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온라인·MZ세대'..K라이선스의 성공요인
캠핑 감성 살린 '스노우피크어패럴' 반기 매출 153%↑
Z세대 감성 파고든 '예일' 무신사 대표 브랜드로 성장
브랜드 인지도만 활용해서는 안돼..브랜드 성격과 연관된 마케팅 필요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닥…’
기성세대에게는 다큐멘터리 방송채널과 세계적인 필름 회사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MZ세대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패션 브랜드로 통한다.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국내 패션업체가 브랜드 판권을 따낸 뒤 제품 기획부터 제작·판매·마케팅까지 하는 소위 ‘K라이선스’ 브랜드라는 점이다.
F&F(383220)가 1997년 도입한 MLB 브랜드가 성공하면서 패션과 무관한 브랜드를 패션분야에 접목시키는 K라이선스의 확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층인 MZ세대가 기존 패션 브랜드에 식상함을 느끼고 비패션 브랜드를 쉽게 받아들이면서 패션업계의 유행이 되고 있다.
“온라인, MZ세대 파고들어 집요하게 마케팅”
F&F 외에도 코웰패션(033290)과 더네이쳐홀딩스(298540)가 K라이선스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코웰패션은 올 상반기 매출액 5732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53%, 32% 늘어났다. 코웰패션은 올해 카타르 월드컵 개최에 맞춰 피파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동지역에 2200만달러(약 300억원)의 수출계약도 따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도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난 3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72% 늘어난 1814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성공요인은 ①헤리티지(유산) 연결 ②온라인 및 디지털시장 공략 ③MZ세대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는 기성 브랜드와 달리 온라인에서 출발해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브랜드의 이름을 따온 라이선스 제품은 기본 인지도가 있는만큼 온라인 브랜딩부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MZ세대와 소통하면서 성장했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 ‘예일’의 라이선스로 의류 브랜드를 성공시킨 워즈코퍼레이션은 초기에 “대학교 ‘과잠(학과 점퍼)’아니냐”는 조롱도 얻었지만 다양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타깃고객도 1020세대로 좁혀서 SNS를 중심으로 소통했다. 러닝을 좋아하는 Z세대의 문화에 맞춰 ‘예일에슬레틱클럽’이라는 비대면 마라톤 챌린지를 열었다.
‘콘텐츠 브랜드’라는 콘셉트에 맞춰 소니뮤직, 모두투어, 나이스웨더, 요넥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래보도 매달 진행했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무신사 등 온라인 판매만으로 판매 첫 해인 2020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 올해는 3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인기 패션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무신사 주간 랭킹에도 꾸준히 10위권에 올라 나이키,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품종 반응생산을 한 것도 차별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많으면 미리 생산을 해서 재고 부담을 안지만, 온라인에서 주문량에 맞춰 생산하다보니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의 주축인 MZ세대는 금세 열광하다가도 질려하는 게 특징이라 브랜드도 오래된 것보다는 신선한 것을 선호한다”며 “코닥, 스노우피크, 예일 등 라이선스 브랜드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지도만 믿었다간 낭패…헤리티지를 살린 브랜딩 필수”
한국 패션업계에서 라이선스 바람을 불러 일으킨 대표 브랜드는 디스커버리다.
F&F가 2012년 선보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에서 파생된 아웃도어 브랜드다. 당시 4050세대가 주로 입던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아웃도어가 정상에 오르기 위한 전문성을 강조할 때 디스커버리는 ‘탐험의 즐거움’이라는 차별화 한 브랜드 전략을 펼쳤다”며 “야생, 생존 등의 주제를 다루는 디스커버리와 결을 같이 하는 캠핑, 아웃도어 제품은 참신함을 선사했고 대중적 인기몰이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에는 롱패딩 광풍과 맞물려 11월 한 달동안에만 9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K라이선스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비패션 브랜드라도 인지도만 좋다면 언제든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무작정 사업을 하다가는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유산과 제품, 마케팅을 잘 연관지어야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일본 ‘스노우피크’도 라이선스 브랜드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국의 의류업체 감성코퍼레이션이 2020년 론칭한 ‘스노우피크어패럴’은 캠핑 감성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잘 아는 ‘2030 캠핑족’이 의류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면서 아웃도어 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연결한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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