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부터 하와이까지 모두 중국의 바다가 된다면"

이상배 경제부장 2022. 9. 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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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팅 사령관은 처음엔 "농담이 지나치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중국 쪽은 장난이 아니었다.

'태평양 양분'은 중국 패권전략의 핵심 과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직후인 2013년 4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나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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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16일(현지시간)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C) 로이터=뉴스1


#1. 2007년 5월, 티모시 키팅 당시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초청이었다. 키팅 사령관을 국빈으로 환대하던 중국은 공식 만찬 때 본색을 드러냈다. "태평양을 중국과 미국이 양분하자. 하와이 서쪽을 모두 중국에 넘겨라."

키팅 사령관은 처음엔 "농담이 지나치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중국 쪽은 장난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낀 키팅 사령관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즉시 국방부에 보고했다.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태평양 양분'은 중국 패권전략의 핵심 과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직후인 2013년 4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나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중국이 제1열도선 밖으로 나가는 걸 막는 게 미 태평양함대의 핵심 임무다.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등을 잇는 제1열도선은 중국 입장에선 '뒤집힌 만리장성'이다. 만리장성이 이민족의 침입을 막는 장벽이었다면 제1열도선은 중국의 해상 한계선이다.

'대국굴기'를 꿈꾸는 중국으로선 자신의 앞마당인 남중국해조차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현실이 견디기 힘들다. 단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남중국해 제해권이 없으면 전쟁 등 유사시 해상 교역로가 막힐 수 있다.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해상으로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파워'(해양패권)란 개념을 창안한 19세기 미국의 군사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이 "해군의 임무는 해상 교역로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2.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 무인기(드론)가 수시로 대만해협 중간선과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들고 있다. 1964년 베트남에 대한 군사 개입을 위해 통킹만 사건을 유도한 미국이 오버랩된다.

'원양해군'을 꿈꾸는 중국은 '미국의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대만을 반드시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24년 11월 미 대선 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4년은 러시아에서도 대선이 치러지는 해다. 적어도 러시아 대선 전까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대만 상륙을 준비하는 중국이 과연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릴까. 우크라이나로 미국 등 서방의 관심과 역량이 쏠려 있을 때를 대만 합병의 기회로 삼지 않을까. 미국 역시 중국이 군사적으로 더 강해지기 전에 승부를 보려 할 수 있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은 대만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키려 할 것이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오키나와나 괌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미일 안보조약에 따르면 반드시 미군을 도울 의무는 없지만, 자국 영토인 오키나와가 공격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참전 압박과 중국의 중립 요구를 동시에 받을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워게임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은 중국을 막아낼 수 있지만 항공모함 2척을 잃는 등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역시 어떤 선택을 하든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우산, 대중 교역망 가운데 하나를 잃어야 하는 상황을 과연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과거 16차례의 국제 패권 경쟁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12건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미중 간 전쟁은 사실상 예정돼 있다는 게 석학의 경고다. 이런 파국을 사전에 대비하는 게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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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경제부장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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