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조사] 16년째 신뢰하는 언론인 1위 손석희

김영화 기자 2022. 9. 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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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특집] 손석희 JTBC 해외 순회특파원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에 다시 뽑혔다. 1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내 편 저널리즘'이 각광받는 시대, 그는 '언론 제자리 찾기'를 이야기했다.
손석희 JTBC 해외 순회특파원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그런데 올해엔 유재석씨가 1위를 할 줄 알았습니다.^^” 〈시사IN〉 2022년 신뢰도 조사 결과를 문자로 공유하자, 손석희 JTBC 해외 순회특파원이 답변했다. 그는 올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뽑혔다. 〈시사IN〉이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16년째 줄곧 1위다. 지난해 방송인 유재석씨가 이례적으로 2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유재석씨는 올해 4위로 두 계단 내려왔다.

손석희 순회특파원은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 2020년 1월 JTBC 〈뉴스룸〉 앵커 직에서 하차한 후, 2021년 9월 해외 순회특파원으로 발령 났다. JTBC·JTBC 스튜디오 총괄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 후 〈장면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등 책을 출간했고, 올해 4월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전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보도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손꼽힌 그를 8월 마지막 주 서면과 전화로 만났다.

지난해 12월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내년엔 유재석씨가 1위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웃음) 이상할 게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저널리즘의 시작은 인터뷰라고 생각하는데 유재석씨는 매우 뛰어난 인터뷰어다. 언론이라는 게 꼭 뉴스나 시사 문제를 다루는 영역은 아니라고 원래부터 생각해왔다. 꼭 목에 힘주는 것만이 언론은 아니잖나. 예능이나 드라마도 시대를 잘 담아낸다면 저널리즘의 영역에 있는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내년에 유재석씨가 1위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건 올해도 말씀드릴 수 있다.

16년째 언론인으로서 신뢰받고 있는데.

우선은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뉴스에서 내려온 지도 꽤 되었고, 화면 노출이 거의 없어서 올해쯤엔 1위가 아닐 거란 예상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꼽아주신 건 아마도 한눈팔지 않고 잘 버텨내서 그런 것 같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오래 버틴 사람도 기억한다(웃음).

ⓒ시사IN 최예린

일본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나?

팬데믹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가 많아서 어떻게 아우를지 고민하며 진행 중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다른 지역의 분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팬데믹이든 뭐든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는 게 많아서 준비 단계부터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려 이틀에 걸친 대담이었다.

사실 그보다 더 오래 할 뻔했다. 처음에는 생방송으로 하는 걸 생각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차라리 긴 시간을 내서 충분히 얘기하는 게 어떠냐”라는 제안이 왔다. 꽤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당초 하루 두세 시간씩, 네 번에 걸쳐 인터뷰를 할 계획이었다. 합치면 열 시간이 넘을 뻔했다. 물론 그걸 다 방송에 낼 수는 없었겠지만. 그런데 당시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회동이 늦춰지면서 인터뷰 일정도 이틀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당선자와 회동은 끝나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서다.

청와대 측에서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해달라’고 제안했다던데?

그런 제안은 사실 있으나 마나 한 거다(웃음). 반대로 그러면 ‘이런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할 상황도 아니잖나. 며칠 동안 인터뷰를 하는데 내용에 제약이 있을 수 없고, 만일 제약이 있었다면 그 대담은 성사되지도 않았을 거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건 편집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다. 얘기해놓고 이것저것 빼달라고 하면 서로 민망하고 곤란하잖나. 그래서 거기에 대해 다짐을 받아두었고, 실제로 청와대는 편집 과정에서도 일절 부탁을 해오지 않았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기록한 뉴스 책임자(〈장면들〉)”로서 문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감회가 남달랐을 듯하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나?

원래 임기 초부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듣기로는 내부에서 나와의 인터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과거의 인터뷰에서 좀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심지어는 이번에 인터뷰했던 당일 아침까지도 인터뷰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걱정도 팔자인 사람들”이라고 해주었다(웃음). 그러다가 결국 임기를 마치기 직전에 마지막 인터뷰를 하게 된 거다. 어찌 됐든 격동기를 지내왔는데 나도 앵커에서 물러난 뒤이고, 문 대통령도 곧 물러날 시점이었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보는 사람들도 한 시기가 끝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인상적인 장면을 물었는데 그 답을 하기 위한 배경 설명이 길어졌다. 그 ‘장면’은 첫날 인터뷰가 끝난 뒤에 나왔다. 인터뷰 장소인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나한테 물어왔다. “이거 얼마나 나가느냐”라고. 그래서 “중복된 내용 등만 빼면 거의 다 나갈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문 대통령이 “아예 편집 없이 그대로 다 내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내 생각엔 아마 대통령 입장에선 나름 할 말을 다 했고,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날 인터뷰 내용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묻고 싶은 것 다 물었고, 대통령도 하고 싶은 얘기 다 한 거라고 본다. 문 대통령도 작정을 하고 임한 듯했으니까. 화면엔 잘 안 나타났겠지만, 서로 좀 얼굴 붉히는 경우도 꽤 있었다.

대통령과의 이틀에 걸친 장시간 인터뷰는 흔치 않은 일이라 하나의 선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하고가 아니더라도 이런 인터뷰를 왜 그토록 하지 않았는지가 아쉬웠다. 청와대는 코로나 등등 나름의 이유를 댔지만, 그런 건 사실 이유가 안 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방송이 나간 뒤 “진즉에 할 걸 그랬다”라는 얘기가 나왔다더라. ‘걱정도 팔자’인 사람들이 막아섰더라도 이번처럼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제작 기간도 짧지 않았을 테니 뒷얘기가 많을 것 같다.

