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수리남'으로 쓴 2년 반만의 반성문.."내 자신 돌아봤다"[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새 시리즈 '수리남'을 들고 돌아왔다.
2020년 2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가 처음 불거진 후 '수리남'이 공개되기까지, 하정우는 약 2년 반의 공백기를 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겹쳤고 '수리남' 등을 촬영하긴 했지만, 충무로 스타 중에서도 '열일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하정우를 만날 기회는 요원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만에 기지개를 켠 하정우는 긴장한 듯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취재진과 마주앉은 그는 인터뷰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홍보사에 그렇게 요청을 드렸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정우는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한 병원에서 19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지난해 9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하정우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일을 먼저 끄집어 낸 하정우는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걱정을 드렸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리겠다"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수리남'은 하정우가 '동반자'라 불리는 윤종빈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불리는 하정우가 '절친'과 함께한 작품을 어려운 시기 복귀작으로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수리남'의 경우 윤종빈 감독이 하정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하정우가 윤종빈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작품이다.
하정우는 "제 기억으로는 7년 전에 학교 선배가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영화로 만들어 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을 영화사를 통해 해왔다. 전 처음에 영화로 만들려고 준비를 했고, 윤종빈 감독에게 제안을 했다. 제가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제작사 대표가 윤종빈 감독에게 했다"라고 했다.
이어 "윤종빈 감독은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래서 여러 감독님께 제안을 드렸는데 다 거절당하고 표류했다. 이후 윤종빈 감독이 '공작'을 끝내놓고 다시 이야기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이야기를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물로 만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10부작이었는데 해외 로케이션, 머니숏들이 너무 많아서 6부작으로 재정비를 해서 돌아왔다"라고 제작이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뒷이야기를 전했다.
황정민은 '수리남'에 최선을 다했다며 "보면 징글징글할 정도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라고 웃었다. '수리남'에 대해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이 주어진 스케줄 안에 만든 6시간짜리 밀도 높은 영화"라고 설명한 그는 "서로간의 집중력이 굉장히 높았다. 누구 하나 흐트러지거나 나사가 풀리면 전체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공을 많이 들였다"라고 밝혔다.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과 손잡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수리남'은 공개 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정우 역시 모티프가 된 인물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촬영하기 전에 직접 만나뵈었고, 촬영장에도 아내, 자녀분들과 놀러오셨다. 직접 만났을 때 자식들한테 무용담 말해줄 수 있는 것, 실제로 그거 하나가 남으셨다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누구보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 시리즈를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들었다. 정말 탄탄하고 쨍쨍하고 에너지 넘치시는 분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의 위엄이 남달랐다"라고 작품 속 강인구의 바탕이 된 실제 인물과 만난 이야기도 전했다.
하정우는 지난 2년의 시간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지 않나 싶다"라면서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배우로서는 치명적인 논란이었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등의 표현으로도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사건 뒤 하정우는 '선 사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정우는 "2005년부터 작품을 쉼 없이 달려왔는데 그렇게 달리기만 하면 되는지 알았던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라며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은 저를 바라봤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제 자신의 좌표를 확인해본 시간이었다. 제 나이를 실감했던 시간이었기도 하고, 아팠지만 소중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더 큰 고민에 빠졌다는 하정우는 "갈수록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모습,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며 "내가 작품에 두 다리를 박고서 스토리를 쭉 끌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더 극적으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요즘 들어 더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약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기 직전 하정우는 "데뷔하고 인터뷰를 처음 했던 그때 기분"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2년 반이 그냥 물리적 공백이 아니라 제게는 새로운 시간"이라는 그는 "2020년은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고수부지에만 있었다. 한없이 5만보씩 걸었다. 걷는 기억이 좋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신이 쨍했다. 정말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지금 사회성을 많이 기르고 있다. 모든 게 낯설다"라고 새 출발점에 선 현재의 기분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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