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경동원, 과거 알짜 돈벌이 뒤엔..경동나비엔
경동원, 2012년 합병 '사업 회사' 변신
2017~2018년 매출 2600억 사상 최대
나비엔과 내부거래 한몫..비중 60%대
‘팽두이숙(烹頭耳熟)’.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익는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일이 잘되면 다른 일도 저절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중견그룹 경동 차남가(家)의 주력 중의 주력사 ㈜경동나비엔이 ‘국가대표 보일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져나가자 오너 손연호(71) 회장의 지배기반 조성 또한 막힘없이 술술 풀렸다.
㈜경동나비엔의 차고 넘치는 일감은 지배회사 경동원의 기업가치를 한껏 키우는 지렛대가 됐다. 경동원의 1대주주 손 회장의 ㈜경동나비엔의 장악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나비엔 지배회사 경동원의 변신
2011년의 경동원은 단순 지배회사였다.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로서 존재할 뿐 이렇다 할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2011년 매출(별도기준) 18억원이 방증이다. 2003년 12월과 보온 단열재 및 내화, 2010년 6월 전자 부문을 각각 ‘경동세라텍’(물적분할)과 ‘경동네트웍’(인적분할)으로 떼어낸 데 따른 것이다.
한데, 2012년 7월에 가서 경동원은 두 계열사를 다시 합쳐버렸다. 이는 앞서‘[거버넌스워치] 경동 ⑧편’에서 얘기한 대로 경동원이 2010년 4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경동나비엔 지분을 40.26%→45.98%로 확대한 뒤 다시 50.51%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경동네트웍 소유의 ㈜경동나비엔 지분이 합병을 통해 경동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음이다. 경동원이 흡수한 옛 경동전자와 경동세라텍은 핵심 계열사인 ㈜경동나비엔과의 내부거래가 적지 않았던 분야였다는 점이다. 증거가 있다. 우선 합병 직전 2011년 두 계열사의 재무수치가 잘 보여준다. 각각 매출 580억원, 870억원 중 경동나비엔 매출 비중이 97%(560억원), 24%(210억원)이나 됐다.
경동원이 이 두 계열사를 합치자 ㈜경동나비엔과의 적잖은 내부거래는 그대로 경동원 본체를 통해 투영됐다. 지배회사이자 사업 계열사로 변신한 경동원은 2017~2018년 매출 2600억원대를 찍은 적이 있다. 사상 최대치다.
㈜경동나비엔이 2012년 341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18년 6180억원으로 질주를 이어가던 때다. 경동원의 당시 매출 중 ㈜경동나비엔 비중이 65%~68%(1690억~1810억원)나 됐다. 전체 계열로 확대하면 70%~74%(1820억~1960억원)에 달했다.
말 많았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
즉, 거침없이 성장하는 ㈜경동나비엔이 떡하니 자리를 깔아주는 터라 돈을 안 벌려야 안 벌 수 없는 사업구조를 가졌던 게 경동원이다. 경동원은 영업이익 또한 2017년 18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2018년에도 117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렇다 보니 말이 안나올 리 만무했다. 경동원은 2002년 11월 손 회장이 ㈜경동나비엔을 손에 쥐고 계열분리를 한 이후 ㈜경동나비엔의 지배회사로서 예나 지금이나 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80% 넘게 보유해 온 곳이어서다.
특히 손 회장은 경동원의 1대주주로서 2003년 초 35.11%였던 개인지분이 한 때 39.26%(2010년)로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차츰 축소되기는 했지만 현재 27.45%를 보유 중이다. 일가 등을 합하면 94.43%다. 손 회장이 예나 지금이나 경동원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손 회장 일가들이 핵심 계열사 ㈜경동나비엔의 차고 넘치는 내부 일감을 바탕으로 손쉽게 기업가치를 불리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손 회장이 2017년부터 계열 재편에 부쩍 열을 올리자 손 회장의 지배기반을 다지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경동원이 알짜 사업부문을 ㈜경동나비엔으로 편입시키는 대신 ㈜경동나비엔 주식을 받아 지분을 한층 보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보면 일감 논란을 해소하고 ㈜경동나비엔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수직계열화한 것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오너쉽 강화 효과를 제대로 맛봤음을 부인할 수 없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 ⑩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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