겨냥한다.
빅데이터는 상관관계와 패턴 인식이라는 초보적인 앎만 제공하며 아무것도 개념화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과거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예측하는 미래는 진정한 의미의 미래가 아니다. 같음을 이어갈 뿐이다. 따라서 확실한 의미의 새로움이 시작되게 하는 단절이 없다. 반면 생각하기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세계 안에 놓는다.
사물인터넷은 사물들을 통제, 우리의 욕구를 친절하게 충족시키는 것으로 만든다. ‘사물의 감옥’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물이 말을 건다든지, 매혹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한 교수의 얘기는 빅테크의 공유와 소통의 얘기와 전혀 다르다. 그는 인간의 실존을 의미있게 하는 것, 불안한 일상을 지탱하는 것들이 오롯한 사물과 타인과의 접촉임을 강조한다.
그는 ‘사물을 삶의 안식처’라고 부르는데, 사물이 인간의 삶을 안정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의자와 탁자는 그 자신으로 머무르면서 인간의 삶에 안정성과 연속성을 부여한다. 사물들 곁에서인간은 하염없이 머무를 수 있지만 정보 곁에서는 그럴 수 없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주크박스에 관한 여담’은 그가 우연한 기회에 주크 박스 하나를 소유하게 된 개인적 경험과 벼락맞은 대추나무 도장에 관한 에세이인데 사물과의 관계성, 마법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d.com
사물의 소멸/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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