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 만든 출판사에 저작인접권이 왜 없는가

한겨레 2022. 9.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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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관련 10개 단체가 모인 '출판저작권법 선진화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출판사업자의 저작인접권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나선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소장은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의 역사인데, 저작물 이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출판자(출판사)의 권리에 대한 배려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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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관련 10개 단체가 모인 ‘출판저작권법 선진화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출판사업자의 저작인접권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나선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소장은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의 역사인데, 저작물 이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출판자(출판사)의 권리에 대한 배려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출판 선진국이라면 저작자와 더불어 출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우리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출판계에서는 출판저작권법선진화추진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5월에 ‘출판사업자의 저작인접권에 관한 연구’를 펴낸 바 있다. 이번 토론회의 발표는 이 보고서에 근거를 둔다. 보고서의 결론은 출판사업자에 대한 대여권 및 전송권, 공공대출권을 인정하고, 음반제작자와 동일한 보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출판물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한 지 오래다.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권자’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한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자나 작곡가·작사가 등과 같은 창작자뿐 아니라 저작물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 실연자(연주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의 권리도 70년간 보호한다. 이것이 저작인접권이다. 동일한 베토벤의 곡이라 하더라도 빈·베를린·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의 해석과 연주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주자가 누구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노래여도 어떤 가수가 마이크를 잡는가에 따라 대중적 파급력이 달라진다. 즉 원작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등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저작권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출판의 경우 책의 원재료인 원고를 쓴 저자와 달리, 책을 기획하여 원고를 여러 차례 교정·교열하고 디자인해 다양한 형태로 발간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제작·판매에 기여한 출판제작자(출판사)의 권리는 국내에서 아직껏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출판물의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적법하지 않은 이용이 온·오프라인에서 범람하고 있음에도 출판사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없다는 점은 난센스에 가깝다. 그래서 음반제작자 수준의 법적 보호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나온다.

출판계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판면권, 사적복제 보상금 제도, 대여권, 공공대출권, 교육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지급 대상자에 출판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의 다양한 선투자와 위험 감수가 법제에 반영되지 못하고 판매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항할 최소한의 수단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출판 진흥의 기반은 예산 못지않게 법 제도에서 비롯된다. 선진국의 법제 동향이나 저작권법에서의 음악 분야와의 형평성, 그리고 출판물을 생산·유통·판매·관리하는 출판사의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출판사에 대해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조속한 법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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