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가을 태풍 위협 급증, 더 자주 오고 강해졌다
[뉴스투데이] ◀ 현인아/기자 ▶
상륙 당시 중심기압 955 hPa, 시간당 111mm의 폭우와 20m의 파도를 일으킨 11호 태풍 힌남노.
힌남노는 상륙당시 중심기압 기준으로 역대 3위 태풍으로 기록됐습니다.
1위는 1959년 태풍사라와 2003년의 매미였습니다.
이들 태풍의 공통점은 추석을 전후해 찾아온 가을 태풍입니다.
가을 태풍이 늘고 위협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1954년부터 2019년까지 66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235개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2002년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가을 태풍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였지만 2002년 이후에는 31.6%로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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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태풍의 강도도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면 왼쪽은 2010년 이전, 오른쪽은 2011년 이후 내습한 가을 태풍의 풍속입니다.
노란색은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30m를 넘는 지역, 붉은색 영역은 초속 40m를 넘는 지역입니다.
2011년 이후 가을 태풍의 붉은색 영역이 더 넓어졌습니다.
제주도와 남해안, 경상도와 강원도, 서해 5도에서도 강풍 위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이 확인됩니다.
가을 태풍이 이전보다 더 자주 오고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가을 태풍이 더 자주 오는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의 설명입니다.
[정우식/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한반도 근처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을 해 있다는 것이고요. (태풍의) 경계선이 과거보다 훨씬 더 우리 한반도 쪽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한반도를 통과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그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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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태풍의 위력이 강해진 건 해수면 온도 상승, 특히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해역의 7월 평균 수온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0.34℃씩 상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8월 수온은 이보다 상승 폭이 더 커서, 0.4℃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 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온이 상승하는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한두 해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생긴 열의 90%를 흡수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넓은 바다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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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바다가 흡수한 열을 계산한 그래프입니다.
1955년 이후 지금까지 67년간 바다가 흡수한 열은 337제타줄로 나타났습니다.
제타줄은 10의 21승 줄인데 상상하기 어려운 큰 숫자죠.
그래서 이 에너지를 히로시마 원폭이 가진 에너지로 환산해 봤습니다.
337제타줄은 히로시마 원폭의 50억 개나 되는 엄청난 에너지였습니다.
그런데 50억 개라는 숫자도 감이 잘 안 오시죠?
1955년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1초에 2-3개의 원폭을 터뜨려야만 50억 개가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바다는 1초가 지날 때마다 원폭 2-3개나 되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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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 바다는 이전의 바다와는 전혀 다른 바다로 변했습니다.
푸르게 넘실대는 겉모습만 빼면 우리가 알던 바다는 사라졌습니다.
맑은 날은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지만, 태풍이 발달해 북상하는 바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는 그 차이를 확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유엔기후변화 보고서는 태풍에 대해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태풍의 에너지원이 증가해, 슈퍼태풍과 같은 강력한 태풍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달할 것이다.
아열대 바다가 북쪽으로 확산하면서 태풍이 북상해도 쉽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오늘을 무사히 넘겼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지구의 기온이 더 상승한다면 모든 나라가 감당하기 힘든 재해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내일은 바로 그곳이, 여러분이 사는 나라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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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물론이고 이전 같으면 태풍 걱정에서 한숨 돌릴 10월에도 태풍의 위협이 이어지는 세상이 됐습니다.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멈춘다고 해도 지금까지 바다가 흡수한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합니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노력과 더불어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태풍과 폭우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준비가 돼 있는지 우리 주변을 돌아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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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today/article/6408244_357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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