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심'으로 사는 당신을 위한, 속초 빵지순례
'밥심'보다 '빵심'으로 사는 자는 여행지에서 빵집 탐방을 포기하지 못한다. 아바이순대, 닭강정, 함흥냉면, 물회 등 먹거리 천지인 속초에서 오늘도 빵집 앞을 서성거리는 빵순이가 작성한 속초 빵지순례 리스트.
●속초 가면 한 번은 먹어 봐야 한다는 마늘바게트
봉브레드
속초 아파트 단지에 있던 작은 동네 빵집에서 이제는 속초를 대표하는 지역 빵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속초 현지인도 아닌데 봉브레드가 옛 자리에 있을 때부터 성장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만큼 속초를 빈번히 방문했고 빵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꽤 진심이다.
예나 지금이나 봉브레드의 대표 주자는 마늘바게트. 공식 명칭이 마늘바게트이지만 사실 바게트 식감의 빵은 아니다. 바게트보다 훨씬 부드러운 빵에 마늘 소스(크림이라고 부를 정도의 질감)를 듬뿍 얹어낸다. 빵이 마늘 소스에 촉촉하게 적셔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반 마늘바게트를 상상한 사람은 조금 당황할지도. 입맛은 지극히도 주관적인 지라 누구는 한 번 먹으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맛이라 하고, 또 누구는 눅눅하고 느끼하다고 평한다. 바삭한 식감의 마늘바게트를 좋아하는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먹어 봐야 내 입맛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 가능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속초를 대표하는 지역 빵집의 시그니처 빵이니 속초 여행 시 한번 먹어보고 판단하시길.
●줄 서서 먹는 술빵
찐빵땟거리
주전부리 천국인 속초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에는 줄 서서 사야 하는 맛집이 몇 곳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집이다. '할매니얼' 입맛 저격한 술빵 하나로 대인기 몰이 중이다. '찐빵땟거리'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모른다(이 집을 여러 번 들락거린 나 역시 제대로 된 상호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보통 '속초중앙시장 술빵' 또는 '속초 막걸리빵', '강원도 막걸리빵'으로 통한다.
이 집의 주인공은 막걸리로 반죽하고 자연 발효한 술빵이다. 커다란 찜통에 봉긋 부풀어 오른 술빵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술빵은 찜통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족족 팔려 나간다. 초창기부터 방문했던 나 같은 사람은 지금의 대기 줄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기에는 찐빵도 함께 팔았고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대기 필수인 맛집으로 몸값이 상승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의 찐빵 맛이 일품이었는데 현재는 워낙 바빠서 술빵만 판매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한 번 먹으면 또 생각나는 중독적인 맛
남포동찹쌀씨앗호떡
속초중앙시장 먹거리 투어에는 호떡도 포함된다. 호떡 붐을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이 집. 2009년 닭강정 골목 인근에서 영업하다 지금은 시장 공영주차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부산 남포동 호떡처럼 각종 견과류를 넣어 만드는데 이곳만의 방식을 더해 새로운 맛을 탄생시켰다.
마가린을 녹여 거의 튀기듯 구워내는 게 특징이다. 설탕의 단맛과 마가린의 짭조름한 풍미가 '단짠'의 조화를 완성한다. 여기에 씨앗이 더해져 고소한 맛과 씹는 맛을 살린다. 은근 중독성이 있어 속초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코스가 됐다. 수십 회 방문한 끝에 얻은 결론은 갓 구워낸 호떡을 그 자리에서 한 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것. 욕심부리다 한 자리에서 두 개 이상 먹거나 포장해가면 감동이 준다. 기본인 찹쌀씨앗호떡 외 인절미꿀호떡, 오레오꿀호떡, 뿌링클꿀호떡 등이 있다.
●빵순이가 홍게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
속초751샌드위치
속초 별미인 홍게를 빵과 함께 즐겨보자. '속초751샌드위치'에서는 게맛살이 아니라 진짜 홍게살이 들어가는 홍게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빵 사이에 양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홍게살을 듬뿍 넣어 샌드위치를 만든다. 자극적인 재료나 소스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홍게살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진짜 홍게살을 사용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점은 참고하자. 홍게샌드위치가 1만 4000원이다.
이밖에도 속초 지역색을 살린 오징어순대샌드위치를 비롯해 에그명란샌드위치, 베이컨샌드위치, 바비큐치킨샌드위치, 단호박샌드위치 등 메뉴가 다양하다. 케일, 청포도, 매실 효소로 만든 청초호주스와 브로콜리, 당근, 비트, 양배추 등을 넣은 설악산주스 같은 건강 주스를 함께 곁들여도 좋다.
●빵과 떡의 콜라보 '춘빵'으로 유명한
함스베이커리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나와 유명해진 빵집. 밀가루를 넣지 않은 소보로찹쌀빵이 대표 메뉴다. 찹쌀의 쫄깃함과 소보로의 바삭함이 씹는 재미를 준다. 소보로찹쌀빵은 이 집에서 '춘빵'이라 불리는데 주인장의 학창 시절 별명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반죽에 쑥이 들어가 빵을 잘라보면 안에 초록빛이 감돈다. 쑥의 강한 향을 잡아주는 조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쑥 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보로 반죽에는 콩과 땅콩이 들어가 고소하다. 떡과 빵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드는 춘빵은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기기 좋다.
매장은 양양 본점과 속초점, 총 2곳을 운영한다. 속초점은 청초호 인근이고 양양 본점도 속초와 인접한 물치항 쪽이라 속초 여행 시 들르기 편하다. 여행 동선에 따라 편한 곳을 이용하면 된다.
●속초 여행 중 강릉 빵 맛집까지 섭렵
베이커리 가루
강릉 유명 빵집인 '베이커리 가루'를 속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베이커리 가루는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빵을 만든다. 빵 종류가 다양한데 바질마늘바게트와 원준이엉덩이빵이 대표 메뉴다. 마늘 소스와 바질을 넣어 구워낸 바게트는 풍미가 깊다. 귀여운 이름을 가진 원준이엉덩이빵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빵 안에 달콤한 우유 크림이 듬뿍 들었다.
파운드 케이크도 인기가 많다. 생레몬을 통째로 넣어 만든 파운드 케이크인 위크엔드는 레몬 같은 노란 색감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에서는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에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고 해서 위크엔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 입 베물면 부드럽고 촉촉하게 빵이 녹아들며 레몬 향이 은은하게 입안 가득 번진다. 초코홀릭이라면 진하고 묵직한 초콜릿 맛에 무화과 씹는 맛이 더해지는 무화과파운드를 추천한다.
글·사진 김수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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