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금 내놔"..레바논, 장난감 총 은행강도까지
[앵커]
최악의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레바논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레바논은 현재 예금 제한이 걸려 마음대로 인출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 여성은 아픈 언니를 위한 병원비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총을 들고 은행으로 들어섭니다.
앉아 있는 남성을 인질로 잡고 위협하기도 하고, 책상 위에 올라가 총을 들고 소리치기도 합니다.
결국 만 2천 미국 달러와 레바논 파운드화 등을 받은 이 여성은 암에 걸린 언니의 병원비를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카의 장난감 총이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살리 하피즈/은행 강도 : "부끄럽지만, 언니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 신장을 팔아야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언니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볼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와 베이루트항 대폭발 그리고 최근 전쟁까지 겹치면서 레바논 경제는 최악입니다.
세계은행은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불황으로 진단한 바 있습니다.
특히 현지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했는데,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부분 예금 인출을 제한했습니다.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함인데, 결국 레바논 국민들은 본인의 예금이 있어도 찾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엘리 샤몬/목격자 : "치료를 받고 싶지만 치료비를 낼 돈이 없는 사람들이 은행으로 가서 예금을 인출하고 휘발유를 던졌습니다. 경비들과 충돌도 있고요."]
거리의 현금인출기들은 무용지물이 됐고, 은행강도 인질극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한 남성이 10명을 붙잡고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이 남성의 계좌에는 약 21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9천여만 원이 있었지만, 인출을 하지 못해 가족 병원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바이에서 KBS 뉴스 우수경입니다.
영상편집:김인수
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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