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하정우 "윤 감독과 단짝..제 '진짜 얼굴' 잘 알죠"

이승미 기자 2022. 9.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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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수리남'으로 8년 만에 다시 만난 배우 하정우 & 윤종빈 감독
프로포폴 논란 이후 2년 도 닦아
고된 해외촬영에 목디스크로 고생
흥행보다 연기 초심 되찾아 행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주연한 배우 하정우가 “해외 시상식을 누빈 ‘오징어게임’ 팀처럼 동료들과 함께 미국 투어를 가면 좋을 것 같다”며 글로벌 인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하정우(44)와 윤종빈(43)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으로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윤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자 하정우의 첫 주연작인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까지 네 편을 함께한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선보인 드라마다. 윤 감독은 남미 국가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왕을 잡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비밀작전에 투입된 사업가 하정우의 이야기를 6편의 에피소드에 담았다. 9일 공개 이후 5일 만인 14일 ‘전 세계 많이 본 TV쇼’ 3위(플릭스패트롤)에 오르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하정우는 “글로벌한 반응이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는 소감을 내놨고, 윤 감독 역시 “작품이 공개되고 이렇게 연락을 많이 받은 건 처음이다. 연락 없던 초등학교 동창에게서도 연락이 오더라. 넷플릭스 드라마의 파급력을 느끼고 있다.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웃었다.

■ 2년 만에 신작 하정우

새 주연작의 글로벌 인기 앞에서 하정우는 고개부터 숙였다. 2020년 8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데 대한 반성과 팬들에 대한 사과였다. 2년 만에 신작을 내놓으며 “설레지만 어느 때보다 떨리고 복잡한 마음”이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엄청나게 걸어 다니며 지난날을 돌아봤어요. 도를 닦는 마음이었죠.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됐고, 모든 잘못을 떠올리며 성찰하려 했어요.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범이 된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만큼 자신에게 지난 2년의 시간이 힘든 시기였음을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수리남’ 촬영현장이 더욱 그랬다고 그는 말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의 한복판”에서 “고된 해외 촬영”을 진행했다.

“힘들었던 시기의 정점에 ‘수리남’이 있었죠. 스트레스로 목 디스크가 심하게 와서 오른팔이 저렸어요. 그 상태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했죠. 촬영을 모두 끝내고 비행기에 오를 때는 탈출하는 기분마저 들었어요.”

결국 고생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 됐다고 그는 자부한다. 완성본을 보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충만함”을 느꼈을 정도란다.

“‘오징어게임’ 팀이 다 함께 미국 투어를 도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요. 우리 팀들도 저렇게 함께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죠.”

그런 그의 곁을 우직하게 지키며 함께 걸어간 이가 바로 윤종빈 감독이다.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대부터 지금까지 사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사실 윤 감독의 라이프스타일은 저와 정반대예요. 하지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잘 맞죠. 좋아하는 영화, 연기 모두 똑같아요. 윤 감독처럼 저를 카메라에 많이 담은 연출자도 없어요. 그만큼 윤 감독은 제 장점과 단점, ‘진짜 얼굴’을 잘 알죠. 때론 불편할 정도로요. 하하.”

또 한 사람, 수리남의 마약왕 역을 연기한 황정민도 하정우에게는 “멋진 선배”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택한 첫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황정민과 함께 연기한 건 처음이다. 하정우는 “무서운 선배이자 다혈질 형”이라고만 생각했던 황정민은 “경력이 짧고 어린 배우라도 후배 이전에 동등한 배우로 존중해준다”고 말했다.

“형을 처음 만났을 때 전 완전 신인이었어요. 형은 이미 ‘밥상’ 수상 소감으로 국민배우로 거듭난 스타였죠. 그런데도 대학 졸업 작품이었던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에 직접 오셔서 저와 윤 감독을 격려해주셨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늘 저를 2인 1조처럼 데리고 다녔어요. 본인과 함께 있으면 (제가)더 주목받을 수 있으니까요. 은근히 따뜻한 형이에요.”

이렇게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한 작업의 결실을 이제 맛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흥행보다 더 중요한 걸 얻었다. 바로 “초심”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통스러웠지만 생각해보면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에서만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연기에 몰입하고 집중해야 힘이 생겼죠.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항상 이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잃어버린 것을 마침내 찾은 느낌이에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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