이번 대담은 보도국이 아니라 예능국과 했다. 그런데 예능국은 정말 보안이 잘 지켜지더라. 사실 준비 과정부터 프로그램 특성상 보안이 중요했는데, 방송 나간다는 예고가 나갈 때까지 회사 내 다른 사람들도 전혀 알지 못했다. 카메라만 10대가 넘고 제작진이 수십 명인데 나로서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래서 책임 프로듀서였던 임정아 국장에게 “어떻게 그렇게 비밀이 잘 지켜지느냐”라고 물으니 “예능국 사람들은 옆 사람이 뭐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라고 하더라(웃음).

지난 4월14~15일 손석희 전 JTBC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청와대 제공

JTBC 〈뉴스룸〉 앵커로서 6년4개월을 지냈다. 앵커 하차 소식이 다소 갑작스러웠는데.

그건 책(〈장면들〉)에도 쓴 대로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당시 나는 등기이사이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원칙적으로 그런 입장에서 뉴스에 개입하고 진행까지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표이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물론 아니지만, 처해진 위치상 맡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더라. 그리고 앵커석은 올라갈 때부터 이미 내려올 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가벼운 예로 말하자면, 나는 앵커가 된 첫날 틀었던 엔딩곡을 훗날 그만둘 때의 엔딩곡으로 이미 정해뒀다(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것이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인생사에서 마지막은 늘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니까.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닌데 뭐.

‘손석희 이후의 JTBC’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시청률뿐만 아니라 특유의 관점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떠나면 끝인 거다. 내가 했던 것을 남길지 말지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물려받은 사람들이 정하는 거다. 다만 책에 쓴 대로 ‘끝까지 가려’ 했지 ‘끝까지 갔던’ 건 아니니까 아직 닿지 못한 곳이 있다면 그건 후배들이 가줘야 하는데, 어떻게 갈 것이냐의 방법론은 내가 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떠난 후의 JTBC 뉴스가 합리적 진보라는 나름의 스탠스를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 큰 방향은 바꾸지 않되 방법론으로 볼 때 나란 사람이 택했던 것들도, 지금은 안 통하는 것들도 있을 테니까 그런 건 버리면서 더 힘 있게 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JTBC·한국기자협회 주최 TV토론이 무산됐다. 국민의힘에서 주최측이 좌편향돼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

당시에 그 당의 토론 책임자가 내 이름을 거론하면서 JTBC가 편향적이라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좀 황당했다. 나는 사장직 물러난 지도 한참 됐을 때고 한국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분은 언론계에 있다가 정당으로 간 걸로 아는데 그런 분이 나한테 정치적 편향 얘기하시는 것도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뉴스의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은 어떻게 구분되나?

‘좋은 편향’과 ‘나쁜 편향’은 알랭 드 보통이 쓴 표현이다(〈장면들〉에서 손석희 순회특파원은 2015년 1월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인터뷰한 일화를 소개하며, 완벽한 무편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편향’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작가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다). 참 말하기 어려운 논제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을 단순하게 하면 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상식과 교양에 기초하면 된다. 우리의 상식과 교양에 비추어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낼 수 있다면 된다고 본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인데 단지 균형만을 위해 비판하지 못하면 안 될 것이다. 공공의 선을 위한 편향은 좋은 편향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어젠다 세팅’ 못지않게 ‘어젠다 키핑’ 역할을 강조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어젠다를 하나만 꼽자면?

역설적이게도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론개혁’이라 말하지 않고 ‘언론 제자리 찾기’라고 하겠다. 어젠다를 세우고, 제시하고, 지켜내야 할 언론이 대중에게 외면받으면 어젠다 자체의 가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기존 언론이나 그 소비자들에게도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기존 저널리즘 가치관, 기준, 이런 것들을 모두 뒤흔들고 있다. 소위 ‘내 편 저널리즘’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언론이 시장 속에 있는 한 헤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나마 확실한 수입을 보장받으니까. 그런데 기존의 언론이 표방했던 저널리즘 가치관이나 원칙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다. 왜냐하면 그게 맞는 거니까. 나는 매체별 각 단위에서의 미디어 비평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두 개의 매체 비평지가 전담해야 할 일은 아니고, 모든 언론사가 디지털을 포함한 미디어를 비평하고 그 비평의 대상에 자사도 포함시킨다면 그게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방송의 경우 KBS가 미디어 비평을 하고 있지만 어느 한 언론사가 하는 걸로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예산과 편성을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을 거다. 언론사끼리 갈등만 생긴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건 부수적인 피해일 뿐이다.

JTBC <뉴스룸>의 안나경 앵커(왼쪽)와 오대영 앵커.ⓒJTBC 화면 갈무리

직접 선곡한 JTBC 〈뉴스룸〉의 엔딩곡들도 늘 화제였다. 요즘에도 즐겨 듣는 음악이 있나?

아, 이제 압박 면접은 끝난 모양이다(웃음). 올해 인터뷰는 유난히 좀 어렵고 힘이 든다. 음악적 취향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대중음악은 1970년대 이전, 클래식은 헨델과 바흐 등 고전파로. 초기로 돌아가는 건 뭐랄까 음악의 태생적 스피릿을 찾아가는 느낌이라 좋다. 그렇다고 옛날 것만 듣고 있는 노인은 아니고. 요즘 아이돌 노래도 듣는다. 이번 주 음원 랭킹 1위 곡도 뭔지 안다(웃음).

책에서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말석에 앉아 버티다가 운 좋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매번 전력투구를 한 것 같다. 투수들이 한 게임을 전력투구하면 몇 킬로그램씩 빠진다고 하는 것처럼. 이도 흔들린다고 하고. 지금 생각하면 매번 그런 게임을 뛴 것 같다. 그래도 투수들보다는 덜 힘들었다(웃음). 다음 계획은 잘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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