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02] 왜 '배영(背泳)'이라 말할까
수영에서 배영이라는 말은 영어 ‘backstroke’의 의미에서 따온 일본식 한자어이다. 배영은 ‘등 배(背)’와 ‘헤엄친 영(泳)’이 합성된 단어이다. 말 그대로 등쪽을 물을 향해 수영한다는 뜻이다. 영어 ‘backstroke’는 등을 의미하는 ‘back’와 친다는 의미인 ‘stroke’의 합성어이다. 등을 대고 팔을 저어 헤엄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배영은 수영 4개 영법 중의 하나로 4개 영법 중 유일하게 물에 들어가서 출발한다. 누운 채 물 위에 떠서 팔을 크게 휘저으며 나아가는 영법인 배영은 수영 중에 앞을 볼 수 없는 이유로 터치패드에서 10m 지점 상단에 깃발을 달아놓는다. 본래 배영은 평영을 누워서 하는 뒤집혀진 개구리 영법이었다. (본 코너 801회 ‘왜 ‘평영(平泳)’이라 말할까‘ 참조) 크롤 영법의 보급 이후 오늘날과 같이 누워서 하는 자유형의 모양이 됐다. 어떤 식으로 헤엄치든 누워서 나아가면 배영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배영이라 하면 상하가 뒤집힌 형태의 변형 크롤 영법을 의미한다. 영어로 배영을 ‘backstroke’와 함께 ‘back crawl’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영은 옛날부터 해오던 수영법이었다. 평영과 같은 동작을 뒤집은 채 양손을 움직여 물을 헤엄치고 나갔다. 4개 영법에선 크롤이 먼저 개발된 뒤 배영이 2번째로 등장했다.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처음으로 200m 배영 경기가 첫 선을 보였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100야드 배영 경기가 열렸다. 당시는 50야드 수영장에서 경기가 벌어졌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100m 배영 경기가 시작된 뒤 남자 경기로 유일하게 100m 배영만 열리다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200m 배영이 다시 도입됐다. 여자 배영 종목은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100m 종목이 처음 열렸으며,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여자 200m 배영이 추가됐다.
배영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1930년대 후반 호주 수영 선수들이 팔을 구부리는 영법을 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직선 팔을 사용하여 물을 통과하는 것보다 속도가 더 빨라 배영의 표준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또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선 미국의 데이비드 버코프가 'Berkhoff blast-off'로 알려진 영법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수중에서 돌고래 차기를 사용해 수면에서보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갔다. 당시 100m 배영 결승전에서는 일본 스즈키 다이치, 미국 데이비드 버코프, 소련 이고르 폴리안스키 등 3명의 메달리스트가 모두 돌고래 킥으로 처음부터 30m에서 35m 사이를 역영했다.
우리나라언론에선 배영이라는 말은 1920년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24년 10월22일자 ‘수영선수권(水泳選手權)’ 기사는 ‘일본체협주최제구회일본선수권수상경기대회(日本體協主催第九回日本選手權水上競技大會)는동경지공원(東京芝公園)『풀』에서행(行)한바최후우승자(最後優勝者)의기록(記錄)은아래와갓다. 오십미삼목(五十米杉木)29초(秒)4▲백미목촌(百米木村) 1분(分)9초(秒)▲이백미아왕(二百米兒王)2분(分)30초(秒) ▲사백미완옥(四百米完玉)5분(分)53초(秒)4▲팔백(八百) 미완옥(米完玉)12분(分)23초(秒)6▲이백미평(二百米平) 영삼창(泳三倉)3분(分)23초(秒)4▲백미배영야(百米背泳野) 총(塚)1분(分)27초(秒)3▲곡도청수(曲跳淸水)(F.D. C)5점(點)▲이백미(二百米)리레자목중학(茨木中學) 1분(分)59초(秒)2▲팔백미(八百米)리레자목수(茨木水)영단(泳團)11분(分)4초(秒)6(동경전(東京電)’이라고 전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평영과 함께 배영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역대 올림픽에서 1932년 LA올림픽 배영 100m 기요카와 마사지, 1988년 서울올림픽 배영 100m 스즈키 다이치 등 2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영에서 배출했다. 한국은 아직 배영에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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