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기업인들도 명예로운 퇴장 보장돼야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2022. 9. 16.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무협지를 보면 강호에서 은퇴하는 고수의 고별사는 대개 비슷하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는 것(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煥舊人)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노부가 나이 들어 몸담았던 강호를 떠나면서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이다.

다단계식 재하청, 상대적인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조선업계의 인력난이 언론에 부각되고 있는 것 못지않게 지역 중소기업들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림인 금분세수, 명예로운 퇴장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무협지를 보면 강호에서 은퇴하는 고수의 고별사는 대개 비슷하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는 것(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煥舊人)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노부가 나이 들어 몸담았던 강호를 떠나면서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이다.

무림의 명숙들이 참여해 은퇴를 축하해주고 장수를 기원하는 금분세수는 명예롭고 귀중한 유산이랄 수 있겠다. 기업인들도 무림인들처럼 명예롭게 퇴장할 수는 없는지….

기업인들도 은퇴나 퇴출에 대해 고민이 깊다. 우선 경기전망이 밝지 않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화를 거듭해 이제 2% 초반으로 내려 앉았다.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연 평균 1.9%의 성장률을 예견한 바 있다. 2026년부터 2035년 사이에는 0.4%의 성장률에 그치고, 그 이후엔 0%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질적인 인력부족 현상도 이어진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이미 집행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고액연봉을 내세우며 인재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인력부족은 만성적이다. 다단계식 재하청, 상대적인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조선업계의 인력난이 언론에 부각되고 있는 것 못지않게 지역 중소기업들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과거, 경기가 둔화할 경우 고용도 함께 침체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는 중에도 실업률은 낮아지고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례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 최근 관찰되고 있는 고용 침체(Jobful Recession)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계기로 산업구조는 급변하는데 이를 채워줄 만한 인재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베이비부머의 빈자리를 메워줄 청년층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점, 세계화 후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제한된다는 점, 산업계 인력 공급을 제약하는 대학의 정원 규제 유지, 미래를 선도할 혁신산업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나가지 않는 한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은 정상 궤도에 들어선 이후 투하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 것인지 고민한다. 미국에서는 기업매각, 우회상장, IPO(기업공개, Initial Public Offering)가 그 수단이 되고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회사를 물려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 감면을 받아 가업(家業)을 물려받는 사례는 연간 100건 남짓에 불과했다. 상속세율이 최고 50%에 달하고, 가업 상속 시 세금 깎아주는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오너 중엔 상속 재산이 늘지 않도록 사업 확장을 꺼리거나, 가업 승계 대신 기업 매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질 높은 고용기회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한 기업인들에게도 명예로운 퇴장은 보장돼야 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