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구하는 조사관' 인권을 지킨다, 그 누구도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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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시리즈물은 무척 흔한 형태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시우 작가가 <달리는 조사관> 의 후속작 <구하는 조사관> 을 7년 만에 출간했다는 소식은 놀라우면서도 반갑다. 구하는> 달리는>
한윤서, 배홍태, 이달숙 세 명의 조사국 조사관과 부지훈 정책국 사무관은 캐릭터로서 성장했으며, 그들이 처리하는 사건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맞춰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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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l 시공사(2022)
외국의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시리즈물은 무척 흔한 형태이다. 셜록 홈스, 미스 마플, 조지 스마일리, 김전일 등 이런 캐릭터들은 모두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탐정과 요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반면 한국의 동일 장르는 부쩍 성장했음에도 시리즈물로서 확장되기가 쉽지 않다. 경성 시대의 탐정 이상이나 어둠의 변호사로 알려진 고진이 있지만 시리즈물을 쭉 이어갈 만큼 출판 시장의 기반이 확고하지는 않다는 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시우 작가가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 <구하는 조사관>을 7년 만에 출간했다는 소식은 놀라우면서도 반갑다.
<달리는 조사관>과 <구하는 조사관>은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의 활약을 다룬 연작소설집이다. <달리는 조사관> 출간 당시, 대중에게 익숙한 실화 범죄 사건들을 소설에 녹여낸 동시대성과 직업물로서의 일상성, 고전의 트릭을 변용한 두뇌 게임적 요소의 결합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세 편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이 실린 <구하는 조사관>은 이 장점을 잃지 않았으며,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윤서, 배홍태, 이달숙 세 명의 조사국 조사관과 부지훈 정책국 사무관은 캐릭터로서 성장했으며, 그들이 처리하는 사건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맞춰나간다. 첫 번째 단편 ‘프롬 제네바’만 소재 면에서 약간 떨어져 있을 뿐, 나머지 세 작품은 모두 조현병 환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연쇄 살인범이 교도소에서 죽기 전 열 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묻힌 장소에 관한 편지를 보낸다는 사건을 큰 틀로 삼아 <구하는 조사관>은 일관된 구조를 구축한다.
인권은 동어반복적으로 말해 모든 사람이 인간이기에 동일하게 갖는 권리다. 이 지극히 당연한 개인의 권리는 현실에서는 늘 당연하게 행사되지 못한다.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에 직면하면 여러 사람의 권리가 충돌한다. 하지만 피해와 가해를 가르는 선은 명확하지 않다. 조현병 환자가 주변에 가져오는 위협만큼이나 그들의 생존을 억압하는 시설과 제도가 있다. 모두가 자기 피해에 예민한 시대, 인권의 복합적인 측면에 대해 말하려 하면, 원색적으로 비난받는 이 시점에서 소설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인권위 조사관들은 스스로 고백하듯 인권에 대해 남달리 고양된 의식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하는 직업인이다. 동시에 그들은 사회의 그늘 속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구할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다.
이 후속작이 존재해야 하는 근거는 소설의 결말이 잘 보여준다. 최근의 추리물들은 점점 극악한 범죄를 묘사하며 강렬한 설정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폭력의 수위가 높고 피해자가 가련할수록 대중을 자극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하는 조사관>은 제목처럼 과거의 연쇄 살인을 흥미로운 사건으로 이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다시 끄집어낸다. 범죄의 피해자를, 그 가족을 구한다. 비록 허구 속이라고 해도 아무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 이 또한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는 일이 아닐지. 앞으로도 조사관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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