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즌 EPL 득점왕 손흥민, 올 시즌 부진한 이유는?[초점]

이정철 기자 2022. 9.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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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2021~22시즌 아시아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손흥민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시즌 손흥민은 EPL 6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경기에서 침묵을 지켰다. 뜨거운 발 끝을 자랑하던 손흥민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유에 무엇일까?

손흥민. ⓒAFPBBNews = News1

▶후방 빌드업 미숙, 내려앉는 토트넘… 손흥민이 수비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토트넘의 경기력에 있다. 토트넘은 EPL 6라운드까지 승점 14점을 올리며 3위에 위치했지만 결과만 좋았을 뿐 경기력은 떨어졌다.

토트넘의 3백은 상대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후방 빌드업에서 여러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며 공 소유권을 잃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로드리고 벤탄쿠르로 구성된 중원도 장악력을 실종한지 오래다.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해결책은 양쪽 윙백이다. 수비 지역에 있던 윙백들이 공격 지역까지 올라가면서 공을 운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른쪽 윙백 에메르송 로얄은 이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진은 커녕, 상대에게 자주 공을 뺏겨 위험한 장면을 만든다.

여기에 중원까진 내려와 손흥민에게 양질의 패스를 뿌려주던 해리 케인은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에게 가는 패스 길은 차단됐다. 패스가 오지 않으니, 손흥민이 점점 내려와 수비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트넘의 이러한 경기력은 상위권팀 뿐만 아니라, 하위권팀과의 대결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손흥민이 슈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이적생 이반 페리시치와 불협화음, 고립되는 손흥민

올 시즌 토트넘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페리시치가 영입된 것이다. 선수생활 줄곧 윙어로 활약하던 페리시치는 인터 밀란 시절 왼쪽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사령탑이었던 콘테 감독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페리시치는 왼쪽 윙백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뽐냈고 결국 토트넘에 둥지를 튼 '은사' 콘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페리시치는 팀 합류 후, 뛰어난 양발 능력과 양질의 크로스, 노련미 등을 토트넘에 더하고 있다. 하지만 왼쪽 윙어 손흥민과의 호흡은 훌륭하지 않다. 페리시치와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페리시치가 너무 공격지역까지 올라와 손흥민과 동선이 겹치고 있다.

이반 페리시치. ⓒAFPBBNews = News1

손흥민은 지난 시즌 후반기 라이언 세세뇽과 찰떡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세세뇽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손흥민에게 정교한 컷백을 내주는 등 '손흥민 특급도우미'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적생' 페리시치와는 이러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지 않다.

급기야 손흥민은 지난 14일 스포르팅전에서 전반전 왼쪽 윙포워드에서 활약하다, 후반전 오른쪽 윙포워드로 위치를 옮겼다. 왼쪽 윙포워드엔 히샬리송이 위치했다.

이날 왼쪽 윙백엔 페리시치가 서 있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호흡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손흥민은 슈팅 한 번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공격력이 떨어지는 에메르송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27분 데얀 클루셉스키와 교체됐다. 이날 경기 토트넘의 유일한 교체였다.

▶변화없는 콘테 감독, 그런데 경쟁자 등장… 손흥민 위기의 순간 찾아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테 감독은 손흥민을 올 시즌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스포르팅전을 앞두고 콘테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콘테 감독은 "팀을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오래된 습관을 바꿔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팀도, 선수도 안주하게 된다"며 "팀을 위해 최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토트넘은 공격수 히샬리송을 영입했다. 이적료는 6000만파운드(약 9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샬리송은 공격 전 지역에서 뛸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주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다. 손흥민의 자리다.

히샬리송은 심지어 UCL 조별리그 1차전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최근 부진한 손흥민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이후 클루셉스키를 대신해 스포르팅전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클루셉스키가 없으니, 토트넘의 공격진은 힘을 쓰지 못했다. 정교한 왼발 패스를 보유한 클루셉스키는 팀 동료에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한다. 지난시즌 후반기에 팀에 합류하고도 5골 8도움을 터뜨리며 이를 증명했다. 올 시즌에도 EPL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토트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격 자원인 셈이다.

결국 손흥민의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히샬리송, 클루셉스키와 경쟁을 펼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포르팅전에서 히샬리송에게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내주고 후반전엔 유일하게 교체됐다. 선발 라인업 한 자리가 당연했던 손흥민이 이제 경쟁 구도로 들어간 셈이다.

손흥민. ⓒAFPBBNews = News1

▶결국 골 결정력이 답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할까. 특유의 골 결정력을 살려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양발 슈팅 능력이다. 강하고 정확하다. 어떤 위치에서든 유효슈팅을 만들 수 있으며, 득점을 뽑아낸다.

하지만 올 시즌엔 유효슈팅 비율(36.8%)도 떨어지고 유효슈팅 또한 상대 골키퍼 정면을 향한다.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를 '원샷원킬'로 해결하던 손흥민의 본모습이 지금 상황에서 나와줘야만 한다. 기회를 자주 생산하지 못하는 토트넘 또한 이 점을 원하고 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에 오르며 역사에 이름을 새긴 손흥민. 하지만 올 시즌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져 있다. 손흥민이 이 위기를 넘기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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