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더 강해진 시진핑, 한국에 득인가 실인가
거침 없는 시 행보..원칙 앞세원 전략적 투명성으로 맞서야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중국은 현재 코로나19 위기 상황의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 봉쇄는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로 이어졌고, 전쟁은 중국의 선택을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미중 경쟁은 대만 문제로 불이 붙고 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와 새로운 냉전의 그림자 등 여러 원인으로 중국이 올해 목표치로 내건 5.5% 경제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의 권력 연장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9월 9일에 개최된 정치국 회의에서는 20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규약(中國共産黨章程)’ 개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당 총서기제에서 당 주석제로의 회귀도 테이블 위에 올라온 상황이다. 친정체제의 구축은 한층 더 강화된 개인 권력의 출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 강화는 대외적으로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로 나타날 것이다.
시 주석의 임기와 함께 할 공동부유 정책
‘공동부유’는 경제에서의 고속 성장, 사회의 장기 안정이라는 중국이 그동안 이룩했던 성과를 시진핑 정부 3기에서도 확실하게 이어가기 위한 정책 방향이자 정치적 구호다. 2021년 8월 시진핑 주석이 직접 거명하면서 정책이자 비전으로 힘을 받고 있다. 저장성(浙江省)을 ‘공동부유’ 시범 지구로 지정해 전 지역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공동부유’ 전략은 내수를 확대하고 소득 재분배를 통해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분배 정책의 강조는 자칫 경제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공동부유’의 관건은 경제성장과 재분배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시진핑 주석도 ‘공동부유’는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발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통치 강화를 위한 사회 세력에 대한 포섭과 배제를 ‘공동부유’와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공동부유’는 시진핑 주석의 아젠다이기 때문에 도중에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도 아니다.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질 높은 수준의 경제단계에 도달한 이후에 비로소 달성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공동부유’는 시진핑 주석의 임기와 연동되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기본 단계인 2035년까지는 안정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중국의 전략 공간 확대와 우리의 대응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은 중국이 관망을 끝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관망 자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중재자로서 국제적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그 방식이 진영 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대외관계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여전히 중요하고 가장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주변국 관계에 대한 조정은 있을 것이다. 한층 강화된 권력을 기반으로 대외적으로 더욱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것이다. 그 중심에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이 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을 통한 정상외교 복원은 중국의 전략 공간 확충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현재 빅블러(big blur·경계 융화) 시대를 살고 있다.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진핑 3기 역시 기존 경계를 뒤로하고 다양한 혁신의 흐름이 여러 현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개인 권력을 강화하면서 장기집권에 시동을 걸은만큼에 대내외적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경제와 안보의 구분이 없어지고 가치와 이익의 구분도 불분명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3연임은 기존의 중국 정치의 관행과는 다르게 펼쳐질 것이다. 그 어느 최고 지도자보다 강화된 권력을 가지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광폭 행보를 보일 것이다. 대외 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도 그동안 미중 사이에 가졌던 전략적 모호성을 원칙론에 입각해 전략적 명확성으로 경계를 초월하는 전략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무엇이 가치이고, 무엇이 이익인지는 빅블러 시대에 큰 의미가 없다. 중국이 강한 권력으로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더욱 더 명확한 스탠스를 취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 우리가 명확한 대외 원칙을 먼저 정립하는 기반 위에서 가치나 이익 일방에 경도되는 선택이 아니라 가치와 이익을 모두 고려하는 차원에서 전략적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가령 우리가 인도태평양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 동맹,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가치와 이익을 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이 커지는 만큼 우리도 더 커지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새로운 생존의 공간을 개척할 수 있다.
양갑용 책임연구위원은···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중국정부와 정치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을 거쳤다. 중국의 정치 변화를 관행과 명분·의지라는 세 가지 요소로 해석하고 풀어내려고 한다. 관행의 지속과 변화, 사회적 명분으로서 당원과 국민의 동의, 그리고 현상 변경을 위한 지도부의 의지와 능력에 따른 중국정치 변화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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