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코믹DNA..'개미가 타고 있어요' 한지은 "저는 웃긴 사람인 것 같아요"[스경X인터뷰]
‘드디어 찾았다! 코믹 DNA!’
배우 한지은의 내면에는 안 그래도 ‘코믹 DNA’가 자글자글 끓고 있었다. 그가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부터, 식성이 좋았던 MBC ‘꼰대인턴’, 걸크러시 캐릭터였지만 코믹적 요소가 조금 있었던 tvN ‘배드 앤 크레이지’까지.
언젠가 폭발을 기다리는 활화산의 밑, 그 마그마 같던 코믹의 본능이 터진 것은 이번 티빙 오리지널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서다. 한지은은 극 중 결혼자금을 주식으로 날린 후 방황하다 주식 스터디 동호회에서 기운을 차리고 주식의 세계에 들어서는 명품매장 직원 유미서 역을 연기했다.
남자친구와 알콩달콩한 결혼을 준비하던 그는 전세금 마련을 위해 주식에 손을 댔다 그 돈을 몽땅 날린다.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그는 역시 주식에 트라우마가 있던 주인공 최선우(홍종현)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다시 일어선다.
그런데 한지은의 드라마 속 ‘잔망미’가 예사롭지 않다. 과장된 표정에 중얼대는 듯한 특유의 말투, 술이라도 취할라치면 거침없는 욕설. 그리고 곳곳 다양한 상황극 속에 나오는 독특한 캐릭터들로 한지은의 코믹 본능은 거침없이 살아났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반드시 찾아보는 한지은도 “도대체 자아가 몇 개야?”라는 댓글에는 으쓱하고 말았다.
“가족 중에서도 주식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웃음) 드라마가 재밌으시대요. 저도 사실 드라마를 준비할 때 잠깐 빼고는 주식을 안 해봐서 과연 주식을 하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는데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드라마는 매도와 매수, 우량주와 소외주, 공모주와 주주총회 등 주식거래에 딸린 여러 주주의 권리와 생활을 다각도로 다뤄 주식을 그저 스치듯 소재로 이용하는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꾀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톤은 밝았다. 한지은은 코믹이라는 콘셉트 아래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해보는 행복한 촬영기간을 보냈다.
“일단 재밌었어요. 더 망가질 수도 있었죠. ‘할 거면 확실하게 하자’는 주의거든요. 사실 너무 망가져서 ‘이래도 괜찮을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저랑은 잘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촬영장에서 즐겁고요. 무거운 작품을 할 때는 아무래도 침체되는데, 코믹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로도 즐거워져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코믹 분야에서 한지은이 가진 가능성은 단순히 ‘가능성’이라고 치부하기엔 부족하다. 원래부터 한지은이 가진 끼, 연기와 캐릭터를 재미있게 갖고 노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저는 웃긴 사람인 것 같아요.(웃음) 말로 재밌게 하는 편은 아닌데…. 그냥 좀 웃긴 사람인 것 같아요. 뭐가 웃기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다들 제가 엉뚱하고 독특하다고 해요.”
장광, 김선영, 정문성 등 주식 스터디를 함께 하는 멤버들 뿐 아니라 멜로 호흡을 맞췄던 홍종현도 편했기에 그런 호흡이 나올 수 있었다. 연출을 맡은 최지영 감독도 그가 애드리브를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비록 코로나19 이슈 때문에 촬영이 1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6개월 동안의 보람은 충분했다.
“미서를 연기하면서 저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았어요. 재미있는 성향은 비슷하지만 미서는 주식을 하면서도 기꺼이 실패하고 이를 딛고 일어날 힘이 있는 친구거든요. 보통 긍정적이라도 세상의 실패를 맛보면 성향이 틀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미서는 우여곡절에도 이를 끝까지 가져가는 힘이 있었죠.”
한지은은 유미서 역할과 달리 생각이 많은 편이지만, 생각한 바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은 비슷해 보인다. 2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해 최근 비로소 각광을 받게 됐다. 특히 ‘배드 앤 크레이지’와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함께 한 지난 1년은 정말 바빠서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는 tvN ‘별들에게 물어봐’ 그리고 KBS의 단막극을 통해 쉼 없이 시청자를 만난다.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그래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최근에 깨달은 것은 연기를 열심히 하는 만큼, 쉬는 일도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죠. 건강하게 잘 쉬지 못하면 다음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더라고요.”
집에서만 머무는 ‘집순이’지만 그림도 그리고, 골프도 시작했다. 그리고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OST 수록곡 정기고가 부른 ‘괜찮은 척’의 가사를 써 작사가로도 데뷔했다. 잘 쉬면서 여러 취미를 갖는 일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도 하나하나 해보고 시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정말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나, 깊은 감정이 들어가는 ‘어른 멜로’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웃음기를 뺀 제 모습, 또 기대해주세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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