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키로..한국기업 대미 투자 영향 촉각
미국이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승인할 때 해당 거래가 국가 안보와 첨단 기술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지만,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급망 및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핵심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 보안, 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 등 5가지 요인을 고려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은 “미국 안보를 저해하려는 국가와 개인의 행태를 비롯한 국가 안보 환경이 진화함에 따라 CFIUS의 심사 절차도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이 그 문제를 해소한다는 조건부로 승인하거나 거래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첨단기술을 확보해 미국 안보를 위협하려 한다고 판단해 CFIUS를 통해 중국의 미국기업 인수를 여러 차례 좌절시킨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논란 등을 의식해 이번 조치의 대상이 중국과의 거래로 특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첨단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도 CFIUS는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까다롭게 평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백악관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외국 기업에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지는 않지만, CFIUS가 더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는 방침만으로도 심사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CFIUS가 한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할 때 해당 한국 기업이 중국과 어떤 사업을 벌여왔는지 등 중국과의 관계를 파고들 수도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외국인과 ‘제삼자와의 관계’도 고려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CFIUS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FIUS는 핵심기술 거래 총 184건을 심사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16건), 영국(16건), 일본(15건), 한국(13건) 순으로, 한국이 네번째로 많았다.
CFIUS는 일부 동맹국에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외국인투자의 안보 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두고 있고, 미국과 협조한다는 이유로 ‘예외 국가’로 지정돼 일부 규정 적용을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국가’가 아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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