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건강정보]건선·뺨 발진도 '자가면역질환'..면역세포의 공격, 왜?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우리 몸은 종종 세포나 물질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자가면역질환'의 종류와 증상, 치료법까지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하유정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 내 몸이 나를 공격한다…원인 불명확 '자가면역질환'이란
우리 몸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다. 이 세포들은 외부의 유해 물질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면역세포들이 자신의 세포나 물질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게 되면서 인체의 장기나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ease)이라고 한다.
자가면역 질환에는 류마티스 질환뿐만 아니라 △제1형 당뇨병 △갑상선염 △건선 △크론병 등도 포함되는 등 면역세포들이 다양한 장기를 침범할 수 있다.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의 어느 부위를 주로 공격하는가에 따라 △류마티스 관절염 △쇼그렌증후군 △전신 홍반 루푸스 △베체트 등 다양한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만성피로, 미열, 탈모, 피부 염증, 관절과 근육의 이상 등 비특이적인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정 부분 유전적 소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대체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발병률이 높아 성호르몬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흡연, 생활습관, 자외선 노출, 심한 스트레스, 감염 등의 환경적인 요인도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과정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 입·눈 건조해지는 '쇼그렌증후군'…림프종 발병 위험 증가
쇼그렌증후군은 면역체계의 혼선으로 인해 자신을 보호해야 할 림프구가 오히려 자신의 침샘 및 눈물샘 등의 외분비선을 공격하면서 입과 눈이 심하게 건조해지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구강 건조로 침 분비량이 감소해 건조한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말을 오래 하는 것이 힘들어지거나 입맛 변화, 작열감이 나타날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25~50%는 침샘 염증으로 반복적으로 침샘이 붓는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침 분비 감소로 인해 충치가 늘거나 칸디다증 같은 2차적인 곰팡이균 감염 등도 동반될 수 있다.
또한 눈이 건조해지며 각막이 손상되거나 작열감, 충혈, 안구 피로감이 생기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1/3 정도에서 눈물샘과 침샘 외에 다른 장기를 침범하는 샘외증상으로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심한 피로감, 피부발진, 관절염이나 근육염, 간질 폐질환, 중추신경침범, 말초신경병증, 신결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장기에 침범하게 되면, 류마티스 질환과의 감별이 어렵게 된다. 간혹 쇼그렌증후군 환자에서 경과 중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병발해 진단되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에서 가장 임상적으로 중요하고 큰 문제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의 발병 위험 증가다. 모든 환자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위험 인자를 갖는 2~5%의 쇼그렌증후군 환자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 만성 증후군이지만 수명에 영향 적어…인공 눈물·타액으로 불편 완화
쇼그렌증후군의 치료는 일차적으로 인공눈물, 인공 타액 등을 사용해 환자가 느끼는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다. 인공눈물 외에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점안액, 자가혈청안약이 안구 건조증 증상 개선과 염증 관리에 쓰이며,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눈물점 소작술 또는 바깥쪽 눈꺼풀 봉합술 등의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중증도 이상의 구강 건조 증상이 있으면 침 배출을 자극하는 약제인 필로카핀(pilocarpine) 제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관절통과 근육통에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항말라리아제를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외에 피부, 폐, 신장 등 전신 장기에 침범할 때에는 스테로이드와 항류마티스약제 또는 면역억제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쇼그렌증후군은 만성 질환이고, 환자들은 건조증, 통증, 피부병변, 피곤함 등의 증상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쇼그렌증후군은 삶의 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수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환자의 75%는 분비샘 이외의 장기 침범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는 파괴된 분비선의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거나 예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서 입 마름과 안구 건조가 발생할 시 전문의에게 상담 및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온몸에 염증 생기는 '전신 홍반 루푸스'…가족력 있으면 더 자주 발생
전신 홍반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신의 몸을 공격하면서 피부, 관절, 혈액, 신장, 심장, 폐 등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침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고 병의 경증도가 달라진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유전적 소인과 약물, 과다한 자외선 노출, 감염 등의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자가면역반응이 활성화돼 여러 장기에 염증이 발생하고, 세포 및 조직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가족 중에 전신 홍반 루푸스 환자나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 루푸스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뺨에 나비 모양의 발진 △원반모양 홍반 △광과민성 △구강궤양 △관절통 등이 있다.
뺨의 발진은 뺨과 코에 붉은 홍조가 나비 모양으로 나타나 수일간 지속된다. 원반 모양 홍반은 뺨의 발진과는 다르게 경계가 명확한 홍반으로, 때로는 모공까지 뻗치고 두피에 이 증상이 나타나면 탈모로 이어진다.
광과민성은 햇빛에 노출되는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고, 구강은 통증 없이 중앙에 함몰하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나중에는 통증이 있는 궤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루푸스 환자의 75% 이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으로는 관절통·관절염이다. 어느 관절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양손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근육통도 흔하게 관찰되며 15% 미만의 환자에서 근효소 수치의 상승을 동반하는 근육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 백혈구 감소증, 림프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혈액학적 이상도 흔하게 동반된다. 신장 침범도 전신홍반 루푸스 환자의 50% 정도에서 나타남에 따라 단백뇨,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간혹 많은 양의 단백뇨가 나오면서 부종 등이 동반되는 신증후군 형태로 발병하기도 한다. 나아가 신경계, 심폐, 위장관 기관을 침범해 다양한 형태의 임상상을 나타낼 수 있다.
◇ 상황에 따라 개별화 치료…금연·과다한 일광 노출 피하는 게 우선
루푸스의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과 신체 진찰에 검사실 소견, 더불어 내부 장기의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루푸스를 진단할 수 있는 단일 검사·항목이 없어서 임상 증상, 신체 진찰 소견과 자가항체를 포함한 검사실 소견 등을 종합한 최종적인 진단은 전문의가 하게 된다. 여기서 기존에 발표된 전신 홍반 루푸스 분류 기준을 참고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1997년 미국 류마티스 학회가 정한 분류 기준과 2012년 SLICC에서 발표한 분류 기준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루푸스는 환자마다 임상상이 다양하고, 급성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등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환자 개인마다 치료 부작용 등도 달라 상황에 따라 개별화한 치료가 진행된다.
일반적인 원칙은 적절한 약제를 사용해 빠르고 지속적으로 질병 활성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치료 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고 병발 질환을 조절해 관해 상태 또는 낮은 질병활성도 상태를 유지한다.
우선 비약물적 관리로는 금연과 과다한 일광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고 적절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피부 증상은 스테로이드를 함유한 크림이나 연고, 일광 차단제로 치료할 수 있고 심한 병변은 항말라리아 제제가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소염제, 항말라리아제,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가 종종 사용된다. 비스테로이드소염제는 흉막염과 관절염에, 항말라리아제는 관절과 피부 증상에 효과적이며 전신 홍반 루푸스의 악화 억제에 도움이 돼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심각한 장기 침범이 있을 때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단독 혹은 병합해 사용하고, 약제의 용량이나 종료는 환자의 중증도, 침범 장기, 임신 계획, 약물 독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루푸스의 치료가 시작되면 환자는 치료를 계속해야 하고 의사의 권고 없이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많은 자가면역 질환이 약물치료 없이 완치하기는 쉽지 않지만, 최근 면역학의 발달로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질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치료 전략들이 개선되고 있다.
하 교수는 "자가면역 질환을 진단받았더라도 상심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최선의 치료를 받아라"라며 "심한 스트레스는 병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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